여성 뮤지션의, 여성뮤지션에 의한, 여성뮤지션을 위한 공연…곽푸른하늘, 정밀아, 이나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여성 뮤지션의, 여성뮤지션에 의한, 여성뮤지션을 위한, '홍대 앞 그녀들' 여덟번째 공연이 지난 11일 홍대 벨로주에서 진행됐다. 미러볼 뮤직에서 주관하는 이 공연은 홍대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 미러볼뮤직

지난 11일은 '드디어 봄이 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따뜻하고 포근한 날이었다. 공연장 안은 이런 날씨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곳곳에 놓여진 꽃과 디퓨저는 관객들의 맘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스텝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 뮤지션 정밀아

첫 번째 순서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그는 '노래가 흐른다'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봄의 시작에 어울리는 '겨울 끝'을 부르며 관객과 소통했다. 그는 이어 부른 '낭만의 밤'에 대해 "몇 안되는 빠른 노래"라며 "노래 가사처럼 사랑하는 이와 낭만적인 날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밀아는 홍대 앞 북서쪽에 살고 있는, 진짜 '홍대 앞 그녀'다. '사는 게 니나노'를 부르기 전 그는 "다섯 곡을 정하고 한 곡은 못 정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생겼는데, 요즘 같은 시국에 공연 때 이 노래를 부르려니 힘들더라. 이제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진 만큼, 오늘은 기쁘게 부르겠다"고 말했다.

정밀아의 음악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교감하는 것이다. 그의 노래 '꽃'의 노랫말처럼 사람을 꽃 같이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본다는 것. 흔한 비유 같지만 정말 그런 시선을 가지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정밀아는 "우리를 애 먹였던 사태를 보면, 사람을 사람 대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필터를 가지고 보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뮤지선 이나

두 번째 순서는 싱어송라이터 이나. 이날 공연에서 그는 보사노바로 공연장 안을 풍성하게 채웠다. 'Deep In The Heart'로 공연의 문을 연 이나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기존에 알려진 곡을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나의 차분하고 허스키한 보컬은 보사노바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Garote De Ipanema'에서 이나만의 매력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그는 " 보사노바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Baden Powel'l 의 곡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전했고, 함께 한 두 세션, 홍성윤의 기타와 최승환의 퍼커션 연주 또한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두 곡, '제주도의 푸른 밤'과 '보랏빛 향기'를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해 선보였다.

   
 뮤지션 곽푸른하늘

세 번째 순서는 싱어송라이터 곽푸른하늘. 지난 1월 벨로주에서 진행한 단독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2집 수록곡들을 선보이며 잔잔한 공연의 막바지를 장식했다. 첫 곡으로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를 선보인 뒤엔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는 의문문이 아니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내용이다" 라고 조용히 전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어떻게 노래 할 수 있을까'와 '902동 302호'를 선보였는데, '902동 302호'에 대해서는 "어릴 적 있었던 추억이 생각나서 만들게 됐다. 예전에 살았던 집을 종종 찾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곽푸른하늘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사물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작은 감정들을 붙잡아 노래한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언젠가 내가 경험한 일을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집 앨범 '어제의 소설'의 타이틀 곡인 '읽히지 않는 책'도 그렇다.

곽푸른하늘을 아는 대중들도 그렇지만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곡의 가사가 많이 회자되곤 한다.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오늘 아침 떨어뜨린 머리카락'과 같은 비유는 사소하지만 그 순간의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의 작사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홍대 앞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중·상업음악 보다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에게는 이른 바 '홍대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때로는 비아냥 거림을 당하기도 한다. 음악 앞에 지워지는 이런 기준들은 이젠 얼마나 식상하고 유치한지.

"사람을 꽃으로 보자"는 정밀아의 말처럼, 홍대 앞을 근거지삼아 음악을 창작하고 노래하는 그들은 아름답다. 우리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아티스트와 소통할 뿐 아니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벌써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홍대 앞 그녀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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