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홍석현 대선 출마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JTBC 손석희 앵커는 20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 20일 '뉴스룸' 앵커브리핑 서두에서 "오늘은 저희들의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홍석현 논란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저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진심이 오해 또는 폄훼되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광고료로 지탱하면서도 광고주를 비판한다던가 언론에게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정도에 따라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며 그간 JTBC가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표현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의 문제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희 JTBC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는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한다든가, 매우 굳건해 보였던 정치권력에 대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때 저희들의 고민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예외 없이 커다란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앵커는 위 멘트를 통해 삼성그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보도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이재용 부회장 보도를 준비하면서 겪었을 어려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손석희 앵커는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며 공명정대해야 할 언론의 입장을 강조했다.

 

JTBC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편견에 저항해야 했다. 종편 초기에는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으나 손석희 사장 영입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논란을 회피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보도하려 애쓰는 손석희 앵커의 철학이 고스란히 뉴스에 묻어났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논란과 관련해 JTBC는 지상파의 보도량보다 훨씬 많은 보도를 기록했다. 당시 방송기자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2013년 10월 21일자 지상파 국정원 대선개입 보도량은 3사를 합쳐 977초였으나, JTBC는 1010초였다.

지상파 3사 및 타 종편이 정부여당에 편향된 목소리를 내보낼 때도 JTBC는 달랐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보도 - 5월 삼성반도체 백혈병 보도로 이어지며 뚜렷한 소신을 보여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도 JTBC는 언론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최순실 태블릿피시' 특종을 터뜨리며 공영방송을 제치고 신뢰도 1위로 평가받는 등 무서운 영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홍 회장의 출마가 확실시 되면 JTBC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도가 한번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홍 전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JTBC 뉴스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스로 후보가 되어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석희 앵커는 결단을 내렸다. 뉴스룸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로 한 것이다. 앵커브리핑 마무리에서는 "나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강경하게 밝혔다.

 

한편, 홍석현 회장은 "제 생애 고난과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고뇌와 번민이 깊었던 적은 없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구체적으로 저는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회장직 사퇴 의지를 표명했다.

홍석현 회장이 언급한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등은 대권 출마를 우회적으로 선언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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