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살인자인가요?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우리는 살면서 너무 믿어서 배신당하고 너무 믿지 못해서 혼자가 된다. 상대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알기엔 솔직하지 못하고 감추는 비밀만 늘어가는 사회가 어렵기만 하다. 세상 둘도 없이 믿었던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불신하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중성 때문일까?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현장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피로 쓰인 '분노'라는 글자. 용의자가 지내던 곳엔 사람들의 분노에 대한 내용이 낙서 되어있기도 하다. 그 후 1년,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남자가 나타난다.

도쿄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클럽파티를 즐기는 동성애자이다. 그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은 깊어가지만 좀처럼 표현을 잘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를 유마는 신뢰하지 못한다. 

치바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을에는 이미 소문이 자자한 가운데, 아이코는 매일 아빠의 도시락을 싸다 주며 밝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그녀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딸의 과거를 알기에 그녀를 향한 타시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보지 못하는 요헤이는 그를 의심한다.

오키나와

오키나와 최북단 이헤야 섬으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새로 사귄 친구 타츠야(사쿠모토 타가라)와 무인도 호시지마 섬을 구경하러 간다. 볼 것이 없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서 그들은 배낭여행을 하는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점점 친구가 된다. 인근 섬 민박집 아들인 타츠야네서 타나카는 함께 지내며 일을 하게 된다.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마츠야마 켄이치, 츠마부키 사토시, 아야노 고, 모리야마 미라이, 히로세 스즈 등 일본 최고의 배우들의 역대금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영화 '분노'는 초특급 스타 배우들의 출연에 더불어 도쿄의 화려함, 한가롭고 소박한 항구 마을, 그리고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경치들이 교차하여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려낸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는 '분노'를 신문 연재할 때 이야기의 핵심인 살인사건 범인을 정하지 않고 썼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는 셋 중 누가 범인이 되어도 말이 되어버린다. 영화 '분노'에서는 누가 범인일까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믿음과 불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느낄 수 있는 분노는 꼭 '화'가 아닌 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나고 원통한 '분함'을 보여준다. 

약간은 지루한 듯 천천히 진행되지만 집중하다 보면 셋 중 아무도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연재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분노'는 30일 개봉한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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