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몬테로 ⓒ Shelley Mosman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가 배출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자랑하는 ‘클래식 스타'이자 오늘날 클래식계의 보기 드문 실시간 즉흥 대가인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Gabriela Montero)가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즉흥' 연주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이 당대 뛰어난 즉흥 연주가로 명성을 날릴 만큼 클래식 연주 전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분리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즈음 점차 그 모습을 감췄다.

현재 무대 위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클래식 연주자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몬테로의 즉흥력은 그 자체로 차별화돼 음악계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몬테로는 구(舊) EMI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즉흥곡들이 담긴 음반 'Bach and Beyond', 'Baroque' 등을 차례로 내놓으며 독일 ‘에코 클라식 상', 프랑스 ‘올해의 쇼크 상' 등 권위적인 음반상을 골고루 수상했다.

1995년 쇼팽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할 만큼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몬테로는 진지한 클래식 레퍼토리는 물론 창의적인 즉흥 연주 모두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연주자다.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요요마, 이차크 펄만 등 거장들과 함께 남미 대표로 초청받은 적 있다. 최근에는 즉흥 연주를 넘어 직접 작곡한 교향시 "Ex Patria(옛 조국)"과 라흐마니노프 2번 협주곡, 자신의 즉흥곡 3곡이 수록된 신보(Orchid)로 2015년 "라틴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클래식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몬테로는 첫 내한을 맞아 자신의 장기인 즉흥 연주와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1부에서는 안정된 기교를 바탕으로 한 리스트 b단조 소나타와 브람스의 ‘인터메초' Op.117이 연주되며, 2부에서는 몬테로의 트레이드 마크인 관객들과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즉흥 연주가 펼쳐진다. 관객들이 즉석에서 신청해 불러주는 멜로디를 가지고 몬테로가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즉흥 퍼레이드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해외에서는 영화 '해리포터'의 주제곡이나 각국의 민요, 심지어 휴대폰 벨소리마저도 몬테로의 손에서 7-8분 길이의 바흐나 쇼팽, 라틴풍의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탈바꿈하곤 했다.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이번 공연은 다음 달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1회 공연으로 진행된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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