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일 포스티노'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출신이자 칠레를 상징하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던 건, 작년 여름 남미 여행 중 칠레를 방문했을 당시였다. 그저 이름만 겨우 들어본 정도였는데,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네루다의 생가, 그리고 그가 사랑한 도시 발파라이소를 통해 파블로 네루다라는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였는지 뒤늦게 체감했다. 그를 기리기 위해, 칠레에선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일 포스티노' 또한 그중 하나였다.

1950년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이탈리아로 망명하게 된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가 바다가 보이는 어느 해안가 마을로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집배원 '마리오'는 그를 통해 친해짐과 동시에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그의 시집을 샀다.

무심코 샀던 네루다의 시집을 읽던 '마리오'는 시의 매력에 빠져들어 네루다와 교감을 하면서 그의 사상과 네루다의 시의 핵심인 '메타포레(은유)'의 문을 두드렸다. 때마침 '마리오'의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그녀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마리오'와 네루다의 유대는 돈독해졌다.

   
 

'일 포스티노'를 통해 '은유'가 단순히 감정을 전달하는 주요 표현법 중 하나가 아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섬의 아름다움을 겨우 '베아트리체 루소'라고 표현하지 못했던 '마리오'는 '은유'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아무 생각이 없었던 섬의 아름다운 모습들, 그리고 제값 받지도 못하는 섬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흥정하려고 드는 인물들, 오로지 표만 받으려는 양심 없는 정치가들이 '마리오'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원작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비교하면 '일 포스티노'는 큰 내용은 비슷할지라도, 후반부 전개를 비롯하여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 일부 설정 및 비중 등에 있어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영화는 구도를 너무 단순화시켜서 소설이 더 낫다, 극적인 요소는 소설보다 영화가 더 낫다'며 반응들이 사뭇 갈리기도 한다.

   
 

파블로 네루다와 그가 살았던 당시 칠레의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소설을 택하는 게 맞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일 포스티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파블로 네루다라는 위대한 시인을 통해 우리는 은유가 문학을 뛰어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마리오'는 은유를 통해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를 얻게 되었고, 삶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못 봤던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파블로 네루다가 외치던 "메타포레!", 알고 보면 우리의 삶 전반에 깔린 위대한 것이었다.

일 포스티노(Il Postino, The Postman), 1994, 전체 관람가, 드라마 ,
1시간 54분, 평점 : 3.8 / 5.0(왓챠 기준)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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