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3 '콩 : 스컬 아일랜드'

   
▲ 콩: 스컬 아일랜드(2017)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만약 인류를 위협할 만한 거대한 몬스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이 상상력을 영화 등을 통해 한번씩 가정해보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10여 년만에 등장하는 친숙한 몬스터 '콩'이 주인공인 '콩 : 스컬 아일랜드'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무슨 평을 남겼는가?

'콩 : 스컬 아일랜드'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 알려달라.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내가 알던 '콩'이 아니었다!"랄까? 이전 '킹콩 시리즈'와 비슷할 줄 알고, 영화 시놉시스는커녕 예고편조차도 제대로 보지 않고 곧장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2시간가량 되는 상영시간 동안, '스컬 아일랜드'의 젊은 제왕 '콩'의 아우라를 보며 인간은 자신들이 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무릎 꿇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자연을 지배해왔던 인간들을 향해, '콩'은 "너희는 한없이 약한 존재다"라고 외치며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로 압도했다. 몬스터를 보면서 "우와 멋있다"고 감탄사를 날려본 게 실로 오랜만이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피켓팅' 끝에 천호 아이맥스 명당에서 본 보람이 넘쳐났다. 아이맥스 팬들이라면, 아이맥스가 시작될 때 나오는 인트로 영상을 가장 두근거리면서 볼 것이다. '콩 이즈 킹'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아이맥스 특별 인트로는 끝내줬다. 사실 '스컬 아일랜드'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루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폭풍우가 걷히고 '콩'이 등장하는 순간은 인상적이었다. 그 스크린 전체를 차지하는 '숨 막히는 앞태와 뒤태'는 오래 남을만한 잔상이었다. '신비한 동물 사전'을 뺨치는 '신비한 괴수 사전'을 보는듯한 중·후반부도 매력적이었다.

   
▲ 콩 : 스컬 아일랜드(2017)

사실 '킹콩'시리즈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이전 편과 다르게, 이번 '콩 : 스컬 아일랜드'는 전혀 다른 시리즈라고 많이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물어보겠다. 지난 '킹콩'시리즈가 더 나았나, 아니면 '콩 : 스컬 아일랜드'가 더 나았나?

ㄴ양 : 피터 잭슨의 '킹콩'을 극장에서 처음 볼 때, 울면서 봤다. 당연히 '킹콩'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래도 이번 영화의 흥미로운 점을 언급해보려 한다. 조던 보그트-로버츠 감독은 기존 세계관에 한국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넣어서 신기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던 감독은 "한국영화를 많이 참고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었다. 작품을 보고나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오프닝 장면인 일본군 조종사와 미군 '말로우'의 추격 장면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연상됐고, '스콜 크롤러'가 해골을 구토하는 장면은 '괴물'에 나오는 비슷한 장면이 떠올려졌다. 여기에 '콘래드'(톰 히들스턴)가 '카타나'를 들고 '리프윙'을 무찌르는 모습과 '콩'이 '마이어 스쿼드'를 맛있게 먹는 장면은 '올드 보이'가 생각났다.

여기에 이 영화는 1930년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과 다르게,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일까? 1979년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오마주가 이 영화를 통해 선보여졌기 때문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이성과 광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생생한 장면의 촬영을 위해 실제 네이팜탄을 터뜨린 일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 역시 인간의 욕심이 재앙을 불러일으켰고, 네이팜탄을 통해 '잠자는 괴수의 코털'을 건드린 생존 게임으로 구성됐다.

   
▲ 킹콩(2005)

석 :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킹콩'의 모습을 선보였던 '콩 : 스컬 아일랜드'는 분명 매력이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양 기자가 열거한 '콩 : 스컬 아일랜드'의 특성에 대해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장점이 돋보이는 만큼 단점 또한 돋보였다. '콩'이 살고 있는 '스컬 아일랜드'로 인간들이 떠나는 이유와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게 연결지은 흔적들이 보였다. 또한, 주인공이 '콩'이기에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콩'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간과 다른 몬스터들 죄다 병풍이 되어버렸다. '스컬 아일랜드'에 발을 딛는 순간 인간들은 몰개성화되었고, '콩'을 제외한 몬스터들은 액세서리로 전락했다.

그래서 아직은 '콩 :스컬 아일랜드'보다 '킹콩'이 익숙하다. 2005년 피터 잭슨이 만들어낸 '킹콩'은 상영시간이 워낙 길어서 취향에 따라 지루한 전개라고 말하는 이들도 없잖아 있지만, 확실한 세계관과 '킹콩'을 비롯하여 '스컬 아일랜드'에 서식하는 몬스터와 원주민들, 그리고 '스컬 아일랜드'를 방문한 인간들의 존재감도 확연히 드러났다. 게다가 흉포하고 무섭지만, 인간처럼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줄 아는 몬스터 '킹콩'을 보며 마치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는 인상도 주었다. 같은 SF 액션이라도 감동까지 주었으니, 더 오래 남지 않았을까?

'콩 : 스컬 아일랜드'는 알다시피, 지난 2014년에 개봉한 '고질라'와 함께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함과 동시에 다음 편이 '콩 VS 고질라'라고 한다. 여기서 유치한 질문 하나 하겠다. '콩'과 '고질라'가 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ㄴ석 : 사실 이 막강한 두 몬스터의 대결은 모든 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체급으로 비교하나, '고질라'의 주 에너지 원동력 등을 비교해보면 객관적으로 '고질라'가 '콩'을 충분히 압도하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질라'는 방사능을 먹고 살며, 방사능을 방출하는데 누가 이기나). 하지만 싸움을 통해서 머리를 써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마침내 꺾어버리는 '콩'의 지능과 순발력 등을 보고나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고질라' 영화인 '신고질라'에서도 인간이 '야구치 플랜'을 가동하여 '고질라'의 움직임을 저지했듯이, 인간을 매우 빼닮아 있는 '콩' 또한 '고질라'를 막아내지 않을까 싶다.

   
▲ 고질라(2014)

양 : 개봉한 지 1주일이 지났으니, 이제는 쿠키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세상의 주인은 인류가 아니고, 괴수들이 언제 지구를 되찾는가가 문제"라는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고질라'와 숙명의 적수인 '라돈', '모스라', '킹기도라'의 동굴 벽화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2014년 개봉한 '고질라'의 속편(2019년 개봉 예정)을 암시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 사이에 '어린 콩'은 이제 '성인 콩'이 되지 않을까? 약 40년 이상의 세월을 '스컬 크롤러'와 수련하면서 보낸 '콩'의 활약이 기대된다. 심지어 덩치도 예전 '킹콩' 작품보다 커졌으니, 도구도 사용할 줄 아는 영리한 '콩'의 승리를 예상해 본다. 도시는 남아나질 않겠지만.

'콩 : 스컬 아일랜드'의 총평을 남긴다면?
석 : ★★★ / "웰컴 투 몬스터 콩 쇼!" 니가 알던 '콩'이 아니야!
양 : ★★★☆ / 괴수물도 좋은 유니버스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 부합하는 내용.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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