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두산인문극장: 갈등', 20일부터 4개월 대장정 돌입

   
▲ (왼쪽부터) 김은성 연극 '목란언니' 작가, 전인철 연극 '목란언니' 연출,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안무·연출가, 연극 '죽음과 소녀'에 출연하는 양종욱 배우(양손프로젝트 대표), 김재엽 연극 '생각은 자유' 작·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월 2일~14일 연극 '죽음과 소녀'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죽음과 소녀'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으로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에서 이름을 딴 희곡이다. 칠레의 독재정권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양손프로젝트가 2012년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에서 워크샵으로 처음 선보인 후 같은 해 11월에 본 공연화 됐다. 이번 공연에서 양손프로젝트는 원작의 8개 장면 중 3개 장면을 선별, 압축하여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박지혜는 이 작품을 통해 201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양손프로젝트의 대표이자 작품에도 출연하는 양종욱 배우는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이후, 5년이 지났다"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같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생각과 관점은 달라졌을 것이다. 저희가 만든 연극 형식 자체도, 어찌 보면 저희에게 덜 신선하기도 하다. 처음 작품을 만들 때 하려고 한 생각, 언어가 어떤 것이 유효하고 유효하지 않은 지에 대해 재고하고, 반성하고, 토론하고 있다. 어떻게 바뀔지, 공연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연극 '죽음과 소녀'에 출연하는 양종욱 배우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5월 23일~6월 17일 연극 '생각은 자유 Die Gendanken sind Frei'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생각은 자유'는 2013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을 수사한 김재엽의 신작 연극이다. 독일의 민중가요 '생각은 자유다(Die Gendanken sind Frei)'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으로 극작가이자 연출가 김재엽이 독일 베를린에서 1년간 생활하며 겪은 일들로 구성됐다. 그가 쓴 일기와 창작 노트, 현지 인터뷰 등을 활용해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과 베를린(독일)의 예술과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질문을 던진다.
 
'가족병: 혼자라도 괜찮을까?',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등을 연출한 김재엽 연출은 "최근 작품에서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 많아졌다"는 질문에 "이번 작품에도 저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다큐멘터리 요소가 많이 보인다"고 입을 열었다. 김 연출은 "2015년 1년 동안 베를린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며 "이것들을 무대에 형상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재엽 연출은 "'여기, 사람이 있다'이라는 용산참사를 다룬 연극을 쓴 적이 있었다"며 "당시 인권재단이나 당사자 선생님들이 오셔서 공연을 본 후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단지 소재로만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겪은 것과 성찰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소재로만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 아버지부터 시작해, 내 이야기로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작품을 쓰는 방법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있지만, 내가 느꼈던 것으로부터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를 다룬 이유를 묻자 김 연출은 "작품의 부제가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이라며, "작품은 내가 베를린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베를린의 연극 환경은 다 공공성이 있다. 공공예술과 정치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펴보고, 제대로 된 공공성의 실현인지 살펴보게 됐다. 난민 예술가들을 1년 동안 한시적인 이주민의 시각으로 보게 됐다. 한국사회를 돌아봤을 때, 세월호 문제 등 광장이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상태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 김재엽 연출이 연극 '생각은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어 김재엽 연출은 "여기에 태극기를 통해 나오는 표상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와 민주주의를 거침에도 국가나 자기 정체성을 여전히 상실했고, 조작된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세계적인 의미에서 난민이라는 의미도 있고,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상황에서도 난민을 고려했다. 우리는 세계시민인데, 유학을 가는 사람도 있고, 적어도 서울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 그런 사회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는 공포 속에 있는 이들도 난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4월 12일~5월 27일 전시 '또 하나의 기둥 An-Other Column' / 두산갤러리
'두산인문극장'은 공연만 하지 않는다. 두산아트센터에 있는 두산갤러리에선 기획전시로 '또 하나의 기둥'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둥'이라는 존재, 공간의 안과 밖에서 때로는 개인으로, 때로는 대중 속에서 대립되고 연결되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두 작가, 샌정과 홍범의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회화의 근본적인 의미를 탐구하며 개인의 사유의 과정을 그림에 담는 작가 샌정은 회화 작품을, 공간과 장소의 기억에 대해 드로잉,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 홍범은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두산갤러리는 주로 개인전을 많이 했다"며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연결이 되어서 있었고, 이번 전시는 샌정, 홍범 작가와 '갈등'이라는 주제를 다뤄보고 싶었다. 전시에서 갈등이라는 현상이나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갈등의 모습이 드러나진 않을 것이다. 두 작가는 한 개인이 주변의 타자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어떻게 연결이 되고, 분리되는지, 그 미묘한 차이에 의해 어떤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설치와 회화작업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개인의 내면에는 무수한 고민과 모순된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종종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개개인의 고통이 외피를 뚫고 나와 밖으로 표출되면서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 타인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끈은 나를 고립 시키기도 하고 대중의 중심에 놓이게도 한다. 
 
   
▲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3월 27일~5월 22일 매주 월요일 무료 강연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오는 27일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기조강연 '우리 시대 갈등의 종단면과 횡단면'을 시작으로 5월 22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선 '두산인문극장' 무료 강연이 열린다. 이어 4월 10일엔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의 '고인류 화석에서 읽어내는 갈등의 흔적'이, 4월 17일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경제적 갈등,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집단적'이, 4월 24일엔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의 '남북관계, 갈등과 협력 사이' 강연이 열린다.
 
5월 1일엔 송지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인권, 갈등, 민주주의'가, 5월 8일엔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의 '국제정치경제적 갈등은 불가피한가?'가, 5월 15일엔 김예란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의 '미디어는 갈등을 먹고 진실을 낳는다'가, 5월 22일엔 박지형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의 '스피노자의 거미 - 사회적 갈등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강연이 진행된다.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강연을 통해 갈등을 전부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갈등은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갈 때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갈등의 파국으로 다다르지 않고 생산적인 방향의 에너지로 전환할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하는 방향으로 강연을 계획했다. 여기에 사용 가능한 자원 안에서 신규 공연이나 진행됐던 공연, 전시를 어떻게 배치할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선 무료 영화 상영도 진행된다. 3월 20일 오후 2시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밀그림 프로젝트', 오후 4시 30분 김연실 감독의 '대답해줘', 오후 7시 30분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가 상영된다. 이날 김연실, 박정범 감독과의 대화는 각 영화 상영 후에 진행된다. 이들 작품은 4월 20일('무산일기'), 5월 1일('밀그림 프로젝트'), 5월 29일('대답해줘') 오후 4시에 재상영된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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