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SeMA Green 2017 - 날개.파티' 展 5월 14일까지 열려

   
▲ 안상수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품 '홀려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한글 자음을 'ㅎ'이라고 밝혔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창작자에게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태도는 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홀림이라는 말에서 이상한 주술의 힘이 느껴진다."

 
한 사회와 문화의 기본이 되는 문자의 근본 속성을 탐구하고,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살펴본다. '안상수체'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를 살펴보는 전시 'SeMA Green 2017 - 날개.파티'가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열린다. 안상수 디자이너는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편집 디자인, 로고 타입 디자인, 포스터 제작, 벽면 드로잉과 설치 작업, 문자 퍼포먼스, 캔버스 문자도, 실크스크린, 도자기 타일 등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한글' 작업을 진행했다.
 
안상수의 작품 세계는 '문자'에 내재한 여러 시각 요소를 결합해 반응시켜, 우리의 문자 지각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해준다. 관객은 그의 작품 속에서 언어의 상징 의미와 조형 체계가 분리하는 독특한 경험을 맞이한다. 안상수의 작가 정체성은 세계에서 가장 어린 문자인 '한글'이라는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와 디자인 작법을 만들면서 시작했고,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그만의 디자인 언어는 국내만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안상수 디자이너의 2017년 작품 '도자기 타일'
 
1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안상수 시각디자이너, 권진 전시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디자이너 안상수의 호이자 'PaTI'의 교장을 뜻하는 이름씨 '날개'와 '파티(PaTI)'가 만나는 이번 전시로 문자의 근본 속성을 탐구하고, 나아가 교육 전체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그려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SeMA 삼색전(三色展)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한국 미술계의 모습과 자취를 세대별로 살펴보는 격년제 기획전으로, 이중 원로 작가의 업적과 자취를 반추하고 한국 미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세마 그린(SeMA Green)'은 2013년 김구림, 2015년 윤석남에 이어 올해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파티(PaTI)를 초청했다.
 
   
▲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최 관장은 "미술관은 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미래 지향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파티'에도 초점이 맞춰져서 뜻깊은 전시라 생각한다"며 "오늘(14일) '한글과 영어 조기 교육하지 않고, 제때를 기다리며 교육하겠다는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 교육의 혁신을 꾀하면서, 여러 기관이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아가는 바를 이 전시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관장은 "이번 전시 작품을 자세히 보면서 좋게 생각한 것이, 요즘 우리말이 많이 오염되고 귀한 한글을 홀대하고 있다"며 "한글에 영향을 주신 다섯 명의 흉상이 전시장에 있는데, 문화로 큰 나라를 만들고자 한 세종대왕과 백범 김구 등의 정신이 잘 구현되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 비전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진 전시 큐레이터의 소개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크게 '날개'와 '파티'로 구성됐다. '날개'에선 안상수의 주요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안상수체부터 문자도까지', '웃는 돌 로고와 죽산국제예술제 포스터', '문자도 영상 리프로덕션', '도자기 타일'로 이뤄졌다. '파티'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함께 멋짓는 배곳', '과정으로 배우는 배움', '배우미'로 관객을 찾는다. 기자간담회 중 나온 안상수 디자이너의 소감과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안상수체로부터, 1985-'
 
이번 전시를 올리는 소감을 전해 달라.
ㄴ 안상수 : 나이 60에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그만두고, 삶의 변화를 추구했다. 우리나라에서 60살이라는 것은 한 삶의 막인데, 나머지 삶은 보너스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 온 두 가지 큰 축은 교육과 디자인이었다. 교육을 디자인하는 쪽에 남은 삶을 매진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기존에 우리가 가진 창의적인 교육 틀을 실험하고자 한다. 최근 5년간 그런 발자취를 걸었다. 내가 보기엔 전시라는 것은 내 작품이 아니고, 큐레이터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권진 큐레이터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 창의적인 교육 틀에 초점을 맞춰 이 전시를 디자인했다. 개인적인 내 작업 40년 신념과 더불어 지난 5년간 파티에 나온 사업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프로젝트라는 말보다 사업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사업'의 뜻은 '주역'에 등장하는 '하늘의 도리를 펼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파티'라는 학교를 여러분이 이해하면, 전시의 큰 윤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후년인 2019년은 독일의 디자인 교육기관 '바우하우스'가 100주년을 맞이한다. 3.1 운동이 열린 그해에 바우하우스도 시작했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문화예술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예술성과로 생각 중인데, 몇몇 미술관에 가면 바우하우스의 전시를 자주 보게 된다.
 
'바우하우스'를 전시한다는 것은 그 학교의 콘텐츠를 전시하는 것이다. 많은 평론가, 이론가가 바우하우스는 '이념'이라고 말한다. 저희가 디자인하는 '파티'는 바로 그런 것이 되고 싶었다. 역사의 콘텐츠가 되고 싶은 것이고, 인간을 받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에 대해 실험을 하고 싶었다. 요즈음 교육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교육은 창의와 행복을 지향한다. 과연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지가 이 전시의 추구점이다.
 
   
▲ '파티' 아카이브 전시 전경.
 
'파티'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ㄴ 60이 된 해에 학교를 조기 퇴임한 후 '파티'를 시작했다. 당시엔 10여 명도 되지 않았다. 무재산을 표명했고,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올해 첫 번째 '배우미'(학생) 중에 '한배곳 마침이'가 나왔다. '배곳'은 주시경 선생님이 학교를 배곳이라고 표현했고, 그걸 되살리고자 했다. '마침이'가 졸업생이다. 이번에 한 명만 탈락하고, 4년 동안 모두 완주했다. 2월에 졸업식을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올해는 30명 정도 뽑았는데, 학교 정원을 다 합해도 100명이 되지 않는다. 대학원 과정은 '더배곳'인데, 작은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홀려라'라는 작업을 했다. '몰입'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이 작업이 주는 의미는?
ㄴ 감정이입이 되면, 그 대상과 내가 일치된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상상력이나 창의적 열망이 피어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새로운 것을 디자인할 때 벽을 느낄 때가 있다. 계속 그걸 머릿속에 두고 되새김질을 하면 거기에 홀려버리는 형태가 있는 것 같다. 정말 꿈을 꿀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나오기도 한다. 자기의 몸을 완전히 던져서, 몰입한 상태에 이르려고 하지 않는 것이 벽이라 생각한다. 그걸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다. "홀리듯 하라"인데, 연애도 홀리듯 하지 않는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고, 잠이 모자도 홀려서 만난다.
 
창작자에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는 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홀림이라는 말에서 이상한 주술의 힘이 느껴진다. 두 개가 만난다는 것은 창작의 기본적인 요건이다. 산소와 수소가 만나서 물이 생성하는 것이 그렇다. 한자와 한글이 만나고, 분야와 분야가 다른 것의 만남을 주선해주거나 추구하는 것을 교육한다면, 그 가능성이나 방법을 일깨워주려 한다. 너무나 단세포적으로 성장하거나, 하나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다. 만남에 대한 화학반응이 상당히 기대되고, 생각지 못한 결과물을 이뤄내기도 한다.
 
   
▲ 안상수 디자이너의 2017년 작품 '홀려라'
 
'파티'에서 지향하는 교육은 무엇인가?
ㄴ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를 부리는 것이다. 글자를 부려서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신문을 디자인하는 게 있겠다. 디자인에서 글자는 마치 컴퓨터 공학의 수학과 같이 기초분야다. 디자인 대학에선 타이포그래피를 빡빡하게 한다. 당연히 다른 디자인도 하겠지만, 전문가들이 타이포그래피를 떠올리면 근본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타이포그래퍼들이 대개 디자인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를 기본으로 한 이유는 근본을 중요시하는 학교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였다.
 
'파티'가 일반인을 위한 학교는 아니다. 디자인적인 분야에서 저희가 주장하는 것이 있다. 현재 교육은 대개 스타나 전사를 길러내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가 되어야 한다거나 좋은 회사로 취직해 돈을 번다는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훨씬 밀착하는, 실사구시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한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자기 삶을 잘 영유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3학년 때부터 '삶 디자인'이라는 자기 삶의 앞날을 위한 디자인을 2년 동안 계속 공부한다. 이번 졸업생이 어떻게 갈지 아주 궁금하다. 디자인 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고, 귀농한 사람도 있고, 스위스로 유학을 간 친구도 있고, 맥주를 만드는 친구도 있고, 소금을 발견해서 우리의 고유 자연미를 발견하며 판매하는 친구도 있다. 세 사람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어, 집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다 알만한 회사에 취직해 번듯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 길은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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