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화이트데이 콘체르토' 리뷰

   
지휘자 백윤학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방송 동시에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했던 '팬텀싱어'들이 KBS교향악단과 한 무대에 섰다.

10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화이트데이 콘체르토'가 열렸다. KBS교향악단은 2013년부터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정통 클래식을 벗어난 대중성 공연을 기획해 왔다. 그동안 한지상, 오소연, 브레드 리틀, 카이 등 최정상 뮤지컬 배우들이 초청됐고, 이번에는 JTBC 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현수, 백인태, 유슬기, 손태진이 초청됐다. 이번 공연은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큰 인기와 관심을 받았다.

1부는 백윤학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이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과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를 연주했다. 서사적 색채가 강한 이 두 곡은, 이번 콘서트가 클래식 관객층 이외에도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하겠다는 기획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 선곡이었다.

 

   
테너 유슬기

원작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차이콥스키에 의해 더욱 다채로운 서사로 거듭났다. 웅장하고 유려한 선율은 당연하거니와, 극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이 소나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 결혼식을 돕는 로렌스 신부의 캐릭터로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곡의 피날레는 연극 무대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을 연상시키며 화려하게 장식됐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는 9개 단락의 탄탄한 서사 구조를 가진 곡이다. 10대 깡패 제트 파와 샤크 파의 갈등에서부터 두 두목이 목숨을 잃고 사랑의 테마가 피날레로 장식되기까지, 관객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심포닉 댄스'는 한 무대에서 다양한 악기가 내뿜는 다채로운 리듬이 조화롭게 범벅돼 있는 곡이다. 백윤학 지휘자의 춤에 가까운 흥겨운 지휘 몸짓은 이 곡의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낸다.

음표라는 언어로 쓰인 서사는 타인의 진부한 서사조차 '나'의 특별한 서사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1부에서 백윤학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앙상블은 그 문장을 실감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2부는 많은 관객들이 기다리던 '팬텀싱어' 4인방의 무대였다. 테너 김현수, 백인태, 유슬기, 바리톤 손태진이 게스트로 출연해 KBS교향악단과 합을 맞췄다. 각 솔로곡은 라라의 '그라나다'(유슬기),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별'(손태진),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김현수), 오페라 '베르테르'의 '왜 나를 깨우는가'(백인태) 순으로 진행됐다.

듀엣곡부터는 '팬텀싱어' 프로그램에 방영됐던 곡들로 채워졌다. 김현수-손태진 듀엣은 '꽃이 핀다', 백인태-유슬기 듀엣은 'Grande Amore(위대한 사랑)'를 불렀다. 이후에는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조합의 3중창, 4중창곡이 이어졌다. 백인태-유슬기-손태진은 3중창으로 'Quando I'amore diventa poesia(사랑이 시로 승화될 때)'를 불렀고, 여기에 김현수의 목소리가 더해져 'Il libro dell'amore(사랑에 관한 책)'의 하모니가 펼쳐졌다. 앵콜곡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다.

 

   
테너 백인태

백인태-유슬기 듀엣은 무대서 '관객 분들이 굉장히 조용하고 집중력 있게 보셔서 더 긴장됐다', '심사위원 2000명이 제 앞에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곧 본인들의 페이스를 되찾아갔다. KBS교향악단과 같은 국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무대는 공식적으로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네 팬텀싱어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애티튜드로 관객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김현수는 '팬텀싱어' 1차 예선에서 불렀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솔로곡으로 부르며 '테너 김현수'로서의 역량을 보여줬다. 숨죽이며 지켜본 그의 솔로 무대는 안정적인 감정선에 애절한 보이스가 포개어져, 김현수의 네모리노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이번 무대는 클래식 관객층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KBS교향악단의 의도가 선곡 및 게스트 등의 적절한 구성으로 나타난 근사한 공연이었다. 한편, 방송을 통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대중들에게 확산시킨 팬텀싱어들은, 정통 클래식 공연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재원들임을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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