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번수, 절망과 가능성, 2005, 모사, 평직, 201×202㎝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송번수 작가의 타피스트리 작품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면, 그건 작가의 철학이 작품으로 녹아들었기 때문이고, 이에 감응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송번수 작가의 작품은 사회, 우주를 포괄하여 전체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아직 세상을 살만해야 한다고." 비록 지진과 전쟁이, 기아와 독재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이를 저항해야 한다고. 그것은 그림과 부조와 실크스크린으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송번수, 판토마임, 1972, 스테인레스 스틸에 세리그라피, 111×79㎝×(2) ⓒ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란 본질적으로 시대의 기록자요, 감시자이고, 나아가 비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방독면을 쓴 남자를, 굶어 죽는 아이를, 휴전선 사이의 여자를 그렸다.

그 뿐만 아니다. 작가는 우주의 본질과 중심을 추구하고자 했다. '상대성 원리'와 '우주-빛이 있으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우주의 중심을 생각하고 그 안에 있는 우리를 생각했다. 감싸고 있는 우주는 혼돈보다는 정돈과 변화가 감도는 그런 정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

   
▲ 송번수, 상대성 원리, 1988, 세리그라피, 목판화, 110×150㎝ ⓒ 국립현대미술관

그의 이미지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가시'이다. '미완의 면류관' 에서 성당에 십자가를 대신할 만한 엄숙함과 그리스도의 자세를, '이라크에서 온 편지'에서 전쟁의 아픔과 가시돋힌 사회를, '절망과 가능성'에서 아픔 속에서 희망을 생각하는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는 꽃이었지만, 다 떨구고 가시만 남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픔을 직시하고 이를 희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가시에서 우리는 아픔과 희망을 본다.

   
▲ 송번수 작가의 작품 '흰장미', '야화', '예술가의 만찬'

송번수라는 작가가 오래 살아 남아 다작하고 한국 미술계에 실크스크린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타피스트리 작품으로 세계에서 대회 수상을 하는 실질적인 기록보다, 나는 그의 철학과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엿보게 되어 기쁜 전시였다.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를 그로 마감하게 되어 뜻 깊다. 앞으로도 한국 미술계에 큰 별로 빛나주길 바란다.

   
▲ 송번수, 미완의 면류관 ⓒ국립현대미술관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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