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밀리언 달러 베이비'

   
 

[문화뉴스 MHN 석재현 인턴기자] 얼마 전에 끝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폭풍은 박스오피스에 크게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하여 300만 명을 넘어선 '라라랜드'는 6관왕에 힘입어 이번 달까지 계속 상영하고 있고, 최초 흑인에 의해 만들어져 이슈가 되었던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3관왕까지 거머쥐면서 국내에선 다양성 영화로 개봉했음에도 1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찾으면서 탄력받는 중이다. 권위 있는 시상식이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획을 그은 영화로, 두고두고 명작으로 꼽기도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총 4관왕을 차지하였다. 서부 영화의 상징이기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출연 및 감독으로 알려진 '밀리언 달러 베이비'이다. 사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 내용처럼 밝지 않았는데, 아무도 제작 투자를 해준다는 이가 없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가까스로 투자비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이런 이야기가 하나의 추억으로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이 영화를 '스포츠 영화'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극 중 주인공인 '매기(힐러리 스왱크)'와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크랩(모건 프리먼)' 등이 다 복서와 트레이너이기에 단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복싱 이야기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가족'의 유대감 형성 및 고조시키기 위해 '복싱'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을 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가족 영화'라고 해야 맞다.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복서가 꿈이라는 '매기'와 LA에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며 복서들을 기르고 있는 '프랭키', 두 사람에게 '복싱'을 제외한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으니 '가족에 대한 결핍'이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매기'와 딸을 그리워하는 '프랭키', 두 사람은 '복싱'으로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의 결핍을 하나둘씩 채워나가 '모쿠슈라(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라는 한 가족이 되어갔다. 경기의 승패는 이미 영화와 아무런 상관없었다.

엔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아름답게 끝나지 않는다. 한결같은 무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프랭키'와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자기 발전을 하는 '매기', 하나같이 외로웠고, 성장하기에는 서로 늦은 나이임에도 유사가족이라는 관계를 통해 바닥을 딛고 성장했다. 어느새 어느 한쪽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호적 관계가 되어, 한 명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도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측근인 '스크랩' 또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자,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프랭키'와는 오래된 노부부처럼, 서로에게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하면서도 서로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또한 '스크랩'은 은근슬쩍 '매기'를 체육관 안에 들여놓은 후, 앞에선 '프랭키'를 설득하고 뒤에서 '매기'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었다.

   
 

그렇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 "가족이 당신을 등질 때 당신 곁에 누가 있는가. 모두가 당신을 등질 때 당신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삶이 당신을 등질 때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며 나레이션을 하는 모건 프리먼의 대사가 관객들의 가슴을 향해 스트레이트 펀치처럼 훅 들어온다. 자, 그럼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 12세 관람가, 드라마 ,
2시간 13분, 평점 : 3.8 / 5.0(왓챠 기준)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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