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동극장 사업방향 기자간담회 열려

   
▲ '적벽'의 한 장면.

[문화뉴스] 정동극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창작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통공연을 선보이며 '살아있는 한국 전통 공연의 메카'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외국 관광객 유치를 끌어내는 것이다.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근현대 예술정신을 계승하며 1995년 개관했다. 정동극장은 전통공연의 다양성과 현재성을 모색하기 위해 '창작ing' 사업을 신설하고, 창작 공연 지원과 개발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체계를 마련해 무대에 차례로 올린다. '창작ing'는 정동극장이 2014년부터 진행해 온 '전통ing' 공연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공모 선정을 통해 쇼케이스 공연 이후 예술단체에 1회 단독공연을 지원했던 프로세스와 달리, 여러 방식의 지원체계로 다양한 공연 개발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창작ing'에선 우리 예술의 소재 발굴을 위한 무대, 이미 공연되었던 가능성 있는 작품들의 재발견 무대, 역량 있는 젊은 창작자의 발굴 무대, 극장과 예술단체의 콘텐츠 개발 무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창작 공연을 만나보게 된다. 1일, 판소리와 춤의 조합으로 판소리 '적벽가'의 현대적인 해석을 담은 공연 '적벽'을 시작으로 11월과 12월에는 쇼케이스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과 젊은 연출가 육지와 극장의 공동 창작 공연 등 신작들을 차례로 '창작ing' 무대에 올린다.
 
26일까지 열리는 '적벽'은 지난해 '적벽무'라는 제목으로 'DIMF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관하는 'H-스타 페스티벌' 금상 등 작품성과 인정받은 바 있다. 본래 전통 판소리는 1인의 고수와 1인의 소리꾼이 소리와 음악을 엮어 펼치는 무대다. 그러나 공연 '적벽'은 판소리 '합창'을 통해 그 에너지와 음악성을 높인다. 특히, 판소리 '적벽가'는 그 난도가 높아 소리꾼의 기량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져 왔다. 공연 '적벽'은 판소리 '적벽가'의 비장함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소리적 에너지와 높은 난이도를 '합창'의 강렬함으로 손쉽게 해결했다.
 
   
▲ '적벽'의 한 장면. '공명'(왼쪽, 임지수)와 '유비'(오른쪽, 이건희)가 등장한다.
 
이어 한국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전동극장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이 4월 6일 개막한다. 이 작품은 두 전통 설화의 조합을 통해 한국적 사상과 정신이 담긴 한 편의 이야기로 재창작됐다. 먼저, 삼국시대 설화 '도미부인'은 호색한 왕이 아름다운 도미의 부인을 탐했으나, 부인의 기지와 절개로 위기를 극복해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설화인 '이공본 풀이'는 제주도 굿에서 구연이 되는 서사무가로 종살이하며 주인에게 온갖 시련을 당하다 죽은 원강암이를 남편 사라도령과 아들 할락궁이가 서천 꽃밭의 되살이꽃으로 소생시키는 이야기다.
 
한편, 정동극장은 젊은 예술가를 지원, 발굴하는 창작공간 '정동마루'를 새롭게 오픈한다. 극장 마당에 위치한 카페,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 다양한 공연과 체험사업을 전개한다. 신규공간은 총 3가지 콘셉트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예술가들의 작업담과 작품을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하우스(토크)콘서트,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두 번째는 전통예술 전공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국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된다. 세 번째는 적극적인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전통예술과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된다.
 
신규 공간이 생겨나면서 인큐베이팅 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전국의 국악전공자(대학,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열린 공모를 시행해 지속적인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청춘만발'은 유망한 전공자들에게 지속적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전통분야의 예술가로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첫 무대부터 정식 공연화까지의 과정을 통해 예술가가 원하는 멘토링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정동극장에서 열린 '적벽' 프레스콜에 나온 손상원 극장장, 정호붕 '적벽' 연출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정호붕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부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 달라.
ㄴ 정호붕 : 공간을 어떻게 창출하느냐는 큰 어려움이었다. 앞으로 찾아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공간성이나 오브제를 사용하는 문제에 있어서 구상한 것은 판소리에 있는 '발림'(판소리 창자가 신체를 활용한 몸짓·표정이나 소도구인 부채로 극적인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내는 동작)이다. 판소리 창자들이 부채 하나를 가지고 상징적인 장면이나 물체를 창조해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연극의 특징을 보면, 모든 배우가 각자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창자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 뮤지컬을 보면 주요 배우와 앙상블이 나뉘어 그 비중이 중과 경으로 이뤄진다. 이 공연에서는 비중이나 역할의 중요성을 모두 분산해서 가려고 했다. 전부 도창(노래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도록 인도하는 일을 맡은 인물)으로 하고, 괄호로 배역을 넣겠느냐고 생각했다.
 
다양한 색채의 부채를 소수만 만들까 생각도 했는데, 판소리 전원의 창자를 각자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게 배우들에게 작용이 된 것 같다. 개개인이 무대에서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존재감을 가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간 창출 면에선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속해서 개선할 것이다. 연출에 있어서 공연의 독특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공연 형태가 무용수 위주의 무용극, 연기자 위주의 연극, 소리 중심의 소리 공연, 소리가 중심이고 무용자가 부수로 도와주는 공연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 이 공연만큼은 3~4가지 영역의 위치를 개인이 담보해 나가면서, 4가지 장르의 에너지를 한 개인에게 나올 수 있도록 작품에 임했다. 그런 부분이 이 연극이 가진 특색이라고 생각한다.
 
   
▲ 손상원 정동극장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한국 전통 공연의 메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극장장으로 무엇을 보여주려 하나?
ㄴ 손상원 : 공공극장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보여줘야 하는 미션이 있다. 여기에 국내 관객에게도 전통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나가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의 숙제가 있다고 봤다. 관객 비율이 정확하지 않겠지만, 극장을 찾는 대부분 관객이 외국인이었다. 관광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고, 관광 콘텐츠도 많아졌다.
 
정동극장도 국내 관객에게 한국 전통을 쉽게 보여주고, 외국인들에게도 이곳에 오면 한국의 전통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두 가지 방향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매우 많은 것을 바꿔 새롭게 태어난다고 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올해는 과도기 같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존 마케팅에서 지금은 더 어려운 일이지만, 개별 관광객에게 저희 극장 공연을 알려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 조금은 챙기지 못한 국내 관광객에게 더욱 친근하고 다가올 수 있는 공연장으로 만드는 게 포부다. 

국내 관객, 외국 관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레퍼토리 계획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ㄴ 손상원 : 정동극장이 관광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을 보러온 단 한 명의 외국인이 공연을 보고 싶으면 정동극장으로 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역할이다. 그런 분들을 지속해서 모실 수 있는 콘텐츠를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외국인에게 홍보했는데, 1년 내내 한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서였다.
 
현재 개별 외국인 관객으로 늘어난 형태고, 여행의 선택과 콘텐츠 선택 방법이 늘어났다. 그런 변화에 인지하고 대처해서 다른 방법으로 관객을 만나고자 했다. 정확히 몇 작품을 만들어서 레퍼토리를 하겠다는 것 역시 불완전해 보인다. '창작ing'를 통해서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과거 '미소'라는 브랜드가 더 유명해졌는데, 지금은 홍보에 초점을 맞춰서 한국 정동극장에 오면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할 계획이다.
 
   
▲ 배우 김의환이 '장비'를 맡았다.
 
저희가 1년에 한 작품을 공연하는 동안 매년 연말 오디션을 통해 출연진을 확정한다. 그 결과에 따라 작품에 출연했고, 이런 기간의 문제 때문에 여러 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가이드를 받고 진행을 해왔다. 지금 이 문제가 100% 해결됐다고는 못하겠지만, 이들이 계속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동극장의 목표다. 단원제와 다르게 오디션을 지속 진행해 젊은 예술가부터, 중년 예술가들도 설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정동극장의 목표다.

'적벽'의 레퍼토리 계획도 있나?
ㄴ 손상원 : '적벽'도 레퍼토리 계획에 포함되어 있고, 여러 측면에서 이번에 '창작ing'를 처음을 했다. 반응의 결과나 영향도 있겠지만, '적벽'도 이번에 완성해서 정동극장의 레퍼토리로 안착시키는 게 목표였다.
 
창자와 배역이 수시로 바뀌는데, 관객이 혼동할 수 있어 보인다.
ㄴ 정호붕 : 요즘 공연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점이 연기의 방향이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출연자들의 연기방향에 관심이 있다. 그랬을 때, 이 작품의 역할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창도 많이 나눠서 하고 있다. '유비'와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들조차도 자기 역할을 하면서, 노래하고 있다.
 
그 역할에 대해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 외에 나머지 인원도 그 인물의 역할에 동참하도록 방향이 모이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주요 인물이 있고 경중이 나눠질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연출하면서 가고 있는 방향은 서로 간의 연기 방향이나 전체를 같이 끌고 간다는 측면이 있다. 세세하게 보는 관객은 그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벽'의 대학 페스티벌 공연과 다르게 추가된 부분이 있나?
ㄴ 정호붕 : 대학 페스티벌에 나갈 때 50분 정도로 공연했다. 올해 추가된 장면은 '군사점고' 장면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고향생각' 장면, 맨 뒷부분에 새로운 곡을 넣어서 20~30분 정도 늘어났다.
 
   
▲ 소리꾼의 소품이자 신체의 연장선이기도 한 '부채'에 주목한 공연 '적벽'은 모든 출연진이 '부채'를 들고 나와 동남풍을 만들기도 하고, 타오르는 불길을 표현하기도 한다.
 
손상원 : 대학 페스티벌에 나온 작품인데, 이 작품을 결정한 후에 오디션을 봤다. 소리를 하고, 춤을 추고, 판소리를 같이 교육받은 배우 찾기가 쉽지 않았다. 뮤지컬, 판소리 전공하신 분이 섞여 있다. 숙련되지 않은 다른 부분까지 끌어올려서 오늘 서게 된 결과라고 보시면 된다.

숙련되지 않은 다른 부분까지 끌어올렸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ㄴ 정호붕 : 판소리를 전공하는 분이 3분의 1정도 되고, 연기를 전공하시는 분이 3분의 1정도 되고, 뮤지컬 전공하시는 분이 나머지가 된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을 하는데, 판소리 하시는 분들이 무용하는 것에 매우 어려운 지점이 있고, 연기하시는 분들이 하기엔 소리가 단기간 숙달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학생들이 중심으로 되어 진행된 첫 공연이었는데, 지금은 졸업한 학생도 있다. 당시엔 4~5년 동안 국악에 대해 전반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한 부분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지점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 앞으로는 이 작품의 레퍼토리화를 위해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와 훈련을 통해 공연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그런 지점의 오디션을 통해 가능한 분들을 선택해 첫 실험으로 해봤다.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레퍼토리화할 때 1년 이상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재박 배우가 '관우'를 연기한다.

 

'판소리 합창'이라는 부분이 어색해 보인다. 판소리가 소리꾼의 즉흥성이 있는데, 그런 매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ㄴ 정호붕 : 이 작품을 학교에서 기획했을 당시, 전통을 흩트려놓지 않고 본연의 장단을 살리는 게 취지였다. 소리꾼이 꼭 해야 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움직임이 적었다. 움직임도 할 수 있는 연기자가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연기자에게 소리를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게 됐다. 대중적 활성화를 위해 소리도 보여주려 했다. 어려운 사설과 음율이 있어서 더 다가갈까 했다. 사설집을 찾아가며 연구하면서 나온 결과다.
 
지금도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용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판소리와 전체 합창의 움직임으로 가면 편안하고 명확하게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통을 흩트려놓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적으로 같이 가는 부분이 도원결의와 마지막 장면이었다. 기본 장면 아래에서 현대적이라고 말하며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 사설의 장단, 시김새는 살려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확연하게 보여주는 건 합창이 컸다. 다 같이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에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체작품의 흐름에 포커스를 뒀다. 무용의 극적인 콘셉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방향에서 시청각 요소를 가져갔다. 서양의 뮤지컬 화성법보다는 전통 음악을 살릴 부분을 찾으려 했다. 보시다시피 무용하면서 노래하고 고음을 치는 게 어렵다. 불편함이 있다 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생각해 그렇게 의도한 부분이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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