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전시실 전경 ⓒ 아르코 미술관

[문화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귀국 전 '용적률 게임 :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이하 '용적률 게임')전을 3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용적률 게임 展'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계 행사 중 하나인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지난해 한국관이 선보인 전시다. 작년 베니스 전시에 이어 이번 귀국 전을 총괄한 김성홍 예술 감독은 "'용적률 게임'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형 소블록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제1전시실 전경 ⓒ 아르코 미술관

그렇다면 '용적률 게임'이란 무엇일까? 먼저 '용적률'이란 건축물 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건축물연면적은 건축물 각층의 바닥면적 합계이다.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이 다르며 80~1,500%의 범위이며. 도시지역의 주거지역은 500% 이하이다. 한국에서는 용적률을 건축법과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정하고 있다. 용적률을 향한 욕망을 제어하는 한국의 법과 제도는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민간이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거나 공공이 유연하게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집고 들어갈 허점과 틈새가 많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주최 측은 "건축가들은 한국의 상황과 조건에서 곡예사처럼 외줄을 타면서 균형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용적률 게임은 '땅-법-건물' 세 가지 변수에 의해 만들어지며, 한 뼘의 공간이라도 더 요구하는 토지주, 건축주(소비자), 이에 부응해 건물을 짓는 개발업자, 건설사, 건축가/건축사(공급자), 그리고 이를 법과 제도로 통제하는 정부(통제자)가 선수로 참여하여 게임을 벌인다. 대립하는 이러한 힘들을 최적화하여 건축물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전시 주제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 김성홍 예술 감독 전시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임우진 기자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김성홍 예술감독(서울시립대 교수), 신은기(인천대 교수), 안기현(한양대 교수), 김승범(브이더블유랩 대표), 정이삭(동양대 교수), 정다은(코어건축 실장) 공동큐레이터가 기획한 본 전시는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의 전체 주제인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에 대응하여, 지난 50년 동안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을 향한 집단적 욕망을 '용적률 게임, The FAR(Floor Area Ratio) Game'으로 해부했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관을 "놓쳐서는 안 될 6개 전시 (Six Not-to-Miss Shows)", 영국 가디언지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힘을 보여준 우아한 전시 (an elegant demonstration of some of the invisible forces shaping our cities)"라고 평가하는 등 본 전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매체와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간 163일 동안 베니스 현지 한국관에는 약 2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 신경섭 작가 작품이다. 이번에 전시된 36개 건물들 각각에 대해 거시적 조망을 제공한다. ⓒ 아르코 미술관

이번 귀국전은 베니스전을 재현하기 위해 제1전시실에 전시물을 그대로 옮겨오되 공간적 특성과 관객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재배치했고, 36명 참여건축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영상섹션을 제2전시장에 새롭게 구축하여 전시를 확장했다.

총 5개 영역으로 구분한 제1전시실은 용적률 게임에서 디자인 전략과 전술, 용적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도입부인 '게임의 규칙'에서는 용적률 게임의 정의, 선수, 규칙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용적률 게임은 건축주(소비자), 건축가/건축사(공급자), 법과 제도로 통제하는 정부(통제자)가 참여하여 게임을 벌인다. 두 번째 '게임의 양상'은 건축가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디자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다가구, 다세대, 상가주택 등 보편적인 유형과 36개 건축물의 모형, 다이어그램, 수치, 사진, 항공사진 등을 통해 살펴본다. 전시장을 구성하는 세 번째 영역인 '게임의 배경'이 한국의 도시에서 용적률 게임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게임을 보는 관점'에서는 용적률 게임이 벌어지는 우리 도시와 거리의 풍경을 시각예술가의 눈으로 포착했다. 마지막 영역인 '게임의 의미'는 용적률 게임의 사회, 경제, 문화적 가치를 요약한다. 마지막으로 제2전시실에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선보인 것에 추가하여 36명의 건축가가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동영상으로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 ⓒ 임우진 기자

이 전시에서는 36개 건축물의 모형, 다이어그램, 수치, 사진, 항공지도를 통해 건축가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디자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 총 72개의 모형이 놓이는데 36개 건축물을 건축물대장에 공식적으로 기재된 공간과 건축가들이 찾아낸 잉여공간 두 가지로 표현했다. 옆에는 우리 도시의 이면도로에 지어진 보편적인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배치하여, 건축가들의 작업과의 차이를 관람객이 직접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각예술가들의 작품들도 눈에 띈다. 강성은의 '남의 집'은 흔하고 반복적이면서 지루한 익명의 건물들을 채집하듯 먹으로 그렸다. 백승우의 '4327 시리즈'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에서 오히려 서울다움을 발굴했으며, 신경섭은 혼성적이고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한 36개의 건물의 배경을 선보였다. 한편 정연두는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과 기억의 모노로그가 중첩되어 나타나며 현실과 환상을 함께 보여주는 영상을 '기억은 집과 함께 자란다'작품으로 담았다.

   
▲ 제2전시실 전경 ⓒ 아르코 미술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도시와 건축을 미학의 잣대만으로는 비판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건축가들이 대면하고 있는 조건과 제약, 그리고 풀어야할 숙제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마주치게 된다.

또한, 전시와 연계하여 용적률에 얽힌 이야기를 대중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기간에는 2회의 라운드테이블 토크와 정림건축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한 4회의 공개 포럼 '숨은 공간, 새로운 거주'가 매주 토요일 진행될 예정이다.

   
▲ 36개 건축물의 모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임우진 기자

[글]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아르코 미술관, 임우진 기자 hnseek@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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