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전주 국제영화제 시네마 프로젝트 2016에 선정되며 시나리오 단계부터 탄탄한 이야기로 주먹을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장편 시나리오 제작 지원작 '눈발'이 3월 1일 개봉한다. 미쟝센 단편 영화제 촬영상을 받은 신예 감독 조재민과 차세대 연기돌 갓세븐의 박진영, 그리고 폭넓은 연기파 배우 지우가 함께한 영화 '눈발'은 육지와 바다가 경계선을 이루고, 폐쇄성과 고립성을 가진 보수적인 공간, 경남 고성을 배경으로 한다.

살인자로 누명을 쓴 아버지의 딸로 오해 속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녀 예주는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고, 수원에서 친구들과 잘못 엮여 사고를 친 소년 민식은 고성으로 갓 이사 및 전학 온 이방인이다. 서로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집단에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공통점에 동질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연민으로 가까워진다.

고성은 지역적인 매력으로 아름다운 배경과 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 안의 사람들이 가진 보수적인 면과는 또 다른 감정대로 행동하는 면을 더 정확히 짚어낸다. 학생들은 전학 온 학교 친구에게 돈을 훔치게 하거나 억울한 친구를 괴롭히는가 하면, 어른들은 귀도 마음도 열지 않은 채 자기 살기 바쁘다. 가해자들은 마땅히 벌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잘못이든 큰 죄든 덮어진다.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소년 소녀가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세상은 눈보라처럼 잔인하지만, 그들은 눈 내리지 않는 마을에 옅게 내리는 눈발 같을 뿐이다. 어른이 될수록 정의 구현은 선택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보통 픽션 영화들은 정의 구현 등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막힌 속을 뻥 뚫어주지만, 영화 '눈발'은 다르다. 너무나도 현실적이기에 조금은 갑갑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겨우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그들의 무기력함과 산성처럼 쌓은 마음의 벽은 안타깝지만, 그들의 마음을 녹여주었던 까만 길 염소처럼 묵묵히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며 더 이해하고 감싸는 법을 익혀보는 건 어떨까?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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