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구소 탐구생활과 극단 창세의 하인리히 뵐 작 김연수 번역 홍진호 각색 드라마투르크 신동일 연출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1917~1985)은 독일의 소설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소설 <열차는 정확했다 (Der Zug war pünktlich)> (1947), <여인과 군상 (Gruppenbild mit Dame)> (1971)',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1974)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Und sagte kein einziges Wort) (1953)>, <9시 반의 당구 (Billard um halb zehn) (1959)> 등의 소설로 널리 알려진 그는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귄터그라스의 <양철북>과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영화화한 감독인 폴커 슐렌도르프(Volker Schlöndorff, 1939~)에 의해 1975년에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번역을 한 김연수는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 대학교 독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의 인문한국사업단 탈경계인문학 연구단에서 HK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내쫓긴 아이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이 있다.

신동일은 프랑스 국립 리옹2대학교와 프랑스 국립 파리8대학교 석사출신의 연출가다. 2016년 거창연극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변시> <미스 줄리> <가보톰파 마스터클래스> <라이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을 연출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출가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에서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이 다루는 주제는 공론장(public sphere)의 폭력이다. 내용은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이혼녀 가정관리사인 카타리나 블룸이 한 남자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로 오해를 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언론의 폭력에 의해 명예를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일간지 기자를 살해한 다음 자수를 하게 된다.

   
 

연극에 등장하는 카타리나 블룸은 허구적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과 유사한 실제 인물이 존재했다. 30년 전 베를린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간지 <빌트>지가 아무런 확인 절차도 없이 좌파 그룹 바더 마인호프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몰아간 사건과 바더 마인호프 일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비난을 받고, 해직까지 되었다가 나중에 무혐의로 복지되었으나 상당한 명예 실추를 경험했던 하노버 공대 심리학 교수 페터 브뤼크너를 모델로 삼았다. 30여 년 전의 독일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아주 비슷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연극이다.

무대는 2단과 3단 높이의 객석을 향한 반원형의 마루로 되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거실, 블로르나 변호사의 거실, 경찰서, 그 외의 장소로 사용된다. 도입에 실내복차림의 카타리나 블룸이 거실에 비스듬히 앉아있는 장면에서 출발해 장총을 든 정복경찰들이 떼 지어 무대를 한 바퀴 돌아 등장을 하고, 범인 은닉죄로 카타리나 블룸을 연행해 간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는 카타리나 블룸의 모습이 천연스럽다. 그녀가 가서 가정부 일을 하던 블로르나 변호사 내외의 모습이 소개가 되고 변호사 내외의 온화하고 다정함이 경찰과 대비되어 연출된다,

변호사인 친구를 찾는 바람둥이 부호 기업가가 카타리나 블룸에게 치근거리는 모습과 익살, 그러나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카타리나 블룸의 차가운 모습, 경찰의 수사와 심문이 계속되면서 범죄자의 연인으로 또는 내연녀로 부풀려 방송과 언론매체가 기사를 내보내면서, 범죄자보다는 카타리나 블룸의 일상과 행적을 파헤치는 언론과 방송매체의 행태는 흡사 마녀사냥을 하는 듯한 보도로 점철된다.

대단원에서 변호사의 친구이자 부호인 인물의 별장에 숨은 범인이 체포되니, 카타리나 블룸은 사건을 부풀려 거짓 보도한 기자를 찾아가 권총 다섯 발을 쏘아 사살한다.

   
 

변민지가 카타리나 블룸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한정현, 서병철, 정재은, 정해연, 황휘재, 이진한, 홍유진, 유재훈, 김채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분장 백지영, 조명 김상호, 의상 더블 스토리(이현주), 움직임 조하영, 무대감독 강원모, 무대 재미없는 고릴라, 그래픽 김 솔 전진아, 음향오퍼 김성찬, 조명오퍼 김주영, 기획 안 훈 김지은, 조연출 손수민,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공연연구소 탐구생활과 극단 창세의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작, 김연수 역, 홍진호 각색 드라마투르크, 신동일 연출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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