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푸드컬쳐 디렉터 / 서울시스터즈 CEO 안태양 ansun1206@mhns.co.kr. 필리핀 야시장 떡볶이 장사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기획하는 푸드컬쳐디렉터다.

[문화뉴스]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서는 온종일 이야기해도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기고한 문화뉴스 기사를 읽고 피드백을 주신 어느 대표님의 말씀처럼 '브랜드는 사람 같은 유기적인 존재'이다. 처음 태어난 브랜드는 아직 갓난아기이고 이 아이에게 좋은 이름도 지어주고, 짓궂은 별명도 붙여주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혼도 내고, 좋은 음식 좋은 옷도 주고, 좋은 곳에 데려가면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과 같다.

트렌드도 따져야 하고 타이밍 흐름도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하고 잠깐이라도 한눈팔면 아이가 불량 청소년이 될 수도, 우등생이 될 수도, 혹은 스포트라이트 잔뜩 받는 연예인이 될 수도 있다.

시기와 현실에 맞춰 변화를 주는 것은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옆집 자식(남의 브랜드)이 더 멋져 보여서 옆집 자식 윗집 자식 따라 기준과 중심 없이 마구잡이로 따라 하는 것은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로' 키워 버리는 것과 같다.

스타벅스를 들여다보면 로고도 조금 바뀌었고, 메뉴도 각 나라에 맞춰서 조금씩 다르고, 시즌마다 다른 컬러의 옷을 입히지만 스타벅스는 중심(정체성/철학)을 항상 고려하며 변화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다른 브랜드)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점점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수많은 고민의 끝에 드디어 찾은 한 단어의 '정체성'. 그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바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란 그 브랜드에 꼭 맞는 스토리를 만들고 브랜드에 절묘하게 입히는 작업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리핀에서 2번째로 기획했던 '오빠 치킨'을 이야기를 해보겠다. 2년에 걸쳐서 기획했던 오빠 치킨의 브랜드 정체성 한 단어는 Authentic이었다.

authentic 발음 미국/영국 [ɔːθéntik]
① 진정한 ② 진짜의 ③ 실제의 ④ 믿을 만한

한국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가져온 한국 토종 브랜드는 아니지만 '가장 한국적인 맛', '가장 오리지널의 맛', '이것이 진짜 한국 치킨이다' 슬로건을 가져가려고 했다.

다른 치킨 브랜드들을 이길 수 있는 특히 본촌 (교촌이 아니라 본촌 bonchon) 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 남기 위해 '오리지널'이라는 키워드를 잡았다. 지금까지 먹은 치킨은 한국 스타일이었다면 우리가 보여주는 치킨은 '진짜', '진짜 한국 치킨', '우리 가게에서 치킨을 먹으며 작은 한국을 경험시키는 일'이었다.

결국 '우리가 진짜다'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한국 스타일의 치킨이 아니라 진짜 한국 치킨이 먹고 싶다면 / 한국에서 먹은 그 맛 그 느낌 그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오빠 치킨으로 와라"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그래서 Slogan과 Image & Expression 까지 듣고 보기만 해도 '오리지널 한국'으로 기억 남기 위해 모든 곳곳에 그 작업을 했다.

OPPA CHICKEN! Korean Flavors, Home Grown Concept! It's Very Very Good!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할까?

만약 내가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는 한국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해요. 우리 음식은 정말 한국 치킨 맛이 나요'라고 하는 것과 '우리는 오리지널 한국 치킨의 맛을 필리핀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드 기획자이자 한국 사람인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 6개월 동안 한국 치킨집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면서 몸소 치킨 튀기는 법부터 배우고 경험했으며, 한국의 맛을 찾고 그 맛을 오리지널 형태로 가져오기 위해 많은 투자와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스 작업과 파우더 R&D 개발을 직접 한국에서 하였고 소금 하나까지 한국에서 직접 수입합니다. 맛을 보시면 '아, 이게 진짜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지.' 하실 거예요 오빠 치킨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밑에 사진을 자연스럽게 함께 보여준다.)

(한국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사촌동생이 놀러 와서 사진 한 장을 같이 찍었다. 화질이 좋지 않더라도 증거사진은 스토리 텔링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두 가지 설명을 들은 후 어떤 브랜드에 마음이 빼앗기고 더 오랫동안 고객에게 기억 남을까? 먹기도 전에 맛있을 거라 이미 상상할 것이고, 먹는 동안 '오리지널 한국 치킨'이라고 고객 스스로 결론 지어 버릴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고 좋은 브랜드라고 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브랜드이다. 그럼 손님들은 어떻게 그 매장에 오고 그 브랜드를 기억할까?

두 번째 기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국 손님들은 한국 음식이 아직 생소하고 경험한 기간이 짧기에 한국에서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인지 주야장천 이이기 해봤자 기억을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텔링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근데 혹시 내가 들려준 스토리에서 눈치챘는가? 스토리텔링에도 노하우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고 고객이 기억나게 '고객의 입장'에서> 스토리텔링은 써져야 한다. 여기서 거짓말이나 허구적인 내용을 쓰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당연히 진실된 내용만 적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사실만 적으면 글이 딱딱해질 수 있기에 재미적인 fun 요소들을 곳곳에 집어넣으면 더욱 맛깔난 스토리가 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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