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대 응원단장 재임 후 현재 ING생명 자산관리사로 근무

▲ 단국대 응원 단장 시절의 홍경선 단장. 이 모습을 LG에서 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아니었다. 사진=홍경선 단장 제공

[문화뉴스]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부터 야구장에서 응원은 일상이었다. 누가 주도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에게 성원을 보냈고, 큰 목소리를 바탕으로 열심히 응원을 했다. 때로는 재계 라이벌전에서 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회사 직원들이 단체 응원에 동원되기도 했다. 단결된 모습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일반 야구팬들도 이를 따라 했던 장면은 1980년대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응원하는 장면 속에서 간혹 후진적인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관중석 안에서 음주 후 폭력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빈 술병을 그라운드 안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관중 의식이 많이 성숙해지면서 그러한 일도 많이 줄었는데, 이는 응원 단장의 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면, 그 기세를 타고 관중들을 유도하고, 불리하게 진행되면 반드시 역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격려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응원을 받는 선수들도 힘을 내기 마련이다.

그 중 서울이라는 가장 폭넓은 시장을 지니고 있던 LG 트윈스는 많은 관중 숫자를 만족시킬 만한 획기적인 시도를 많이 한 바 있다. 야구장 패션쇼, 남성 장내 아나운서 기용과 같은 파격적인 선택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선수 개인 모두에게 응원가를 제공한 구단 역시 LG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G 트윈스 2대 응원 단장인 홍경선 씨가 있었다.

자산관리사가 된 응원단장, 홍경선의 야구와 LG 사랑 이야기

사실 LG에 앞서 특정 선수 1~2명(보통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에 대한 응원가를 제작한 구단은 있었다. 그러나 엔트리에 존재하는 선수 전원에 대한 응원가를 제작하고, 이를 전부 응원석에서 적용한 이는 홍 단장이 최초였다. 이러한 시도가 점차 진화되어 지금은 어느 누구도 1군 엔트리에만 등록되어도 언제든지 본인의 응원가를 들을 수 있게 됐다.

홍 단장은 단국대 응원단장 출신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하면서 레크레이션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에어로빅에도 탁월한 재능을 드러내 보이며, 이와 관련한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홍 단장이 현역 시절, 경기 후반에 단상 위에서 범상치 않은 댄스 실력을 선보인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그는 천상 LG 팬이기도 하다. 응원단장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잠실 구장을 찾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LG를 응원한다. 재미있는 것은 LG 응원 단장 당시, 자신을 따라 하지 않은 팬들에 대해서 "그렇게 응원하시면, 모두 두산팬입니다!"라며 다소 익살스러운 멘트를 선보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사실 LG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응원가를 뽑으라면, 단연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병규의 응원가를 뽑을 것이다. "LG의 이병규!"로 시작하는 응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LG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응원을 제작한 것도 홍 단장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LG의 서용빈'이었어. 그것을 (이)병규가 좋다면서 자기 것으로 해 달라고 했었지. 그래서 탄생한거야. 그 사이에 (이)병규가 일본으로 잠시 떠난 틈을 타서 이번에는 SK에서 이적해 왔던 (이)진영이가 잠시 썼고. 응원 단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팬으로서 이병규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지."

이렇게 선수단과 구단에 많은 추억을 남긴 홍 단장은 LG의 가장 강렬했던 시절과 가장 암울했던 시절을 두루 경험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과 이듬해부터 몰락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러한 홍 단장에게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은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6차전을 이겼다면, 우리(LG)가 무조건 우승이었지. 삼성은 그때 투수가 없었고, 우리는 있었거든. 정말 다 이긴 줄 알았는데, 그때 누가 홈런 두 개가 터질 줄 알았냐고. 서울 돌아오는 길에 정말 눈물 나더군. 그때는 정말 돌아오기 싫었지."

▲ 보험설계에 한창인 홍경선 단장. 고객을 위해서라면, 전국을 누비는 데에 소홀하지 않는 '진짜 프로'가 됐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렇게 응원석에서 자신의 혼을 담았던 홍 단장은 2005년을 끝으로 응원 단장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선택은 자산관리사였다. ING 생명에서 각종 보험 상담은 물론, 펀드매니저 역할도 하면서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12년이나 됐다. 이제는 베테랑 자산관리사로서 연령대별로, 직업별로 가장 알맞은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노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상담해 주고 있다.

"자산관리의 두 가지 이슈는 '일찍 사고를 당하는 경의 수'와 '너무 오래 사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어. '나 내일 사고를 당할 예정이니, 미리 대비하쇼.'라고 예측할 수도 없고, 아예 사고 없이 오래 살 수도 있지. 보험이라는 것, 그리고 자산 관리라는 것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홍 단장의 이야기다.

어디에 있건, 늘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그라운드 밖에서도 최선을 다 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