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채와 멋스러운 무예…1,800억 원으로 빚은 빚덩이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장예모 감독, '월드워Z' 제작진, 본 시리즈의 작가, 그리고 맷 데이먼. 각자가 가진 필모그래피 만으로도 놀라운 이들이 모이면 어떤 작품이 완성될까.
 
우선, 제작비가 압도적이다. 약 1,800억 원. 이 돈이면 최근 이슈가 되었던 '군함도'(제작비 약 220억)를 8편 만들고도 남는다. 이 거액을 들여 구현하려 한 것은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으로,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다. 이렇게 '그레이트 월'은 껍데기부터 '대작'이라고 소리치는 영화다.
 
   
 
 
화려한 색채와 멋스러운 무예
'그레이트 월'에서 관객을 눈을 사로잡은 것을 강렬한 색채다. 보병, 궁병 등 부대별로 색감이 다른 갑옷을 입고 있는 군대의 움직임은 물감이 어우러지는 듯 화려했다. 이 색채의 움직임과 조화를 통해 만리장성을 지키는 부대에 신비한 느낌을 부여하고 있었다.
 
더불어 부대의 일사불란하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은 무용을 연상하게 한다. 덤으로 '적벽대전'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진법도 볼 수 있으니, 군대를 통해 보일 수 있는 멋은 모두 담은 듯하다. 장예모는 강렬한 색감과 무용과도 같은 움직임을 통해 '그레이트 월'에 다양한 판타지적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었다.
 
장예모 감독에 관해 약간의 조사를 해보면, 그는 촬영하는 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색채와 구도 등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그리고 '중국적인' 표현을 세계에 알려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이미지 구현에 관한 강점들이 '그레이트 월'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어 있었다.
 
   
 
 
1,800억으로 빚은 빚덩이가 될 영화
앞서 영화의 장점을 말했지만, 딱 저기까지가 이 영화를 좋게 봐줄 수 있는 지점이다. 작년의 '엽기적인 그녀2' 이후, 창피함이 관람자의 몫이 되는 경험을 다시 하게 되는 데 채 1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영화에 관한 호불호를 넘어 '그레이트 월'은 무성의한 면이 보여, 분노를 느끼게 하는 괴작이다. 앞서 개별적으로 뛰어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영화는 그들 이름의 아우라만 남은 거대한 잡탕이 되었다.
 
이 영화는 섞이려고 하지 않는 이미지들을 억지로 붙잡아 둬, 보는 이가 민망하고 무안한 지경에 이르게 한다. 동양의 배경에 서양의 배우가 뛰어들어 화합과 조화를 보이고자 했으나, '그레이트 월'이 보여준 것은 이 둘 사이의 거리감뿐이다.
 
이전에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일본의 게이샤에 관한 영화임에도 '영어'로 제작되어 무척 어색했었다. 이런 실수를 '그레이트 월'이 반복한다. '그레이트 월'은 어떻게든 맷 데이먼의 얼굴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려 했다. 그 덕에 중국 전설의 중심에 서양인이 위치해 따로 노는, 기이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미지도 그렇지만 이야기 속으로 맷 데이먼을 끌고 오기, 무리한 설정과 낭비되는 요소가 너무도 많다. 어색한 이들의 동거를 보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 못 된다. 내용의 개연성 및 시나리오의 탄탄함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괴물의 형태 및 CG의 구현도 만리장성의 전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속 극강의 적 '타오티에'는 조금 철 지난, 괴수물의 낌을 풍긴다. 이 이미지에 과연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아니 있기를 바란 걸까. 10년 전의 기술로 구현된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의 성벽전투가 '그레이트 월'이 보여준 액션보다 훨씬 흥미롭고 박진감 넘친다. 자본과 진보한 기술(예를 들면 스크린 X)만으로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음을 몸소 증명한 것이 '그레이트 월'의 가장 위대한 성과다.
 
거의 모든 요소가 따로 노는 '그레이트 월'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1,800억이란 제작비가 준 명예와 훈장이 결국, 어마무시한 빚으로 돌아올 것이다. 감독과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진한 얼룩으로 남지 않을까. 빛이 되고자 했으나 빚이 되어버린 작품. 왠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보며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라스트 에어밴더'가 떠올랐다. 그 당시 관람할 때 느꼈던 공포와 충격을 되새김질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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