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 교수가 '경건, 경, 존중, 바이오필리아 : 자기완성을 위한 신유학의 자아 관리법'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은 18일 W스테이지에서 '윤리와 인간의 삶' 7섹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 네 번째 강연으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경건, 경, 존중, 바이오필리아 : 자기완성을 위한 신유학의 자아 관리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승환 교수는 "신유학적 수양론의 출발점은 인격 주체가 '나는 어떤 성품의 인격이 되고자 하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 자기 도약의 희구에서 비롯된다. '경' 공부는 혼탁한 기질과 욕망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순일하고 합리적인 인격으로 자신을 도야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 이승환 교수가 '경건, 경, 존중, 바이오필리아 : 자기완성을 위한 신유학의 자아 관리법'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근대에 들어 '경'이나 수양과 같은 자기완성의 노력은 봉건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고 그동안 억압받고 금기시되어온 욕망과 쾌락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게 되어 현대사회에서는 절제와 함양 대신 쾌락과 향유가, 그리고 자기 도야와 자기완성의 노력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가 삶의 지침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유학의 전통에서 자기완성에 이르기 위한 수양법으로 중시되어온 '경' 공부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방법과 효과에 대해 논의를 풀어갔다. 그는 "'참 나'란 무엇인가, '참 나'를 깨닫는 일은 가능한가'"라고 질문하며 "자기의 본래면목을 찾는 일 또는 자아의 본성을 깨닫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종교·철학적 전통에서 추구해온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신유학에서 자기의 본래면목을 깨닫기 위한 정좌 수행은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공부법으로 등장하게 된다"면서 "북송 초기 유교적 구도자들은 '중용'과 '주역'에 나오는 성(性) 개념을 불교의 불성(佛性)과 같다고 여기고, 유교 경전에 나오는 중(中) 개념을 불교의 중도(中道)와 동일시하였으며, '중'으로 대변되는 자아의 본성을 깨닫기 위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정좌 수행에 몰두하였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중용'에 나오는 "희·노·애·락이 발하지 않은 상태(未發), 미발의 '중'을 구하는 일, 즉 구중(求中)을 공부의 목표로 삼았다는 의미이다.

   
▲ 강연 전경

그러나 그는 "'구중' 수행법은 불교의 '견성'과 동일한 유형의 자기 직관의 수행법으로 신유학의 건립에 결정적인 토대를 놓은 정이천은 '구중' 수행에 상당히 비판적이었고, 북송 5자의 사상을 집대성하여 신유학을 완성한 주자 역시 젊었을 때는 초월적 자기 직관의 수행법에 몰두하였으나 훗날 이 수행법은 논리적으로 오류이며 실천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에 도달하였다"고 말했다. 이는 수양론의 방향이 본래 성품 '깨닫기(體認)'에서 '기르기(涵養)'로 선회하였음을 의미했다.

이 교수는는 "주자 수양론의 주안점은 미발의 본성을 '체인'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의식의 흐름 속에서 자아의 본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부단히 자신을 '함양'하고 '성찰'하는 일에 놓이게 되는 것, 이를 '경' 공부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발함양·이발성찰로 대변되는 '경' 공부의 목적은 주체의 정서활동과 사고 활동을 중화(中和)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며 출발점은 인격 주체가 "나는 어떤 성품의 인격이 되고자 하는가?"하는 물음과 관련된 자기 도약의 희구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과 규칙의 울타리 안에 있는 근대적 인간형이 아이러니하게도 '타자에 의해 제정된 자아'(self imposed by others)에 불과하다면, 전통 시대의 인간형은 '스스로 만든 자아'(self made by one self)를 지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전통시대의 수양론에서 주체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는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시대의 수양론이 추구해온 가치 지향은 '준법적 인간'의 한계를 넘어 최대한으로 자아의 완성을 추구하려는 열망의 윤리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을 끝맺었다.

   
▲ 이승환 교수가 '경건, 경, 존중, 바이오필리아 : 자기완성을 위한 신유학의 자아 관리법'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14년 진행한 '문화의 안과 밖'이 '오늘의 시대에 대한 문화적 성찰'을 주제로, 한국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는 강연이었다면, 2015년 두 번째 '오늘의 시대와 고전'은 고전의 힘을 빌려 오늘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자리였고, 2016년 세 번째 '윤리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의 윤리 강연은 앞선 강연 맥락을 이어가면서 더욱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윤리의 눈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게 핵심이다.

한편 '윤리와 인간의 삶' 7섹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은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의 '보편 윤리–자비, 인, 인인애(隣人愛)'(2월 25일), 김용환 한남대 명예교수의 '관용과 신념'(3월 4일),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세계화, 다문화 시대의 윤리'(3월 11일)강연으로 이어진다.

강연 청중으로 참여를 원하는 분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에서 직접 신청이 가능하며 강연 영상과 강연 원고 전문은 인터넷에서 언제든 열린연단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 강연 전경

[글]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네이버 열린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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