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의 영화를 만난다는 것…건조한 영화의 강렬한 파괴력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다 놓쳐버린 영화들이 있다. 매주 쏟아지는 영화의 홍수 덕에, 놓치는 영화의 빈도는 점점 더 많아진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만 모아 리스트를 만든다면, 올리버 스톤의 영화들이 상위에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그의 영화 중 관람했던 것은 단 한편, '알렉산더'뿐이었다. 'JFK', '닉슨' 등 어딘가에서 들은 적 있고, 봐야겠다고 하고서는 못 본 영화. 그의 영화들이 '또' 잊힐 때쯤, '스노든'이 도착했다.
 
   
 
 
올리버 스톤이 '스노든'을 조명한 이유
'스노든'은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 미국을 뒤집어 놓은 인물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CIA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CIA를 나오는 순간까지를 담았다. 이렇게 한 인물을 조명하는 영화는 많이 있었고, 올리버 스톤도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37대 대통령 닉슨 등을 다룬 영화를 통해 인물과 그에 따르는 이슈, 그리고 메시지를 꾸준히 담아왔다.
 
'스노든'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살아있고, 관련 문제가 진행형인 시점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 중 특이한 위치에 있다. 스노든은 CIA에서 일하며 얻은 정보로, 정부가 정보망을 이용해 개인의 사생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이 폭로는 안보와 애국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 정부가 모든 국민을 넘어 전 세계를 감시 아래에 두고 있었음을 밝힌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일로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금도 미국을 피해, 몸을 숨긴 채 살고 있다.
 
   
 
 
올리버 스톤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행위를 옹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스노든'은 '감시당해온' 국민들에게 미국 정부가 했던 일과 스노든의 선택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며, 감독 스스로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행위에 관해 이미 가치판단을 마쳤음을 보여준다. 재연 드라마적 성격을 가지는 '스노든'은 영화의 말미에 가서야 감독과 에드워드 스노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직설적으로 풀어 놓는데, 여러 의미에서 영화가 현실로 찢고 나오는 강렬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건조함이 만드는 영화의 파괴력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를 보는 건 늘 즐겁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해내야 했던 것은 조금 까다롭다. 절대 에드워드 스노든을 초월한 이미지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과속 방지턱이 있었다. 그 한계를 앞에 두고서 조셉 고든 레빗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갈등한 긴 시간을 무던히 잘 견뎌낸다. 그러다 올리버 스톤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진짜 얼굴에서 호소력을 노리는데, '스노든'이 이를 어떻게 해냈는지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올리버 스톤은 현실의 뉴스 및 영상 자료를 가져와 '스노든'을 보완한다. 지금 관객이 보는 이야기가 불과 얼마 전, 실제로 일어났던 일임을 조셉 고든 레빗의 재연과 뉴스를 교차로 보여주며 전개했다. 앞에서 재연 드라마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올리버 스톤의 연출력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건조한 느낌, 그 거리감을 향한 놀라움의 표현이다.
 
   
 
 
비상식적이고 분노할만한 사실들 앞에서, 올리버 스톤이 감정적으로 영화를 포장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감독은 관객에게 뭔가 강요하는 대신 그들이 얻은 정보만으로 분노하고 반응하게 하려했다. 신파적 요소를 추가하거나, 캐릭터가 더 폭발하는 지점을 만들 수도 있었고, 더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개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은 그러지 않는다. 묵묵히, 건조하게 바라본다.
 
그러다 '스노든'은 엔딩에서 다양한 현실 자료들을 나열하는데, 여기에서 영화의 '힘'이 집약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셉 고든 레빗을 퇴장시키고 보여주는 이 부분의 편집은 '스노든'에선 가장 현란해 보인다. 그리고 영화가 끝에 다른 이 지점에서, '스노든'은 실제 정보의 조합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어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공된 영화보다 실제의 사건들이 더 흥미롭고 관객이 뜨거워지는 순간. 영화가 멋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순간. 프리즘으로 정부의 시커먼 속을 바라본 느낌. 이게 올리버 스톤이 '스노든'으로 해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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