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영화 '조작된 도시'의 명대사를 살펴봅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라고 시작되는 '권유'의 내레이션은 '조작된 도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물론 영화의 후반부 다시 한번 등장하며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내레이션의 구절은 천상병 시인의 시 '나무'를 인용한 것으로 '조작된 도시'의 연출을 맡은 박광현 감독의 깊은 의도가 담겼죠.
 
박광현 감독은 "젊은 세대들은 너무 사랑스럽고 많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다.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천상병 시인의 '나무'를 인용하게 되었다"며 "지창욱의 목소리가 근사하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못했을 장면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은 시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비유적으로 담아낸 '조작된 도시'는 관객들에게 감동과 함께 여운을 전합니다.
 
   
 
 
한순간에 살인범의 누명을 쓴 '권유'가 고생 끝에 맞이한 '여울'의 고봉밥상에 허겁지겁 밥을 먹는 순간, 이내 눈물을 흘리며 식사를 이어가는 모습은 그간 겪은 고난의 시간을 짐작하게 하죠. 고봉밥과 잘 차려진 상차림, 달걀 프라이로 말 없는 위로를 전하는 '여울'의 구수한 매력에 이어 '권유'가 레쥬렉션 팀원들과의 본격적인 첫 만남을 가지게 되는 장면은 '조작된 도시'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데몰리션', '용도사', '여백의 미'까지 예상치 못한 레쥬렉션 팀원들의 등장과 호의에 '권유'는 "고맙긴 한데, 나 혼자 움직이는 편이…"라며 당황하지만 곧이어 레쥬렉션 팀의 활력에 동화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권유'가 사건 추적의 주요 단서가 될 인물인 '핸드폰녀'의 목소리를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여울'이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통화를 이어가며 시작되는 '욕 배틀' 장면은 영화 '써니', '수상한 그녀'를 넘어서는 심은경의 명연기 장면인데요. 팀원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마저 핸드폰을 이용할 정도로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던 '여울'이 그간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핸드폰녀'와 '욕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의외의 반전 매력을 선사하죠. 특히 '여울'의 욕설에 '데몰리션'과 '용도사', '여백의 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한 얼굴로 잠에서 깨는 모습은 한층 유쾌한 재미를 더합니다.
 
'조작된 도시'의 백미인 8차선 도로의 대규모 카체이싱은 영화의 압도적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경쾌한 유머까지 모두 담아내며 추격 액션의 명장면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촬영에만 한 달이 걸릴 정도로 제작진이 공을 들인 카체이싱 장면은 일반적인 상업 영화 3-4편 분량에 해당될 정도의 카액션 분량을 담아내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카체이스의 최초 컨셉은 '톰과 제리'였다. 쫓고 쫓기는 가운데 악당을 골탕 먹이거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고, 심각한 가운데에서도 유쾌한 요소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을 완성하고자 했다"는 박광현 감독의 말처럼 고급 차의 엔진을 장착한 경차가 레커차와 대형 화물차 등 수많은 차들을 놀리듯 따돌리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장면은 '조작된 도시'의 차별화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게임 속 완벽한 리더인 '권유'를 위해 뭉치게 되는 레쥬렉션 팀원들은 조작된 세상에 맞서는 짜릿한 반격을 펼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대인기피증 초보 해커 '여울', 특수효과 말단 스태프 '데몰리션', 용산 AS계의 식물인간 '용도사', 지방대 건축과 교수 '여백의 미', 그리고 리더 '권유'까지 모두 모인 레쥬렉션 팀은 해킹을 통한 사건의 실마리 추적, 영화 특수효과 장비를 이용한 폭파, 부품을 모아 만든 드론 폭탄 제작 등 각각 맡은 바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며 완벽한 팀플레이를 선보입니다.
 
강렬한 카체이스에 이어 반격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려는 찰나 "레쥬렉션, 준비됐지? 오늘도 후회 없이 싸우자!"라고 외치는 '권유'의 말에 일제히 "롸저!"라고 외치며 결의를 다지는 레쥬렉션 팀의 모습은 완벽한 호흡과 시너지를 기대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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