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1 '재심'

   
 

[문화뉴스] 2월로 접어드니, 국내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소식을 알리고 있다. 슬슬 봄이 다가오긴 하나보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이번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재심' 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그동안 '재심' 이전에 다른 법정 영화들도 많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심'만의 차별성이 있는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한때 법학도 출신으로 법조인을 꿈꿨던 입장에선, 법정 영화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해 남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법정 영화들의 경우,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만들어지는데 자칫 영화가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끌고 가거나, '부러진 화살'처럼 실제 사건을 잘못 각색했다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정반대 사실을 왜곡 전달할 수도 있기에 다소 민감한 장르다.

'재심'의 경우, '법정 물의 꽃'이라 불리는 재판 장면보단,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다소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기에, 재판 장면을 일부러 최소화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언론 시사회 당시 정우는 "변론하는 법정에서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긴 하다"며 "많은 배우들이 기존의 법정에서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감명 깊게 본 작품들도 있고, '내가 저렇게 변호사 역을 맡아서 연기하게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이 작품에서 정우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당당하게 재판에서 변호하는 장면이 없었다. 이 점이 매우 신선했다. 로펌 내부에서 치열한 언쟁으로 관객들에게 '변호사'가 추구하는 것이 공익인지, 돈인지를 묻는 내용 역시 '변호인', '소수의견' 등과 비슷한 계보를 걷는 이 작품에 나오는 매력 포인트다.

'재심'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었는가?
ㄴ양 : '기승전 강하늘'이다. 강하늘 배우의 2월 개봉 작품을 복기해보면, 2015년 '쎄시봉', 2016년 '동주'가 있다. 이 시기 개봉하는 강하늘 배우의 작품을 보면 그 연기력 성장 속도가 가파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 원동력은 박정자 배우와 출연한 2015년 연극 '해롤드 & 모드'에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TV, 스크린 스타가 된 20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도 강하늘은 무대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순발력을 놓고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100이라 놓고 보면, 연극은 120~130이 필요한데 매체 연기는 100 이하를 깎아 먹었다. 이렇게 되면 제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아서 두려웠다"였다. 기자는 당시 공연을 관극했는데, 강하늘 배우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연기에 몰입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석 : 양 기자가 강하늘이 강점이라고 언급했으니, 그렇다면 강하늘의 엄마 역할로 연기한 김해숙의 열연도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대중들에겐 김혜자, 고두심에 이어 '국민 엄마'의 양대산맥이라 불릴 만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면서 수많은 엄마 역할을 많이 해왔다. 이번 '재심'에서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각장애인 엄마 연기를 선보였다. 첫 시각장애인 연기임에도 매우 자연스러워 그녀의 내공에 감탄했다.

그렇다고, 김해숙이 '말썽만 일으키는 자식을 둔 엄마' 역할만 주로 맡은 건 아니다. 과거 MBC 사극 드라마 '허준'에서는 누구보다도 코믹한 연기를 펼쳤고, '무방비도시'에선 악역 역할도, '도둑들'과 '암살'에선 멋진 역할도 소화하기도 했다(천만 여배우!). 괜히 가장 까다롭고 배우들이 워너비로 삼는 김수현·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던 이유가 다 그녀의 연기력은 물론, 연기의 폭이 매우 넓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심'의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양 : 실화 소재 영화들이 주는 한계가 있다. 바로 결말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켠 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만 검색해보면 사건일지가 쭉 나오게 된다. 어찌 보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전개 방식이 첫 질문에 나온 '클라이맥스 법정 변론' 장면을 제외하고는 '법정 영화' 장르물에서 본 것과 거의 일치하다.

특히 천만 영화 '변호인'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질 수밖에 없다. 곽도원 배우가 열정적으로 보여준 폭력, 임시완 배우가 보여준 고문 장면도 유사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건이 쉽게 풀어지려고 하면 등장하는 방해 공작도 비슷하다.

   
 

석 : '재심'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휴머니즘'이 강하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론 크게 문제 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지만, 기존 한국영화 패턴처럼 감동으로 엮어내려고만 한다는 의견이 제법 많이 차지하고 있다.

휴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재심'이 실제 사건 과정과 다른 부분을 각색(피의자는 복역 중에 재심청구심사를 진행했지만, 극 중에서는 복역 마친 후에 재심이 진행되었던 점 등)하여 너무 끼워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찾아볼 수 있다. 양 기자가 지적한 고문 장면 또한 휴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로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정리한 '재심' 총평은?
석 : ★★★ / "한 탕 크게 터뜨려서 취직하게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재심 전문가' 박준영 변호사처럼,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약촌오거리 사건'을 부드럽게 풀어쓰다.
양 : ★★★ / '변호인'의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이을 변호사법 제1조 1항.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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