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창작산실 우수신작 뮤지컬 '광염소나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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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김동인의 소설 '광염 소나타'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살인으로 곡을 완성해가는 작곡가 'J' 역에 성두섭, 그의 오랜 친구이자 천재 작곡가인 'S', 성공을 위해 J를 파멸로 몰고 가는 클래식 계의 저명한 교수 'K' 역에 이선근이 출연한다. 또 배우만큼 중요한 현악 3중주가 극의 완성을 돕는다. 피아노에 김정우, 바이올린에 이승용, 첼로에 오하준.

우선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김동인의 소설에서 '모티브'만 얻었을 뿐 '원작'이 아니라는 게 제작사인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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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범죄가 예술을 만들어낸다면'이란 유미주의적 물음이 작품 안에 녹아 있는 것을 제외하면 김동인의 소설과는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

소설과 달리 'J' 역의 성두섭은 범죄가 아닌 사고로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벌인 음주 운전에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 것.

이후부터는 음악적 영감을 위해 살인을 벌이는 J지만, 유미주의적 관점에서 보기엔 3악장을 만드는 살인 과정에서 그 남자가 죽어 마땅하다는 'K'의 부추김이 더해진 것도 그렇다. 유미주의 계열에서 손꼽히는 작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얼마나 더 나쁜 짓을 하고, 타락하는지가 아닌 '동기'의 관점에서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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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인물들의 동기나 배경이 짧게 드러나는 점은 아쉽다. J는 천재 작곡가로 묘사되지만 극 중에선 힘없고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S의 J에 대한 무한한 사랑 역시 그냥 친한 친구라는 설명으론 해결되지 않는다(정확히는 J의 S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가깝겠지만). K 역시 저명한 교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더 있었고, J같은 사람이 과연 한 명이었는지 알 수 없어 오히려 악역으로선 무게감이 약한 느낌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빛난다. 2016년 이후 가장 핫한 배우로 꼽히는 김경수는 맡은 인물마다 그만의 매력으로 소화했던 것처럼 이번 S 역시 천재 작곡가면서도 인간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적절히 조화한다. 극 후반 성두섭의 J가 보인 무너져 내리는 표현 역시 일품이며 이선근의 폭발적인 넘버 소화는 공연 중 있던 음향 문제로도 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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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공연 전 관객의 기대가 너무 컸기에 더 아쉽다. 좋은 구슬을 많이 가진 만큼 이들을 더 꿰어낼 수 있을 만큼 몰아부칠 필요가 있다. 더 자극적인 살인이 아니라, 인물 내면의 갈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말랑 말랑하게 마무리 짓기엔 너무 매혹적인 '죽음의 소나타'다.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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