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가슴 따듯한 가족의 이야기, 연극 '콩나물의 노래'가 16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초연된다.

창작극 '브라보 마이라이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극단 하랑의 8차 정기공연이자 2017년 상반기 신작 연극인 '콩나물의 노래'가 16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총 8장 중 4장부터 7장까지 1시간 분량의 하이라이트를 시연한 극단 화랑의 연극 '콩나물의 노래'는 2004년 5월에 발표돼 '49회 키시다 쿠니오 희곡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오가와 미레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의 주된 내용은 병주 아저씨의 죽음, 첫째 만수의 맞선, 철수의 취업, 일한이 감춘 비밀과 만수를 향한 미자의 짝사랑 등이 다뤄졌다.

10년 넘게 꾸준히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고 일본의 많은 극단에서 공연되며 사랑받는 작품인 '콩나물의 노래'는 콩나물 가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의 삶을 다뤘다.

이날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콩나물의 노래'는 일본 쇼와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시기를 경제적으로 비슷한 상황인 1980년대 초반 한국으로 바꿨다.

   
 

콩나물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삶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그 시절, 한 조그만 콩나물 가게를 지킨 가족과 그 주변인들의 따듯한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또 커다란 사건보다는 자잘하게 밀려드는 현실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성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따스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와 만나 가볍지만 따듯한 극으로 표현됐다.

오치운 연출과 박순주 작가가 힘을 합친 연극 '콩나물의 노래'는 콩나물 가게 첫째 '박만수' 역에 신담수가, 장모 문옥순, 죽은 아내, 맞선녀까지 1인 3역에는 남명지가, 유쾌한 동네 할아버지 '유병주' 역에 황인보가, 만수를 짝사랑하는 '미자' 역에 박새라와 임혜진이, 콩나물 가게 일꾼 '유일한' 역에 김성훈이, 말괄량이 둘째 딸 '영자' 역에 박현민, 이서경이, 막둥이 '철수' 역에 최경훈이 출연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박성민 극단 화랑 대표와 오지운 연출, 박순주 작가, 출연 배우 전원이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좌측부터 박성민 극단 하랑 대표, 오치운 연출, 박순주 작가, 이서경, 황인보, 김성훈, 남명지, 최경훈, 박새라, 신담수, 박현민, 임혜진.

작품을 어떻게 번역했는가?

ㄴ 박순주 작가: 원작은 49회 키시다 쿠니오 희곡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상은 받지 못했지만, 일본의 아마추어 극단부터 프로 극단까지 1년에 8회가량을 꾸준히 올리고 있을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우선은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배경 정도만 바꾸기로 했다. 디테일한 소재에 관해서는 연출, 기획팀과 함께 계속 고민해보고 수정할 예정이다. 일상적 공감을 전달하는 서민 드라마기 때문에 모든 관객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고 평범한 연극 중 하나로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

   
 

단순한 배경 변경만으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해결하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

ㄴ 박순주 작가: 원작은 일본의 쇼와시대(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라서 일본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쇼와시대와 비슷하게 발전한 우리나라를 생각해봤다. 그러자 80년대생인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내가 자라온 환경을 배경으로 인명이나 무대구조를 맞춰 나갔다. 디테일한 부분은 원작과 맞추려다 보니 쇼와시대의 기사나 사진을 다 찾아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쇼와시대의 일본 사람들과 80년대 우리나라 서민들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콩나물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콩나물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것을 보며, 인간이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걸 느꼈다.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에 집중해서 보면 공감은 쉽게 이뤄질 것이다.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출했는지.

ㄴ 오치운 연출: 처음 희곡을 읽었을 때 들었던 재밌고 따뜻한 느낌을 강조해서 연출하고자 했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가정을 배경으로 두고, 고통과 고민, 상처가 있는 삶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박만수'가 '유일한'을 '유한일'로 계속 틀리게 부르는 이유가 있나.

ㄴ 오치운 연출: 8장에서 유일한의 실체가 드러난다. 유일한의 본모습은 대기업 회장 아들 유한일이다. 자신에게 유한일이라 부르는 박만수를 보며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두려워하는 유일한의 심정을 표현할 극적인 장치로 보면 된다.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유일한 입장에서 박만수는 '너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꾸짖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배우들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올리는 소감이 듣고 싶다.

ㄴ 임혜진: '콩나물의 노래'는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생활 밀착형 공연이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ㄴ 박현민: 극장에 들어와서 보니까 연습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들이 있었다. 관객들도 새로운 부분들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콩나물의 노래' 안에는 동생과 오빠의 사랑에서 남녀의 사랑까지 많은 사랑들이 들어있다. 배우 한 명 한 명 따라가면서 봐주시면 더 즐거운 관람 되실 것 같다.

ㄴ 신담수: 타이트한 연습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보통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는데 극장에 들어왔더니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고생했다. 그래도 낮에 리허설도 하고 프레스콜도 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도 긴장 놓지 않고 열심히 공연해나갈 예정이다.

ㄴ 박새라: 지금까지 했던 어떤 많은 역할 중에서도 어려운 역할이었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연출, 작가, 배우, 스태프들 모두 다 애썼다. 우리가 노력했던 만큼 보러 오신 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ㄴ 최경훈: 우리들의 이야기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ㄴ 남면지: 1인 3역을 맡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세 명을 맡은 이유는 문옥순, 정경숙, 이춘자가 겉으로 닮았으면 하는 포인트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연기하는 세 명은 모두 각자 다른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다. 닮은 겉모습에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한 사람은 저마다 유일한 독립적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이라는 포장으로 찾아가겠지만, 그 안에서 관객 한명 한명이 삶의 소중한 가치와 본질을 찾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ㄴ 김성훈: 이번 겨울에 무수히 많은 연습을 하면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했고, 갈등도 많았다. 그러나 아직 뭔지 모를 부족함이 느껴진다. 계속 고민해봐도 공허하다. 이 답은 공연하면서 차차 찾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ㄴ 황인보: '콩나물의 노래'란 작품 자체가 즐겁고 따뜻한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과 연출 비롯한 스태프와의 연습 과정마저 즐겁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연습과정 때의 즐겁고 따뜻한 마음이 계속 이어진다면 보시는 관객도 그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ㄴ 이서경: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으로 대학로에서 공연하게 됐다. 처음엔 무섭고 낯설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따뜻하고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감사하다. 공연하면서 박영자로 잘 서 있으면 좋겠다.

ㄴ 박성민 대표: 극단 하랑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해외 작품이다. 우리나라 배경으로 각색했지만, 지금까지 창작극만 올려왔던 하랑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의 노력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글]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편집]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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