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무지의 구름'과 관상 기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이 11일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윤리와 인간의 삶' 7세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 세 번째 강연으로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무지의 구름'과 관상 기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셩해영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종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사직 후 미국 라이스 대학에서 종교심리학과 신비주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저서로는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문명 밖으로', '인문학 카페 인생 강의', '생각해 봤어?', '종교인의 연애', '지금, 한국의 종교' 등이 있다.

그는 14세기 익명의 사제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지의 구름'이라는 저술을 소개하며 "'무지의 구름'은 가톨릭 신비주의에서 중요한 저술 중 하나로 신과의 합일 체험과 관상 기도라는 신비주의적 수행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드문 유형의 저술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지의 구름'은 '인간 영혼이 어떻게 신에 대한 직접적인 앎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 문제를 관상 기도라는 수행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라며 종교적 수행의 관점에서 '신과의 하나가 됨'이라는 신비적 합일 체험에 관한 논의를 풀어간다.

따라서 "신을 포함해 존재의 신비는 우리의 지성적 탐구로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기에 더 큰 의문, 달리 말해 무지의 인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알 수 없음을 알게 된다'라는 역설적 인식. 이 문제는 신비주의의 핵심이다."이라고 밝혔다.

   
▲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무지의 구름'과 관상 기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신비주의는 온갖 초자연적 경험을 총칭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심지어 의도적인 대중 매체 기피 현상을 지칭하는 비밀주의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신비주의는 궁극적 실재와 우주, 인간의 통합적 관계를 설명하는 사상으로 구성된 종교 전통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무지의 구름'이 제안하는 관상 기도는 의식 변형을 유도하는 기법과 이를 통해 도달하게 되는 신비적 합일 의식 상태를 동시에 뜻한다"면서 "엄밀한 의미에서 관상은 기독교 전통에서 명상(묵상), 기도와도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관상 기도는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궁극적 실재인 신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목표로 삼아 '침묵 기도'로도 표현되는데 이 점에서 특정한 개념이나 성경 구절 등을 심사숙고하는 묵상이나, 일반적인 청원 기도나 찬양 기도와 다르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무지의 구름'이 권고하는 관상은 '정화-조명-일치' 또는 '집중-비움-드러남'의 도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수행법으로서의 역설은 더욱 뚜렷하게 파악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움은 철저하게 '수동적'인 상태가 되려는, 매우 '능동적인' 노력으로 집중이 의식의 초점을 유지하려는 '의도적인' 조절 노력이라면, 비움은 최종적으로는 비우려는 의도마저도 무화 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대단히 역설적"이라고 지적한다. 비움의 단계에서부터 관상 수행의 역설이 명확하게 목격된다는 의미다.

그는 "의도적인 집중과 비움의 노력을 통해 자신을 철저하게 비워내 수용성을 극대화하면, 가려져 있던 마음의 층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이원적 분리가 하나로 통합되는 합일 체험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무지의 구름'은 신비주의적 수행법의 역설을 비롯해 신비주의의 비교 연구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여러 물음을 제기한다"고 설명한다. 합일 체험의 존재와 인식론적 가치, 합일 체험의 동일성 여부, 신비적 합일 체험의 윤리적 함의 등이 그것이다.

   
▲ 정경일(왼쪽), 성해영(가운데), 문광훈(오른쪽)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은 2016년 3월부터 '윤리와 인간의 삶'이란 주제로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예술 등 사회 전반적으로 윤리 도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오늘의 사회에서 윤리 도덕이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3년 차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진행한 '문화의 안과 밖'이 '오늘의 시대에 대한 문화적 성찰'을 주제로, 한국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는 강연이었다면, 2015년 두 번째 '오늘의 시대와 고전'은 고전의 힘을 빌려 오늘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자리였고, 2016년 세 번째 '윤리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의 윤리 강연은 앞선 강연 맥락을 이어가면서 더욱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윤리의 눈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게 핵심이다.

이번 '윤리와 인간의 삶' 7섹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은 이승환 고려대 교수의 '경건, 경, 존중, 바이오필리아'(2월 18일),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의 '보편 윤리 – 자비, 인, 인인애(隣人愛)'(2월 25일), 김용환 한남대 명예교수의 '관용과 신념'(3월 4일)강연으로 이어진다.

강연 청중으로 참여를 원하는 분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에서 직접 신청이 가능하며 강연 영상과 강연 원고 전문은 인터넷에서 언제든 열린연단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 열린연단 전경

[글]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열린연단,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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