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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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 49회 게스트는 아이디서포터즈의 공연 프로듀서 이동근과 희곡작가 김세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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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스 49회 게스트- 이동근 프로듀서(위), 김세한 작가(아래)

Q. 아이디서포터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ㄴ 이동근 : 아이디서포터즈는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을 응원한다는 것을 모토로 2015년 10월에 희곡작가인 김세한, 프로듀서 이동근, 그래픽디자이너 김솔 등이 모여 만든 공연기획사다. 창립 이래 주로 2~30대의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Q. 불가능한 꿈을 응원한다는 구체적인 의미는?

ㄴ 이동근: 작년 여름에 '불후의 명작'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청년예술인들을 불러서 공연할 기회를 만든 것이다. 젊은 연극인들은 공연에 대해 갈증을 느낀다. 우리가 시작한 취지가 이러한 연극인들의 문제 즉 기회의 공평성을 함께 해결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형태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Q.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계기는?

ㄴ 김세한: 2014년 '제1회 이십할 페스티벌'이라는 '이십 대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직접 밖에 나와서 움직이자'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ㄴ 이동근: 극장에 설 기회가 젊은 층들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실내보단 야외에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12월 한 겨울에 야외에서 공연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그때 김세한 작가랑 전윤환 연출이 축제를 기획했고 난 그때 초청받은 입장이었다.

ㄴ 김세한: 당시 이동근 피디는 공연분야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연극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습이 나로서는 신기하게 보였다. 어느 날 둘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연극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하고 싶은 것에 관해서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고 일주일 후 사고 소식을 들었고 무조건 병문안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런 사고(화상)를 당했으니 왠지 모를 죄의식 같은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병문안을 가서 "회복하면 같이 연극을 하자" "내가 돕겠다"라는 약속을 불쑥 했다.

ㄴ 이동근: 김세한 작가는 사실 비위가 약한 친구다. 남의 고통이나 아파하는 걸 잘 못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혼자 용기 내서 문안을 왔다. 사실 만난 인연이 짧았으니 그리 친하다 말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병문안을 와서 나에게 했던 말들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큰 힘이 됐다. 그래서 퇴원 후 같이 회사를 차렸다.

 

 

   
이동근 프로듀서

Q. 현재 진행 중인 <주먹 쥐고 치삼>이라는 연극은 어떤 내용인가?

ㄴ 이동근: 2월 1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먹 쥐고 치삼>은 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인 문치삼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가 화상을 입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태에서도 뮤지컬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엔 내 얘기를 이렇게 많이 넣고 싶진 않았지만 여러 사람의 논의 끝에 내 스토리가 중심이 되었다.

 

Q. 공연에 보면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동근 피디도 원래 배우지망생이었는가?

ㄴ 이동근: 고등학교 때는 연극배우가 꿈이었다. 사실 배우지망으로 입시를 세 번 떨어졌다. 나에게 배우의 재능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의 꿈을 접었지만 그래도 연극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있었다. 뭔가를 판단하거나 좋은 방향으로 사업을 끌고 나가는 것, 이런 일들을 내가 다른 일에 비해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 있어서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보완하기 위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 연극이라는 분야에서 소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노하우를 들었다.

ㄴ 김세한: 처음에 만났을 때 1년에 200편을 보고 다닌다고 말하는 게 대단했다. 사실 연극계에서 오래 부딪히다 보면 사람 간의 이해관계가 생긴다. 그래서 사람을 순수한마음으로 대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동근 피디는 그런 편견이 전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애정만으로 공연을 보고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이 놀랍고 매력적이었다. 작년에 아파서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하는 것을 힘들어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김세한 작가

Q. 연극의 내용 중에 실제적인 부분과 모티브만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 듣고 싶다.

ㄴ 이동근: 사실 원안을 내가 작성했다. 나는 지금의 연극처럼 내 실화를 직접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작가나 연출자는 내 원안을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내 얘기와 나를 둘러싼 동료들의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공연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광윤이라는 인물은 고등학교 때 나와 같이 연극을 하다가 치킨집을 차렸는데 다시 나에게 이끌려 공연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치삼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소방관은 김세한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하였다. 실제 현직소방관이시다. 그뿐만 아니라 그 안의 대사들도 우리에게서 나왔던 얘기들이다. 후반부에 극적인 요소를 넣은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Q. 극작할 때 고민했던 것이 있다면?

ㄴ 김세한: 처음엔 화상 환자와 소방관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그냥 여과 없이 이동근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막상 우리의 얘기만 한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그러다 보면 점점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미화시키게 된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이동근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Q. 그래도 작품성에 대한 고민이 병행됐어야 했을 텐데: 연출을 비롯한 여러 제작스태프 들이 함께 고민했다.

ㄴ 이동근: 정범철 연출님께 작업의뢰를 했을 때 대본이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 연출님도 극작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 의도를 미리 말씀드리고 연출의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초연임에도 제작비가 많이 투자됐다. 연극이지만 뮤지컬처럼 노래가 많이 들어가고 안무도 있다. 작품에서 미흡한 요소를 풍성하게 만들어보고자 함이다.

ㄴ 김세한: 작가가 세 명이나 붙었던 이유도 우리 안의 시각에서 자꾸 벗어나서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관점을 넓히고자 했기 때문이다.

 

   
플스 방송 중 TV프로그램 동시 촬영

Q. 제작비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ㄴ이동근: 남 핑계 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펀드레이징을 위한 우리의 제작발표회 날이 3차 촛불 집회 날과 공교롭게 겹쳤다. 총 세 군데의 크라우드펀드사에 창구를 마련했고 언론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보도되지 못했다. 모든 기자가 광화문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품이 초연이었고 제작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홍보와 사전판매를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고 제작비 모금도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베스티안재단의 일부 후원에 힘입어 굴하지 않고 공연을 올렸다. 내가 화상 환자 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거기서 나의 이러한 사회활동을 좋게 봐주었다. 그래서 베스티안재단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실제 막이 오르니 이제야 심심치 않게 보도가 나가고 있다.

 

Q. 제작과정에서 봤을 때 제작자(이동근 피디)의 모습은?

ㄴ 김세한: 맘먹은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추진력이 확실히 남다르다. 가끔 이동근 피디의 눈이 반짝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대화하면 참 재밌다. 그런데도 지치지 않는다. 아직도 연극이 재밌냐는 질문에 여전히 재밌다고 말한다. 그 점이 참 좋다. 그래서 계속 같이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Q. 연극을 만드는 재미가 어떤가?

ㄴ 이동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것이 재밌다. 매일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보고 몇 명 우는지 체크한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우는 사람 숫자가 늘어가는 것도 뿌듯하다. 공연이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것이니 말이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스튜디오에서 라디오 방송 중

 

Q. 이 극을 다른 버전으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연극에 대한 향후 계획은?

ㄴ 이동근: 원안에는 소방관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 연극에서는 아니다. 처음 의도는 소방관이라는 소재가 좋아서 그 직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전, 현직 소방관의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분들을 만날수록 얄팍한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작가와 연출이 내 원안에서 소방관 관련된 얘기를 잘라내자고 하더라.

ㄴ 김세한: 이동근 피디 얘기를 먼저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ㄴ 이동근: 이제 다시 제작한다면 다음엔 소방관의 이야기 그리고 화상 환자를 대하는 의학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담아내고 싶다. 이것은 처음에 마음먹었던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비슷한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각각의 레퍼토리로 연작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처럼 말이다.

 

Q. 아이디서포터즈가 공연업계에서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아이템이 있다면?

ㄴ 김세한: 우리 회사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는데 결국 이동근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녀야겠다 생각을 한다. 아픔을 딛고 일어난 이동근의 강연과 더불어 이 연극(주먹취고치삼)이 기업극의 가치를 가지게 되길 바란다. 이 공연이 재미를 추구하는 면에서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긴 힘들겠지만 메시지를 전하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ㄴ 이동근: 기업극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예를 들면 보험회사에다 이 공연을 제안하는 것이다. 나도 보험금을 받았기에 이 공연을 만들 수 있었고 보험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이 공연을 보여준다면 보험관계자들의 교육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거리극이다. 대학로에는 마로니에 공원이라는 특별하고 좋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청년들이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짧은 연극을 통해 극장 관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ㄴ 김세한: 홍대는 버스킹과 스트릿 댄서들이 상징화되어 홍대가 부흥한 것처럼 대학로도 거리극이라는 코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고 큰 에너지로 작용하게 되길 바란다.

 

   
플스 49회 방송을 마치고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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