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밑바닥에서'의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이자,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곡 '밑바닥에서'가 다시 한 번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그리고 그 공연을 이끄는 인물은 '김수로 프로젝트'로 공연계의 큰손이 되는 배우 김수로다.

 
연극 '밑바닥에서'가 3월 1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뮤지컬 '인터뷰'와 '스모크'를 기획한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올해 첫 작품으로, 하수구 같이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간들의 삶을 담았다. 젊은 도둑, 한때 지식인이었지만 이제는 사기꾼이 된 인간, 성공하고 싶어 하는 수리공, 망한 귀족이 남작 등 현대 사회의 거대한 모순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존엄'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이들의 희망과 희망에 대한 상처를 그린다.
 
그동안 연극 '밑바닥에서'에서 '페페르', '배우' 등 여러 역을 맡으며 극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김수로는 이번에 총괄프로듀서와 '메드베제프'를 맡아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수로는 "워낙 작품을 좋아하니 돌아가면서 여러 역할을 하고 싶은데, 다음에는 '남작'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밑바닥 인생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순례자 '루까' 역엔 제작프로듀서로도 참여하는 강성진이 연기한다. 14일 오후 프레스콜에 참석한 김수로, 강성진, 김사울 등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김수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연을 올리는 소감은?
ㄴ 김수로 : 이 시대에 고전이 많으면 좋겠다. 체홉의 고전을 고등학교 시절에 배울 때, 그다지 잘 와 닿지도 않았다. 재밌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서 밀러의 '시련', 막심 고리끼의 '밑바닥에서'는 와 닿는게 있었다. 아는 고전을 보여줘야 관객에게 자신감도 생겨난다. 물론, 체홉 작품도 지금 하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다.
 
상업적인 색깔보다 공부가 되는 작품을 올려보고 싶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봤다. 당연히 BEP(손익 분기점)도 안 맞을 것이고, 상업 면에서 실패할 것이다.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올려서 많은 관객에게 다양한 연극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행보가 달라야겠다고 생각해, 고전을 1~2년에 꼭 한 번씩 올리고 싶다. 많은 분이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밑바닥에서'는 가슴이 남는 명대사가 많다. '루까'가 여인숙에서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ㄴ 강성진 : '루까'가 워낙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역할인데, 지금 생각하는 대사는 '사람만이 좋은 사람을 만들어줄 수 있다'다. (김수로 : 동물도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여보세요? (김수로 : 개를 키우니까…. (웃음))
 
이 작품에서 가장 입바른 소리와 희망을 전달해주기 역할이어서 '루까'는 명언 같은 대사가 많다. 원작에서 한국적인 대사로 번역하면서 약간 그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이 대사도 문장으로 이야기하면 와 닿지 않겠지만, 극을 보시면 진행상에서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 강성진 배우가 명대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ㄴ 김사울 : 얼굴에 셰이딩을 가장 많이 넣어서, 작아 보일 수 있다. (웃음) 때 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커튼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제 얼굴이 주먹만 하게 나온다. 이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스쨔' 역할을 꼭 하고 싶었다. 2~3년 전에 김수로 선배님이 출연할 당시 공연을 봤는데, '나스쨔' 역할은 박채원 배우가 했다. "그래서 '나스짜'가 기회가 된다면 할 수 있을까요?"했는데,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언제 내가 이런 가슴 파인 드레스를 입어보겠나? 항상 감사드리고 있다.
 
뮤지컬과 비슷한 시기에 공연한다. 뮤지컬과 연극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ㄴ 김수로 : 대학 동기 왕용범 연출과 사무실에서 만나서 "나는 연극 할 건데, 너는 뮤지컬을 하는구나"라고 한 적이 있다. '밑바닥에서'를 처음 했을 당시, 왕용범 연출과 같이한 적이 있다. 학창시절 이후, 대학로에 올라갈 때 나는 전통을 고수했고, 이 친구는 각색한 후에 뮤지컬을 만들었다. 다시 왕용범 연출이 추억으로 돌아가 각색된 작품을 올리게 된다. 그래서 내용이 다를 것이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부분을 어레인지해서, 분석했다. 두 작품이 올려진 후에 많은 대중이 이 작품을 알게 된다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ㄴ 김수로 : '택시드리벌', '헤비메탈 걸스' 등 '김수로 프로젝트'를 해서 가장 배역이 잘 맞을 것 같은 배우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 2년 전과는 또 다른 '루까', '싸친', '나스쨔'를 하려고 한다. 완성도는 이번이 제일 좋다. 제가 만든 연극학교를 3년하고 있다. 전국 150개가 넘는 대학교에서 1, 2, 3기가 활동 중이다. 사회에 뭐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서 선택했다. 1기 정익환, 2기 김정환 친구가 '페페르' 역을 맡았다. '김수로 프로젝트'도 그렇고, 내 작품은 신인 기용을 잘하고 있다. 브리지가 되어, 좋은 무대, 매체로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김사울 배우가 몸을 팔지만 언젠가는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창녀 '나스쨔'를 맡았다.
 
더블 '페페르'가 잘했으면 좋겠고, 연기를 잘 배워서, 앞으로 나가는데 큰 도약의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고 있다. 연습실에 일찍 와서, 신인들을 계속 트레이닝해줘서 보람도 있었다. 또한, 후배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가 있다.
 
"나는 행보가 달라야겠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ㄴ 김수로 : 누구나 이제 저를 알 텐데, 같은 행보를 걷고 싶지 않았다. 열다섯이 넘는 배역 캐스팅을 했는데, 고전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망해서다. 이렇게 많은 캐스팅을 쓰면, BEP가 넘어간다. 비즈니스적으로 나라의 지원 없이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용기 내서 많은 것을 공부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고전을 봐야 가치관, 성장 과정에서 큰 의미를 담아갈 수 있다. 100년 전, 러시아의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을 듣고, 느껴야 지금의 상업 연극, 뮤지컬을 보더라도 그 값어치를 느끼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도 자주는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인터뷰'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그 사랑으로 이렇게 더 나눌 수 있다. 기업처럼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 큰사랑을 받으면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막심 고리끼의 '밑바닥에서'를 했다. 어제 보신 관객분이 고전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체홉의 '갈매기'가 어떻냐고 물어봤다. "많이 했는데 도전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국립극장 같은 곳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어레인지가 거의 없이 나오는 고전을 계속 도전하고 싶다.
 
   
▲ 김로사 배우가 탐욕스럽고 사치스러운 여인숙 안주인 '바실리사'를 연기한다.
 
앞으로도 BEP가 맞지 않는 공연을 계속하나?
ㄴ 김수로 : 지금은 '인터뷰'가 큰사랑을 받아서 나누고 있다. 그리고 더 큰사랑을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요즘엔 기업체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분도 있다. 그러면 이 시대에 이러한 고전을 올려야 좀 더 값어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메꿀 수 있는 능력도 있어서 예능도 나간다. (웃음) 그래서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잘 조율해야 한다. 결국, '스모크'가 안 되면 안 된다. 연말에 '갈매기'와 같은 고전도 할 수 있고, 좋은 신인과 선배님의 연기 향연을 볼 수 있다. 좋은 연극을 계속 올리고 싶다.
 
오프-브로드웨이 도전도 그중 하나인 것 같다.
ㄴ 김수로 : 오프-브로드웨이는 1%이지만, 이제는 도와주는 기업(현대카드)도 있어서 열심히 열심히 부딪치고 있다. 이리 뛰고 해서 검소하고 알뜰하게 하고 있다. 당연히 오프-브로드웨이는 BEP를 생각하고 하면 안 된다. 지금 이 작품은 BEP를 염두에 둘 수 있지만, 오프-브로드웨이는 1%의 가능성을 두드리고, 부딪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계속 한국 창작을 노크해보고 싶다. 결국, 통하지 않겠나 싶은데 열심히 해서 보여드리겠다.
 
   
▲ 연극 '밑바닥에서'의 한 장면.
 
앞으로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프로듀서 일을 하는가?
ㄴ 김수로 : 행복이다. 누군가는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해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 다르게 하고 싶었다. 다른 걸 찾고 있는데, 다름을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보다 사회를 생각하고 있는데, 지식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공부하고 있는 처지다. 너무나 행복한 고민이다. 이렇게 작품을 하는데 문화를 어떻게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해서 조언도 받고 외국도 계속 간다. 에든버러에도 올해 가서 보려 한다. 계속 혁신, 개혁, 문화의 한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 결국, 언젠가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필요하지 않을까?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제작자, 프로듀서가 되겠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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