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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일본을 넘어 한국,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 큰바람을 몰고 왔던 '너의 이름은.'.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워놓은 기록을 다 갈아치웠고,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로 350만 명 관객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더군다나, 국내 대작 영화로 불리던 '더 킹'과 '공조'라는 고래 싸움에서 새우 등 터지지 않고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다.

관객들에게 '너의 이름은.'은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가져다준 메시지로 작용했다. 동아시아 3개국이 비슷한 재해의 아픔(일본 도호쿠 대지진, 한국 세월호 사건, 중국 남부 대홍수 등)을 겪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기에 영화는 더욱더 사람들에게 크게 와 닿았으며, 재해의 희생자가 될 뻔했던 '미츠하'의 편에 서서 그녀를 응원하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타키'와 잘 되길 바랐을 것이다.

크나큰 파도를 일으키며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전 세계로 뻗어 나갔던 '너의 이름은.',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에게 이 애니메이션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시도 : '너의 이름은.'

그동안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줄곧 봐왔던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그의 전작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이고 진지하며, 행복한 결말도 아니고 극 중 연인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다반사.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그에게 '커플 브레이커'라고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구현된 연애관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에 비하면 '너의 이름은.'은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과는 정반대. 주인공의 연령대부터 청소년으로 낮추었는데, 이는 젊은 세대층 공략과 상업성과 대중성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그의 과감한 변신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청소년들(여중·고생들)에게서 "아저씨면서 우리의 감성을 잘 살려서 놀랐다"는 호평을 받았다. 줄곧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한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시절 추억, 감정 등이 옅어질 수도 있지만, 어릴 적 추억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으며, "커플 브레이커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는 '너의 이름은.'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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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카이 마코토는 '도호쿠 대지진' 때문에 '너의 이름은.'이 탄생하게 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는 기본 설정으로 시작했고, '타키(도시)'와 '미츠하(시골)'가 사는 지역 설정 또한 자신의 경험담(그는 나가노 현 코우미마치라는 시골 출신이었다가 대학교 입학과 함께 도쿄로 상경하게 되었다)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는 비슷한 문화권 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이질감이 거의 없을 것이며, 자신처럼 시골 출신인 사람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잔류할지, 혹은 상경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에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신카이 마코토가 유독 크게 공들였던 부분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음악이었다. 그동안 고전적인 피아노 선율이 담긴 음악을 삽입곡으로 사용했던 반면, '너의 이름은.'에서는 일본의 유명밴드 래드윔프스와 삽입곡 작업을 진행해왔고, '전전전세'와 '스파클'을 비롯하여 주제곡 4곡을 포함하여 총 22곡을 완성했다.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성들을 강조하기 위해 신카이 마코토는 작업 중에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음악선정에 크게 공들였다(지난달 한국에 방문했던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도 준비과정에서 꽤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카이 마코토는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과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선 필요했다고 피력했는데, 예를 들면,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 몸이 바뀐 상태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전달할 때, 음악이 신의 한 수 였다는 셈. 

 

'너의 이름은.'의 큰 성공에 가려진 그림자들

'너의 이름은.'을 계기로 신카이 마코토가 많이 발전했고, 비로소 소수층이 아닌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350만 명이라는 수치는 분명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지만, 뒤집으면 많은 이들이 본 만큼 다양한 비판과 문제점도 존재했고, 온라인상에서도 꾸준히 언급되어 네티즌간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장에서도 '너의 이름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질문하는 기자들도 있었을 정도(다만, 신카이 마코토가 명쾌한 답변을 주지 않아 아쉬웠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되짚으면, 먼저, '너의 이름은.' 또한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들처럼 이야기 전개가 취약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논리나 구조에 따라 출발한다고 생각하나, 간혹 예상치 못한 일과 행동이 일어나기에 가끔은 개연성에 연연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개연성에 항상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나, 극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혜성 충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타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서로에게 희망이 되고 치유를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더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혜성 충돌에 이외 다른 부분에서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으며, 영화가 내건 '무스비(結び)"가 모든 관객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논란의 대상은, 여주인공 '미츠하'. 극 중 그녀가 의식을 행할 때 그녀를 비웃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 몸이 바뀔 때마다 '타키'가 '미츠하'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을 두고, 필자를 포함한 제법 많은 관객이 '미츠하'가 성적 희롱을 당해 더욱 비참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주요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이 질문이 나왔으나, 신카이 마코토는 이미 이런 부류의 질문은 인지했는지, 질문과 관계없는 다른 대답을 내놓으며 회피했다. 그 외에도 '미츠하'를 통한 고정적인 여성성(신카이 마코토는 '미츠하'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연출 부분에서도 의외로 호불호가 갈렸다. 이번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의 집대성'이라고 호평을 받았지만, 비현실적인 장치로 벌어지게 된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후반부 설정이 물린다는 평도 많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나친 '무스비(結び)'의 남발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공들였다는 삽입곡 부분도 호불호가 갈렸다. 일본식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이들에겐 문제되지 않으나, 일반 대중에겐 지나친 삽입곡 남발이 되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신카이 마코토의 다음작이 기대되는 이유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가 했던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다. 그는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오면서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관객이 다양한 감상을 들려준다. 내용을 보다,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본인들의 감상을 들으면 다음에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상을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나의 영화의 특별한 힘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는 전작들과 확연하게 다른 노선을 걷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그라면, 이미 이번 작품을 통해 피드백은 이미 끝났다고 보여진다. 그는 수많은 회차로 관람한 열성 팬들이 지적한 극 중 오류 부분을 수정하여 DVD판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을 정도. 그렇기에, 신카이 마코토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게 아닐까? 아직 구체적으로 다음 작품을 구상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힌트를 기자들에게 흘렸다. 어떤 장르, 어떤 주제를 하더라도, 그가 사랑하는 도쿄가 다시 한번 배경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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