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누가 진짜 '영웅'인가.

뮤지컬 '영웅'은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안중근 역에 정성화, 안재욱, 이지훈, 양준모가, 이토 히로부미 역에 김도형, 이정열, 윤승옥이, 설희 역에 리사, 박정아, 정재은이, 링링 역에 허민진(크레용팝 초아)과 이지민이, 우덕순 역에 정의욱, 조도선 역에 노태빈, 유동하 역에 박정원, 박종찬, 왕웨이 역에 황이건, 김내관 역에 김봉환이, 최재형 역에 장기용, 조마리아 역에 임선애, 외무대신 역에 조영태, 와다 역에 김상현, 주인게이샤 역에 김사라가 출연한다.

뮤지컬 '영웅'은 흔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작품으로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고민을 그리는 데 더 집중한다. 단순히 한결같은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독립운동을 펼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리더로서 가지는 고민과 조국이 무엇이고 애국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엿볼 수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토 히로부미 역시 악마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려진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 이완 총리가 일종의 불사신 같은 이미지로 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토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설희 역시 마찬가지다. 설희의 독립운동은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를 아낀 명성황후의 죽음으로 인한 복수에 가깝다. 안중근을 사랑한 링링 역시 그렇다. 이들의 동기는 손에 잡히지 않는 '나라'보다 나와 함께 싸우고 죽어간 동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 개인적 면모에 집중된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애국심 그 자체가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시기에 자칫 과하게 넘치거나, 지나치게 모자라지 않는 길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단지 동맹'의 자작나무 숲이나, '추격전'으로 대표되는 빼어난 연출로 완성된 인상 깊은 장면들이 있지만, 세트 활용이 부족한 장면들이 일부 엿보인다. 세련된 미니멀리즘이라고 하기에도, 화려하고 웅장하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무대는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에게 기대는 경향이 다소 보인다. 반면 오케스트라 음악은 극의 무게감만큼이나 웅장하다. 1막이 시작하며 연주되는 서곡만으로도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 작품은 또 어떤 의미에선 독립운동과 마찬가지 맥락에 닿아 있다. 관객들이 '안중근의 후예' 안재욱이나 '살아 있는 안중근'으로 불리는 정성화 같은 스타들에게 집중하고, 멋진 무대 위에서 '누가 죄인인가'를 외칠 때, 실제로 작품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피, 땀, 눈물이 담긴 무대를 선보이는 앙상블들이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이름을 날릴 때, 자신의 모든 것을 함께 희생한 이름 모를 수많은 백성이 곧 독립운동가였던 것처럼 앙상블이야말로 진정 '영웅'이 아닐까 싶다. 고대완, 권오현, 김종준, 김진철, 김창현, 박경수, 박성진, 서재홍, 송효원, 안병우, 안준혁, 엄정욱, 이강, 이재덕, 정연호, 정일현, 정택수, 최세민, 최영민, 최학수, 함도윤, 김경하, 김순주, 김희연, 손상은, 장은희, 전유리, 정귀희가 뮤지컬 '영웅'의 진짜 영웅이 아닐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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