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권, 중국 대표팀으로 WBC 참가, '선택의 존중'이 필요한 때

▲ 청주고 2학년 시절의 주권(사진 좌). 주권은 최근 중국 대표팀 멤버로 WBC 참가 제의를 받아들였다. 사진 오른 쪽에 있는 이가 황영국(한화)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2월 1일을 기점으로 각 팀별로 해외 전지 훈련을 떠난 가운데,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 역시 또 다른 오프시즌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김인식 감독을 중심으로 국가대표팀이 구성된 가운데, 적지 않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최대한 베스트 멤버로 대회에 임하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메이저리거들이 불참을 선언하거나 구단 차원에서 선수 차출에 반대했지만, 자발 참가를 선언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각 대표팀을 구성해도 꽤 괜찮은 팀이 꾸려질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야구 저개발국(특히 유럽)에 대해 기꺼이 참가를 선언한 메이저리거들도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1라운드 맞대결을 펼칠 네덜란드나 이스라엘도 상대하기 꽤 까다로운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BO 리그에서 활약한 국내 선수가 반대로 해외 대표팀으로 선발된 경우도 있어서 눈길을 끈다. kt 위즈의 주권(22)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고사의 의사를 표했지만, 존 맥라덴 중국 국가대표팀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주권은 이번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마운드에 서게 됐다. 만약에 WBC가 올림픽/아시안게임과 같은 '국가대항전 선수권대회'의 성격이 짙었다면 절대 성사될 수 없었지만, 태어난 국가와 현재 본인의 국적 중에서 참가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WBC만의 독특한 대회 운영 규칙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었다. 1995년 중국 지린(吉林) 성에서 태어난 주권은 10년 뒤인 2005년 국내로 건너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WBC 참가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혹은 중국 대표팀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셈이다.

주권이 중국 대표팀으로 WBC 참가?
'찬반'이 아닌 '존중'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 때

이러한 독특한 규정이 세워진 것은 당초 WBC가 '야구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개설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야구 저개발/미개발국의 적극적인 참가를 위해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이 모국(Native Country)과 현재 국적 사이에서 참가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대표로 뛰었던 마이크 피아자, 네덜란드 대표로 뛰었던 앤드루 존스 등이 바로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알렉스 로드리게즈도 1회 대회에서는 미국 대표로 뛰었지만, 이듬해에는 도미니카 대표로 뛴 바 있다. 즉, WBC에서는 동일 선수가 대회마다 다른 국적으로 출전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 대항전이라는 성격보다는 야구를 하는 나라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주권의 중국 대표팀 합류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출생지를 감안했을 경우 대회 규정에 따라 얼마든지 WBC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점이 국가대표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일부 야구팬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WBC는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프로화가 진행된 야구 선진 4국(대한민국, 미국, 일본, 타이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주권이 타국적으로 출전한다 해도 이를 반드시 배타적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WBC가 가진 고유의 성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KBO도 대한민국을 모국으로 둔 메이저리거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을 뽑을 수 있다. 로버트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 뉴욕 양키스)를 비롯,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前 템파베이 레이스)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몇 차례 언급된 것처럼 국적에 대한 문제가 아닌, WBC 대회 자체에 대한 성격을 잘 파악하여 선수 참가에 대한 '찬반'보다는 '존중' 쪽으로 바라봐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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