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시월의 요코우치 켄스케 작 김문광 번안 김영록 연출의 하카나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요코우치 켄스케(横内謙介)는 1961년 생으로 극단 도비라좌의 단장, 극작가, 연출가, 프로듀서다.고등학교 시절에 처녀작 <도룡뇽이다~!>로 전국고등학교연극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와세다 대학 재학 중 극단 선인회의 설립(그 후 도비라좌로 개명했다.

수퍼가부키<신삼국지> 삼부작, 후쿠오카 메세에서 열린 국민문화제 개회식 이벤트 <인생호>를 구성연출하고, 애지구 엑스포 어트랙션 구성연출. 와세다 대학 연극학과 출강. 2006년 7월, CX의 TV드라마 <단도리 Dance &Drill>의 각본 집필. 2007년 현재, 일본극작가협회 부회장이다.

1992년, <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라만차의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제36회 기시다희곡상 수상. 99년, 수퍼 가부키 <신삼국지>로 제28회 사상 최연소 오타니상 수상. 창작극 <신 라쇼몽>, <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라만차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의 관>, <드릴혼> <수퍼 가부키 팔견 전>, <신 다케 토리 모노카타리>, <신 삼국지>, <21세기 가부키구미>, <용신전> <리본의 기사>, <불새>, <마녀의 택배>, , <카르멘이라 불린 여자>, <뮤지컬 드릴> 등 기타, 희곡집, 에세이집 등 다수 작품을 발표했다.

김영록은 <끝없는 아리아> <빨간 피터의 고백>, <봄봄>, <아버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동화의 관> 등에서 탁월한 연출기량을 발휘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일본식 2층 가옥과 그 앞마당이다. 무대 좌우에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아래 위층의 방 앞에는 테라스 같이 난간이 달린 마루가 있다. 한지를 바른 격자무늬의 여닫이문이 달리고, 이층 창문에는 매화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중앙에 주사위 놀음을 하도록 긴 다리가 사각의 높은 판이 있다. 아래층 방은 남녀의 밀착과정이 그림자와 교성으로 연출된다.

   
 

일본 에도시대인 듯 무사와 낭인, 불한당이 노름꾼으로 등장하고, 곱사등과 애꾸, 유곽의 여인들, 그리고 인간과 요괴가 함께 등장하고 요괴의 해설로 연극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행된다. 노름의 여신 격인 요정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는 낭인이자 무사인 스즈지로는 노름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 노름에서 진 적이 없다. 심지어 붉은 색 머리칼의 남성 요괴와의 노름에서까지 이겨, 하카나라는 절세미녀를 얻게 된다.

그런데 하카나는 시체의 조각을 모아서 만든 여성조형물이기에 일정한 기일이 지나야 제대로 사람구실을 한다. 그 기간은 100일로 설정된다. 연극 역시 100일 동안의 이야기로 스즈지로와 하카나의 감동적인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가 내용이다.

하카나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아기 같은 의식에서 출발해 아동으로 그리고 사춘기를 거쳐 성인과 같은 의식과 지성의 소유자로 변모한다. 그리고 완전한 여성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100일 전에 하카나의 몸과 접하면 하카나는 물이 되어버린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렇기에 스즈지로는 하카나를 돌보고 아끼지만 몸을 밀착시키지는 않는다. 하카나의 지적성장을 위해 스즈지로는 내키지는 않지만 땡 중이나 다름없는 묘해라는 승려에게 하카나를 맡겨 교육을 받도록 한다. 당연히 승 묘해는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스즈지로는 그 요구를 거절한다.

그런데 하카나가 절로 들어간 이후 스즈지로의 노름 솜씨가 달라진다. 패한 적이 없는 스즈지로가 노름판에서 연속 패하기만 한다. 게다가 스즈지로와의 대결에서 한쪽 눈을 잃은 낭인 무사 조로마사가 등장해 복수를 하려든다. 그리고 눈을 걸고 노름을 벌인다. 그러나 노름의 요괴의 영향력을 잃은 스즈지로에게 승부수는 오지를 않는다. 조로마사는 스즈지로의 눈을 뽑지 않고 큰돈을 요구하고 되돌아간다.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스즈지로는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 돈으로 놀음을 하지만 역시 패하기만 한다.

날짜가 지나가고 하카나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이 되어 되돌아 온다. 그리고 하카나의 스즈지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살포시 전달된다. 그러나 물로 화하게 된다는 붉은 머리 요괴의 예언 때문에 스지지로는 하카나에게 몸을 밀착시키지 못 한다. 하카나는 계속 스즈지로에게 파고들지만 스즈지로는 철석같은 냉정을 유지한다. 다시 노름판에 간 스즈지로가 연속 패하자, 스즈지로는 마지막 판에 하카나를 판돈 대신 건다. 그러나 노름의 여신의 외면으로 스지지로는 하카나 마저 잃게 된다. 외눈의 낭인 무사 조로마사는 하카나를 데려가려 들지만, 목숨을 건 하카나의 스즈지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감동해, 하카나를 그대로 두고 동료낭인들과 떠나간다.

그 사이에 날짜는 하루 모자라는 100일이 된다. 하카나가 스즈지로에게 달려들고 진정한 사랑과 애절한 밀착요구에 이끌려 비록 하루가 남았지만 스즈지로는 하카나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그러자 물로 변해버릴 줄 알았던 하카나는 완전한 여인이 되고, 두 사람은 꽃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의 화신이 되어 사랑의 은총 같은 수천 개의 꽃잎의 세례 속에 포옹이 계속되고, 이를 지켜보는 붉고 푸른 요괴의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스즈지로 김장돌, 하카나 서혜림, 푸른 요괴 김병철, 붉은 요괴 진영선, 조로시마 서동석, 노름 요정 선정화, 묘해 스님 김영찬, 그리고 황원, 유석민, 이수경, 이승현, 허주희, 이효선, 김서정, 서 웅, 장주빈, 황민우, 김영주, 이성진, 정소애, 정현혜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과 무예대결 그리고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열정을 다한 듯싶은 연기에 관객은 도입부터 극 속에 몰입이 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로 극적 감동에 보답을 한다.

의상디자인 박소영, 무대디자인 이 헌, 조명감독 탁형선, 사진 그래픽디자인 김 솔, 조연출 황민우 한예나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시월의 요코우치 켄스케(横内謙介) 작, 김문광 번안, 김영록 연출의 <하카나>를 남녀노소는 물론 연극인이 관람할만한 흥미와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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