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솝우화' 중 새끼 양(강두현) 대사

   
 

[문화뉴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산울림 고전극장. 5년 동안 젊은 극단 11팀과 함께해오며, 총 23편의 고전 작품을 소개한 이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리스 시대 문학들로 무대를 채웠다. 올해는 공상집단 뚱딴지, 창작집단 LAS, 극단 작은신화, 맨씨어터가 참여한다. 고전극장의 첫 무대를 여는 팀은 공상집단 뚱딴지다.

각색 및 연출을 맡은 황이선은 300여 편이 넘는 '이솝우화' 중 11편을 골라 극 속에 녹여냈다고 한다. 연극은 다양한 이솝우화를 소개하며, 계절의 순환 과정에 맞게 에피소드를 배치했다. 극 전반을 관통하는 주 서사는 앙증맞은 새끼 양과 정 많은 여우의 이야기였다.

굶주린 여우는 새끼 양을 만나지만, 그 치명적 귀여움에 사로잡혀 잡아먹기를 포기한다. 심지어 같이 지낸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새끼 양에게 꽤나 깊은 정이 들어버린다. 여우는 새끼 양을 살리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고,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 사계절 순탄치 않은 자연의 풍파를 온몸으로 감내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새끼 양, 여우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지레 겁먹은 것일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한다. 그때 새끼 양의 허를 찌르는 한 마디.

 

   
 

"자연스러운 게 뭐야? 혹시 여우가 새끼 양을 잡아먹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당황한 여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새끼 양은 더욱 집요하고 똑부러지게 이야기한다. 이 어린 존재는 사리사욕만 챙기며 공동체를 속여 온 엉터리 대장 늑대를 쫓아내고, 위기에 처한 새끼 늑대들을 구하러 가는 어른 늑대들의 사연을 꼬집으며 말을 덧붙인다.

"어른늑대가 위기에 처한 새끼늑대를 구하러 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지. 마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앙증맞은 입술에서 나오는 그 지혜로운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새끼 양의 킬링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건 사랑하는 것들이 같이 있는 거야. 넌 날 사랑하잖아. 넌 나를 잡아먹지 않고, 계절을 흘러 여기까지 날 찾아왔잖아. 그러니까 넌 날 사랑하잖아."

새끼 양의 친구 여우, 정의로운 늑대. 어색한 워딩이 가득한 이 연극에서는 먹이사슬을 깬 '부자연'한 존재들이 본능을 초월해 본질을 이야기한다. 가장 지혜로운 생각을 가장 어리고 미약한 존재의 입으로 발화된다는 역설에서, 알 수 없는 쾌감과 아릿한 감동이 전해진다. 이해하기 쉬운 서사, 리듬감 있고 풍부한 색채로 묘사되는 자연, 산울림 무대에 선 최연소 배우 강두현의 깜찍한 연기까지. 자연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일깨우는 '우화'라는 장르는, 전 세대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기분 좋은 연극'으로 굉장히 훌륭한 소재이지 않을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이솝우화
   - 공연날짜 : 2017. 2. 1 ~ 12.
   - 공연장소 : 산울림 소극장
   - 원작, 각색 및 연출 : 아이소포스 / 황이선
   - 출연배우 : 강두현, 김은정, 노준영, 반인환, 승리배, 이인석, 이준희, 이지혜, 이현주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산울림고전극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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