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이름과 얼굴은 생소한 그들…지금도 어디선가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고 있다

[문화뉴스] 목소리의 예술가라 불리는 성우(聲優, voice actor). 그 옛날 TV가 없던 시절, 성우들은 지금의 인기 연예인과도 같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TV의 발명과 보급, 그리고 인터넷 콘텐츠 등의 발달로 듣는 문화에서 보고 듣는 문화로 옮겨갔다. 또 외국 드라마나 영화의 더빙이 점차 사라지다 보니 방송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성우의 역할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몇몇 이름 있는 방송국에서는 더는 전속 성우도 뽑지 않게 되었다. MBC의 경우, 가장 마지막으로 뽑은 공채가 2004년이며 현재까지 성우를 뽑지 않고 있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성우들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이름과 얼굴은 생소한 그들. 오늘은 그들 중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장민혁 성우 ⓒ KBS 성우극회
외화 더빙계의 엘리트, 장민혁
 
"우리 아들이 KBS 성우야! 30분 만에 10만 원을 벌어왔어!"
 
성우 지망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애니메이션 녹음을 했는데 아버지가 KBS 아카데미 학생인 것을 KBS 성우로 착각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KBS 전속 성우 생활이 끝난 후 프리랜서로 데뷔한 해인 2009년, 연말 특선영화로 방영한 '트랜스포머'와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서 샤이아 라보프의 목소리를 연달아 맡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드라마인 '셜록'에서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맡았다. '셜록'의 세 시즌의 더빙을 연달아 맡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또 다른 영화인 '노예 12년'과 '천일의 스캔들'에서도 더빙을 맡았다. 그래서 성우 팬들 사이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전담 성우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주고받는다. 선배 성우인 '소연'에 의하면 '셜록'을 맡은 후부터는 깃 세운 코트를 벗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배역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아직 나이는 40세로, 앞으로 맡을 역할들이 더 기대되는 성우다. 주요 작품으로는 '크루즈 패밀리'의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목소리),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프', '앤트맨'의 '스콧 랭'(폴 러드) 등이 있다.
 
   
▲ 강수진 성우 ⓒ KBS 성우극회
애니메이션 더빙계의 유재석, 강수진
 
KBS 21기 성우. 아마 어릴 적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봤던 사람 치고 이 성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이름은 몰라도 목소리를 들으면 "아! 이 사람~!" 하고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인기 있는 작품에서 남자 미소년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출연 빈도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TV를 켜면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린다. 이 때문에 성우 팬들 사이에서는 "또 강수진이야?"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기도 했다.
 
대학교 시절에는 한 달 중 20일 동안은 집에 가지 않으며 학교 방송국에서 지내면서 놀았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열정이 오늘의 강수진을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주요 작품으로는 '이누야샤'의 '이누야샤', '원피스'의 '루피',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등이 있다.
 

▲ 충격! 내가 겐지 성대모사를 잘한다고? by 겐지 성우 김혜성 ⓒ 겐지혜성TV 유튜브

 

게임 더빙계의 떠오르는 스타, 김혜성
 
대원방송 공채 3기 성우.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해당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중 네티즌들 사이에서 '겐지'라는 캐릭터의 기술인 '류진노 켄오 쿠라에!'가 '류승룡 기모찌'로 들린다며 논란이 있었는데 네티즌들은 이 캐릭터를 맡은 성우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 인기와 관심에 힘입어 2016년 4월 말, 김혜성 성우는 아프리카 TV에서 '비글혜성TV'라는 게임 방송 위주의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개인방송의 활약으로 유튜브에서도 채널을 오픈했다. 유튜브 시작 한 달 만에 구독자가 5만 명을 넘었고 현재 구독자는 1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전속 성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에서는 활동이 뜸한 편이었지만 인터넷 방송의 인기에 힘입어 앞으로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버워치'의 ' 겐지', '원피스 Original'의 '샹크스', '마비노기 영웅전'의 '헤기' 등이 있다.
 

▲ LG 'PC그램' 프로모션 영상에 목소리 출연한 박기량 성우. ⓒ LG전자 공식 유튜브

 
시사·교양 내레이션계의 아티스트, 박기량
 
'VJ 특공대' 성우. 이 한마디면 모든 설명이 끝나는 성우다. 앙칼진 목소리에 정신없이 쏟아지는 멘트로 정신을 못 차린다. 지금껏 이 프로그램에서 무슨 내용이 방영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목소리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성우의 내레이션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 이상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잘 알려진 목소리이기에 개그맨, 일반인 중에서 성대모사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요 외화 작품으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6'의 '한 솔로'(해리슨 포드), '쥬라기 공원'의 '이안 말컴'(제프 골드블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레스타트'(톰 크루즈) 등이 있다.
 
   
▲ 김석환 성우의 '성우개론' 책
다큐멘터리 내레이션계의 교과서, 김석환
 
서울대학교 법학부 출신의 성우다. KBS 라디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다큐멘터리 역사를 찾아서'의 고정 해설자이며 주로 내레이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5년에는 성우의 정의, 역사, 발성 등을 정리한 '성우개론'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우이지만, 성우 팬들 사이에서는 내레이션을 가장 편하게 잘하는 성우로 유명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정말 그 역사적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주요 작품으로는 '삼국지'의 '전풍', '초한지'의 '장한', 'KBS 무대 - 악행 컴퍼니'의 '김현빈' 등이 있다.
 
어떤 이는 외화 더빙판은 절대로 안 본다고 할 정도로 싫어하고, 라디오 드라마는 고리타분하다며 유튜브를 켜는 시대다. 누군가는 성우의 연기는 따분하다고 말한다.
 
분명 시대가 바뀐 것은 맞다. 저물어가는 것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역사 속에서 모든 이들이 그리했듯이 변화는 필요하다. 그들은 변화 속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아니, 이미 적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진짜 것들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잊지 않을 그들을 응원한다. 고집이 아니라 장인정신이라 불리길 바란다.
 
지금도 어디선가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고 있다.
 
문화뉴스 맹승주 인턴기자 mmmkb1@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