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은 힙합 뮤지션, 레디 인터뷰

   
 

[문화뉴스] "정답은 없는 거야, 이 세상엔, yeah, yeah 내가 걸어온 길이 나 대신 대답해
누가 내 미래를 예상해, yeah, yeah 나는 그저 내 꿈을 데려와, 내 앞에
진흙탕 같아도 세상은 다 내 꺼 Trust, nothing lasts forever
우리는 봤어, 맑은 하늘의 rainbow 비어 있던 시간들을 이젠 채워"
- 'Thank You' 중 레디 가사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넣듯 섬세한 가사를 한 올 한 올 곱씹게 되는 '생각해', '너라도', 'Thank You'와 같은 곡에서 레디의 모습은 '쇼미더머니 5'(이하 쇼미) 무대 위에서 G2에게 거친 디스랩을 내뱉던 레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나이가 서른이던 마흔이던 하고 싶은 것 하고, 돈이나 좀 벌면서 살겠다는 1985년생 레디는 2011년 싱글 앨범 'Capt. Reddy'로 데뷔해 꾸준한 음반 활동으로 특유의 늘어지는 플로우(Flow, 리듬과 라임)와 감성적이면서도 직설적인 가사로 레디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

바쁘게 달려온 2016년을 'Thank You'라는 곡으로 마무리하고, 2017년 3월 음반 발매를 앞둔 레디는 점점 더 뚜렷하게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20일, 문화뉴스가 만난 레디는 망고의 과육처럼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망고가 지닌 단단한 씨앗처럼 자신만의 소신을 굳게 지닌 '외유내강'의 모습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ㄴ 이번 3월에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그래서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2월 30일에도 'Thank you' 음원이 나왔다.

ㄴ 'Thank you'는 작년 동안 G2랑 많은 일을 겪으면서 함께 느꼈던 감정을 담은 곡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나를 챙겨줬던 사람들한테 고마웠던 마음이 컸다. G2와 얘기하다가 서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함께 작업하게 됐다. 우리 주변에 있는 분들을 포함해서 G2나 내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한테 드리는 메시지 같은 음악이다.

G2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G2와의 활동이 다른 아티스트보다 많은 이유가 있는가?

ㄴ 쇼미에 같이 참가했다. 그게 제일 큰 이유다. 그 이후로 둘이 같이 다니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면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가장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G2인가?

ㄴ 하이라이트 레코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굳이 뽑자면, 요즘에는 G2랑 제일 가깝다. 같이 일도 다니고, 이야기할 시간도 제일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더 친해진 것 같다.

G2 외에도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이 많아 보인다. 가장 수월했던 사람이 누구였나?

ㄴ AOMG 박재범과의 녹음이 가장 수월했다. 2016년 2월에 발표한 싱글 '생각해'를 피쳐링해줬다. WOOGIE에게 곡을 받고 내 벌스(Verse, 노래의 절)를 쓰고, 박재범에게 같이 작업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바로 승낙해줬다. 음악 들려주고, 훅(Hook, 노래의 후렴구)을 만들어서 보내줬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나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수월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던 곡이었다.

그럼 '생각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음원이겠다.

ㄴ '생각해' 외에도 내 노래는 다 좋다.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꼽기가 어렵다.

제일 마음에 드는 곡도 없고, 제일 마음에 안드는 곡도 없는 건가?

ㄴ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은 발매를 안 한다. 작업을 할 때 마음에 안 들면 안되니까(웃음).

   
 

그래도 조금이라도 후회스러운 곡이 있다면?

ㄴ 후회스러운 거, 후회되는 곡. 후회. 아쉬운 건 있다. 아쉬운 건 항상 아쉽다. 매번. 이번 앨범도 내 파트 녹음은 다 끝났는데 어제 다시 녹음한 곡이 두 곡 정도 있다. 듣다 보면, 계속 아쉽다. 가장 아쉬운 곡도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웃음).

어떤 부분에서 자꾸 아쉬워지는가?

ㄴ 여러 가지가 있다. 가사가 아쉬운 것들이 있는데, 발매 전일 경우에는 가사를 수정해서 다시 한다. 그래서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발매된 건 별로 없다. 어제 같은 경우에는 곡을 다시 듣는데 랩 자체가 조금 아쉬웠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녹음을 했다.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작업하는 포인트가 있나?

ㄴ 가사에 집중해서 작업한다. 너무 가벼운 것도 싫고, 내용이 없는 것도 싫다. 듣고 나서,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게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가사에 집중하지만, 전체적으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멜로디나 비트나 목소리에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하이라이트에서 섭외가 안 들어왔다면?

ㄴ 아마도 다른 회사에서 랩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다른 인터뷰 영상을 봤다. 배우 송중기와 친분이 있다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 없었나?

ㄴ 나만 친분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웃음). 따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 중학교 때 친했다. 송중기의 집도 놀러 가봤고,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를 한 달 다니고 자퇴하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연락이 끊겼다. 그때는 휴대폰이 지금처럼 활발했던 때가 아니라서 연락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TV로 중기를 봤다.

그럼 친구보다는 동창 같은 느낌인가?

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송중기는 친한 친구 몇명 중에 한명이었다.

   
 

'힙합의 민족2'(이하 힙민)에 출연을 했지만, 캐스팅 과정인 5화까지 출연을 못 했다. 그 때문에 생긴 불만은 없는가?

ㄴ 불만은 없었다. 팔로 형이랑 G2가 잘 뽑았고, 거기서 얼마나 더 잘 뽑겠나 싶었다. 불만은 없지만, 처음부터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힙민'에서 힘들었던 점은?

ㄴ 전혀 안 힘들었다(웃음). 쇼미를 하고 나서 그랬는지 몰라도, 전혀 힘든 건 없었다. 오히려 재밌었다.

그럼 힙민과 쇼미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ㄴ 쇼미(웃음). 쇼미도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끝까지 가는 기간이 길고, 미션을 해야 하는 시간이 촉박했을 뿐이다. 쇼미 자체에서 힘든 건 별로 없었다.

힙합 관련된 프로그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힙합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처럼 힙합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송에서 어떤 식으로 힙합을 포장하는지가 중요하다. 쇼미를 예를 들자면, 힙합을 모르고, 쇼미를 보고 힙합을 접한 사람들은 디스전처럼 강한 모습들만 보고 '아 힙합 저런 거구나'라고 규정짓게 된다.

사실 힙합도 굉장히 다양하고, 래퍼들이 전부 다 공격적인 사람은 아니다. 단면적으로 힙합을 보게 되기 때문에 그런 점은 아쉽다. 힙합 문화 자체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하는 방송이 있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쇼미 후에도 'Ocean View'처럼 감성적인 느낌의 곡을 냈는데, 이런 느낌이 레디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인지.

ㄴ 나는 센 것도 하고, '생각해'나 'Ocean View' 같은 것도 한다. 사람들이 어느 날은 기분이 좋고, 어느 날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처럼 나도 화가 날 때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도 있다. 기분에 따라서 다양한 곡이 나온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ㄴ 일단, 3월 앨범에 집중해서 앨범 준비 잘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앨범을 많이 낼 계획이다. 짧게든, 많게든, 트랙 수가 많든 적든 앨범을 다양하게 많이 내는 것이 목표라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3월에 나올 앨범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

ㄴ 지금 총 8트랙으로 돼 있다. 피쳐링도 몇분 있고, 이번 앨범은 내가 처음으로 음악만 하면서 만든 앨범이다. 쇼미 때부터 아시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옛날부터 다른 일이랑 음악을 같이 했다.

그 전에 낸 앨범 두 개는 일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처음으로 음악만 하면서 낸 앨범이라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 모든 트랙이 거의 다 내 이야기다.

그럼 가사에 집중했을 것 같다.

ㄴ 맞다. 올해 겪었던 일이 많다. 음악을 시작할 때의 이야기도 있고, 다양하다. 나란 사람을 함축해서 알 수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 한 부분만.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 정도는 알 수 있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 맘에 드나?

ㄴ 나는 되게 마음에 든다. 재밌게 작업했다. 음악에만 집중해서 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재밌었고, 곡도 잘 나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들려 달라.

ㄴ 3월에 앨범을 내고, 4, 5월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때 얼마나 오실지 모르겠지만,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했던 분들이나 다 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고 난 다음에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직접 공연장에서 만나서 교감을 나누고 싶다. 쇼미에 나온 모습이 다가 아니니까 조금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섬세한 가사와 레디만의 조곤조곤하면서도 늘어지는 플로우를 듣다 보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분이 좋은 날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찾아 듣게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레디에게 힙합이란 자신의 일기장일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감정을 공유하는 힙합 뮤지션 레디의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날의 위로가, 어떤 날의 고백이 되어줄 것이다.

한편, 레디는 3월 앨범 발매에 연이어 4, 5월 중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글]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사진]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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