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장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 국립극단

[문화뉴스] 국립극단이 2017년 '기억과 욕망'이라는 주제 아래 총 21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현재 우리 모습의 근원인 과거에 대한 '기억'과 앞으로의 행동에 방향키를 쥐어주는 '욕망'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인의 모습을 바라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청소년극' 제작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국립극단 제작공연 중 작품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재공연하고, 지방공연도 진행하며, 국립극단만의 우수 레퍼토리를 구축에 힘쓰는 중이다. 지난 해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공동으로 제작해 호평을 받았던 '빛의 제국'은 2017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중소도시에서의 투어를 시행한다.

국립극단의 2017년 레퍼토리를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우선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은 계속된다. 2014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부터 2016년 '산허구리'까지 그간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우리 희곡을 발굴해 선보인 국립극단의 대표 기획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로 '가족'과 '제향날'이 공연된다. 올해는 우리 근대극에서 사실주의 작품으로 의미를 가지면서도 '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진 두 편이 선정됐다. 이용찬의 '가족'은 '혈육적 가족'에, 채만식의 '제향날'은 '역사적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견 연출가 구태환과 최용훈이 각각의 연출을 맡아 새로운 명작을 탄생시킬 것이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국립극단

'국립극단 창작신작'도 진행된다. 연극계의 대표 극작가 배삼식과 뮤지컬을 넘어 영화까지 지평을 넓힌 작가이자 연출가 장유정이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을 무대 위에 올린다. 배삼식 작가는 신작 '1945(가제)'에서 굴곡 많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또한 국립극단이 창작극 개발의 일환으로 공동창작에 방점을 두고 시작한 '한국인의 초상'은 2016년 고선웅 연출에 이어 2017년에는 장유정 연출의 지휘 아래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함께한다.

또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극작가들의 시선으로 한국인을 바라보는 다섯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이라는 이름 아래 6월부터 7월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에서 연달아 공연되는 다섯 작품은 과거 한국인의 정체성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부모 세대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자녀 세대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희곡 '용비어천가', '가지', '김씨네 편의점',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널 위한 나, 날 위한 너'는 각각 오동식, 정승현, 오세혁, 부새롬, 박해성 연출과 만나 익숙하고도 낯선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2016 낭독공연 '아는 사이' ⓒ 국립극단

주목할 만한 젊은 연극인들의 신작도 놓칠 수 없다. 국립극단이 2016년부터 시행해온 젊은 극작가들의 신작개발 네트워크 '작가의 방'을 통해 개발된 윤미현 작가의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가 지난해 낭독공연에 이어 2017년 국립극단 '젊은극작가전'으로 관객과 만난다. 2011년 '우리 단막극 연작'을 단초로 시작된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에서는 '목란언니', '노란봉투', '게임' 등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출'이라는 호평을 받은 전인철 연출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고전도 빠지지 않는다. 배우 이혜영이 '메디아'로 다시 한 번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2016년 '겨울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헝가리 배우 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아 그리스 비극의 무게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다. 1984년을 배경으로 전체주의 국가의 상징인 눈에 보이지 않는 관찰자 '빅 브라더'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독창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무대에너지를 표출하는 연출가 한태숙과 만난다. 이어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로 국립극단의 2017년 대미를 장식한다.

 

   
연극 '메디아' ⓒ 국립극단

'고등어', '죽고 싶지 않아', '타조 소년들' 등으로 2016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국립극단이 올해도 두 편의 청소년극 신작을 발표한다. 관객을 감동시키는 따뜻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왔던 극작가 박춘근이 청소년극에 도전한다. '말들의 집'은 작가가 2016 미국 케네디센터 'New Visions New Voices'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오랜 시간 단계적 과정을 거쳐 개발된 작품이다. '아는 사이'는 2016년 국립극단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창작희곡 낭독 쇼케이스'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한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낭만 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도 재공연 된다. 2015년 초연 당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故 임홍식 배우가 맡았던 '공손저구' 역의 빈자리는 40여 년간 무대를 지켜온 정진각 배우가 맡았다. 2016년 중국 공연을 통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관객까지 감동시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올해 1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지방공연을 이어가며 국립극단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무대를 옮겨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선보인다. 이 고연 역시 서울 공연 이후 지방공연을 통해 지역 관객과의 만남을 가진다.

 

   
2015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 국립극단

국내 연극계의 거목으로 '백마강 달밤에', '춘풍의 처',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용호상박' 등 전통에 기반 한 실험적인 현대연극을 추구하며 한국연극에 한 획을 그은 거장 오태석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영원한 현역 오태석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내 연극사에 의미 있는 공간인 명동예술극장과 만난다.

더불어 일본 연극계의 스타 노다 히데키(Hideki Noda)가 'Step Outside'로 다시 한 번 국내 관객과 만난다. '빨간 도깨비', 'THE BEE'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극작가,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일본에서 초연된 'Step Outside'에서도 강박증과 신경과민에 걸린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를 통렬히 풍자한다. 이 작품을 직접 쓰고 연출한 그는 엄마 역으로 무대에도 등장한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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