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바탕에 둔 리얼리티로 풀어낸 힘의 역사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또 한 편의 영화가 현실과 붙어보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2월, 건국 이래 최대의 게이트를 내 걸었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현실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들이 상상한 6조 원은 현실의 10조 원보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현실 정치를 정 조준한 영화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영화에서 보게 될 것들에 더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 시점에 '더 킹'이 도착했다.
 
   
 
 
뉴스를 바탕에 둔 리얼리티로 풀어낸 힘의 역사
'더 킹'이 '내부자들', '마스터' 등의 영화와 명확히 다른 지점은 '뉴스 영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개봉한 영화들이 정말 있을 것 같은 한국을 구현하려던 것과 달리, '더 킹'은 실제 사건,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움직인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실제의 사건과 인물들은 이러한 특징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렇게 '더 킹'은 역대 대통령과 역사적 사건들이 이야기에 침투하며, 인물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더 킹'이 현실을 끌어와 보여주려 했던 대상은 검사다. 이들이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정권이 변할 때마다 어떤 줄을 선택해야 하는지 등의 처세술이 영화의 중요 갈등이자 사건이다. 전두환 대통령을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까지의 근현대사를 검사들의 힘을 쟁취하기 위한 고정으로 풀어낸 '더 킹'은 굉장히 직설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현실의 부패한 지점을 겨눴다.
 
   
 
 
한재림 감독과 조인성의 복귀
'더 킹'은 영화와 뉴스 영상을 교차로 편집하며 실험적인 구성을 택했다. 그리고 굳이, 이 구성의 짜임새, 완성도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실험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가 주는 충격과 울림이 꽤 큰 편이며, 현 시국의 한국 관객이자 시민들에게도 서늘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구성 외에도, 오브제를 클로즈업해 담은 영상 등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렇게 한재림 감독은 '관상'에서 못다 보여준 연출력 및 메시지를 '더 킹'에 양껏 쏟아 부었다. 과잉으로 생각되는 지점이 없지는 않지만, 상업 영화 내에서 색다른 시도였고, 일정 이상의 성취도 보인다.
 
조인성의 복귀도 반갑다. '쌍화점' 이후 무려 9년 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보인 조인성은 '더 킹'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가진 캐릭터로, 현대사의 흐름과 함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하는 박태수의 얼굴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긴 역사의 시간을 표현한 영화에서 중심을 잡고,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건, 그의 얼굴과 내레이션이다. 소시민에서부터 권력의 정점까지, 그와 함께 긴 시간을 통과하면, 관객에겐 하나의 질문이 남게 된다. 그 물음을 정답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조인성이 맡고 있었다.
 
   
 
 
또 한 편의 필요한 영화
작년에 개봉한 '터널', '부산행', '판도라' 등의 영화는 '세월호'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목격한 시스템의 부재와 무능력함을 겨냥한 영화였다. '내부자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한 편의 예언서가 되어 현실이 된 무서운 영화였고, '마스터'는 부패한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만든 오락 영화였다.
 
'더 킹'은 시스템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무능력한 시스템에 기생하는 특정 세력들을 겨냥한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일부 관객은 작년부터 이어진, 현실을 모방한 이런 종류의 영화에 기시감과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후에 이런 영화들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을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실의 막장 앞에, 여전히 필요한 영화라는 걸,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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