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조인성

[문화뉴스]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선, 많은 작품에 노출되어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력을 선사하는 방법이 가장 정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작만이 항상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인기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고, 뛰어난 안목으로 작품을 골라내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다.

이 남자 배우는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2000년에 '학교3'로 데뷔해 꾸준히 드라마로 연기력을 키웠고, 한 편의 영화로 단순 미남 배우를 넘어 충무로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 이후 신중한 작품 선택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하는 마법을 부린다. 배우 조인성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마들렌' 강지석 역
- '학교3', '뉴 논스톱', '피아노', '별을 쏘다' 등 데뷔 후 3년간 드라마로 연이어 흥행하면서 떠오르는 신인 스타로 주목받던 조인성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보였던 첫 주연 영화(그의 진짜 첫 데뷔작 '화장실, 어디에요?'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소설가를 꿈꾸는 '강지석' 역으로 나와 상대 배우인 신민아와 달달하면서도 애틋한 로맨스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연기력 논란과 흥행 실패를 거두며 영화에선 쓴 잔을 들이켰다. 그렇지만, 조인성에게 큰 타격이 되진 않았다. 곧바로 그의 다음 영화가 상영관에 걸렸기 때문이다.

   
 

'클래식' 상민 역
- '마들렌'이 상영관에서 내려갈 때쯤, 곧바로 조인성의 다음 작품이 걸렸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크게 흥행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 로맨스 영화 '클래식'으로 연이어 관객들에게 인사하게 되었다. 자신처럼 떠오르고 있는 신예였던 조승우, 손예진도 함께 출연했다.

'클래식'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멜로 영화 1, 2위를 다툴 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영화로 남아있고, 조인성은 강렬한 한 장면을 남기며 여성들의 로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기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고. 뒤이어 개봉한 '남남북녀'에서도 그리 신통치 못했다.

   
 

'비열한 거리' 병두 역
- 영화에서 연이은 실패를 맛본 조인성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을 거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그리고 다시 그는 영화에 도전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호평받은 유하 감독의 차기작 '비열한 거리'의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조직에서 기회를 잡아 출세하려는 행동대장 '병두'를 연기하면서 조인성의 연기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드라마로 다져진 내공과 현실적이고 실감 나는 조폭 연기로 모든 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충무로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열한 거리'를 발판으로 조인성은 더는 '잘생긴 미남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가 되었다. 그에게 '비열한 거리'는 인생의 전환점.

   
 

'쌍화점' 홍림 역
- 조인성은 2년 뒤인 2008년, 유하 감독과 다시 한번 작품을 같이 하게 되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쌍화점'에서 그는 왕의 호위부대 수장이자, 왕비와 금지된 사랑을 나눈 '홍림'역을 맡았다. '홍림'을 따르는 부하로는 오늘날 꽃미남 배우들로 분류되는 임주환, 송중기, 홍종현 등이 대거 등장했다.

조인성은 '쌍화점'에서 전신 노출 및 정사신, 동성애 등 자신의 연기 인생 중 다소 낯설면서 동시에 가장 파격적인 모습들만 선보였는데,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영화 흥행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조인성은 '쌍화점'을 끝으로 2009년 3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26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였다.

   
 

'더 킹' 박태수 역
- 2013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작으로 다시 활동한 조인성. 하지만 영화 소식은 깜깜무소식. 준비 중이었던 '권법'이 스케줄 상 맞지 않아 하차하면서 그의 스크린 복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그는 무려 거의 10년 만에 스크린에 등장했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의 주연으로 말이다.

권력자의 시선에서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더 킹'에서 조인성은 주인공이자 영화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박태수' 역을 맡았으며, '박태수'의 연대기를 표현하기 위해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을 어우르는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의 롤모델로 손꼽았던 정우성과도 환상의 케미를 뽐낸 건 플러스.

   
▲ ⓒ 문화뉴스 DB

최근 한 인터뷰에서 조인성은 "스타가 되고 싶어서 배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연기자의 길을 걷던 그는, 한 두 작품을 거쳐 가면서 '스타'를 좇는 게 아닌, "연기, 배우를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전환점이 되었고, 오늘날 현재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를 획득하여, 절대권력의 끝을 꿈꿨던 '박태수'처럼 '충무로의 왕'에 도전해보았으면 한다. 지금의 조인성이라면,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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