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은 유명해지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문화뉴스] 언더도그마(Underdogma)는 일반적인 의미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약자를 선한 측으로, 그리고 강자를 악한 측으로 분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과학에서 상대적 약자를 '언더독(Underdog)'으로 분류한 데서 기인한 현상으로, 최근 이 언더도그마 현상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건에는 건물주가 연예인, 즉 사회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는 점을 악용한 임차인의 을질이 드러난 리쌍 곱창집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이보다 더한 사건이 최근에 많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에서 많이 가라앉은 추세지만, 해당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리쌍에게 쓰인 갑질 프레임이 사라지기까지 꽤 뜨거운 감자로 이어져 왔고 차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위한 도구로까지 사용된 사건이었다.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언더도그마는 사회적 강자를 악으로 분류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로는 낮게는 부장님, 높게는 사장님 이하 임원진, 또는 정치권력, 경&검찰, 대기업, 재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언더독의 정의 기준 자체가 상대적 약자기 때문에, 예를 들면 같은 정치권력이지만 야당과 여당이 붙게 되면 야당이 언더독이 되는 것이다. 비단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야권 정치인은 서민 행보를 강조하고, 여당 측을 기득권 세력으로 간주해 공격하는 방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이 프레임에 빠지면 양쪽 다 기득권이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들으면 언더도그마가 나쁜 거구나, 또는 그래도 실제로 강자가 더 강한 건 사실인데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유전무죄 무전유죄 모르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이다. 사회학에서는 단순히 언더도그마만을 문제로 치부하진 않고, 반대 현상인 오버도그마 또한 문제로 분류한다. 비단 이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현상이 있다면 극단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문제로 분류되지, 양극단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그에 대해 딱히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필자가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를 되짚은 이유는, 최근의 우리 사회가 언더도그마 쪽으로 많이 치우치는 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벌 집단이든 기득권이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그것이 법에 저촉된다면 누구나 성역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그를 우리가 법치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애초에 대한민국에서 존경하던, 아니 최소한 중립적인 시각으로 견지했던 권력, 기득권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었나? 아니다. 기득권은 항상 타도의 대상이었고, 재벌은 항상 서민의,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고 민심을 읽지 않고 제 이익만 채우는 무리였다.

다만 과거에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런 사실이 사회 표면에 드러날 일은 되지 못했다. 80~90년대 민주화 시기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때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보 수집 수단이 다양하지 못했다. IMF 시기는 그 기득권들이 내려앉는 모습을 다같이 겪은 때고, 그 이후 나타난 키워드가 '웰빙'인지라 어느 정도 언더도그마 현상을 제어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불신주의가 팽배하고, 자학적인 키워드가 난무하고 있다. 헬조선, OO충, 틀딱들, 대한민국은 이제 분노하고, 악의에 가득 차 있다. 거기에 참 타이밍 알맞게도 그 기득권들이 부패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현재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언더도그마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그에 앞서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특검 수사, 탄핵, 이재용 구속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지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다만 필자는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든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처벌이 원리 원칙에 어긋나 떼법에 의한 처벌이 되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일례로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 및, 특검의 진행에 앞서 언론은 언더독을 자청하며 얼마나 수많은 오보를 양산해 내었나? 청와대에서 난잡한 파티를 즐겼다, 약물 중독이다, 정유라는 박근혜의 딸이다, 그러나 그 중 결과적으로 사실로 드러난 일은 없다. 사실이 있다면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었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한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라는 태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언더도그마가 위험한 점은 바로 이와 같이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법치주의에 의거해서 법률에 따른 판단을 존중하기보다는 대중의 정서, 즉 '민심'이라든지, '서민'이라든지 같은 두루뭉술한 말, 감정에 의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여담으로 필자는 정치인들이 하는 서민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들 중에 서민이 정확히 무엇인지, 서민 생활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부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을 거야, 그러니 철저하게 조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해. 라든지, 공무원들은 다 놀고 먹는 철밥통들로 인생 편하게 사는 놈들이니 혜택을 더 줄여야 해, 라든지, 부장놈은 나이만 먹고 컴퓨터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꼰대같이 자꾸 쓸데없이 뭘 이렇게 시키는 거야? 영어도 못하고 능력도 쥐뿔도 없는 놈이, 라든지 말이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사상일 뿐, 그 자체로는 그것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정치 체제다. 민주주의를 이끄는 것은 본디 그 이념에 맞게 국민의 권위에 의해 운영되게끔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국민의 성향에 따라 한 쪽으로 굉장히 편향되기 쉬운 체제라는 이야기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양당제 국가들이나, 우리 나라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빨갱이 x 친일파 논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고,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설령 그렇다 한들 모두가 올바른 판단 능력을 가졌을 거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작금의 사회는 분명, 깊은 생각은 없고 단순히 자기 감정을 배설하는 배설의 사회에 불과할 뿐이다.

필자는 사회의 언더도그마 현상에 언론이 5할 이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후에 다시 서술하기로 한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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