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요즘 우리 연극계에서 만나기 힘든 미덕"을 발견했다는 2015년 동아연극상 심사평 말마따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마스터피스 그 자체였다.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있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프레스콜이 열렸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2015년 연극계를 휩쓸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18일부터 2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2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중국의 셰익스피어'라는 평이 있는 기군상이 쓴 고전을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 내로라하는 국내 연극상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4년간 대상작을 내지 못했던 동아연극상에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지켜내고 복수를 도모하는 필부 '정영'과 그 과정에서 희생한 의인들을 둘러싼 이야기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장엄한 원작에 재치 있는 대사를 녹여내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이 있는 고선웅 연출은 고전적인 신의와 권선징악을 앞세운 원작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복수 끝의 씁쓸한 공허함에 주목하면서 14세기 고전에 동시대적인 시사점을 더했다. 작품의 1막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한 비운의 필부 '정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 장군 '도안고'(오른쪽, 장두이)는 권력에 눈이 멀어 적수인 문인, '조순'의 가문을 멸족하는 정치적 처단을 자행한다.
   
▲ 조씨 집안의 문객 '정영'(오른쪽, 하성광)은 자기 자식과 아내를 희생하면서 '조순'의 손자인 '조씨고아'를 살려야 하는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 고선웅 연출의 특유한 각색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복수 이후 '정영'의 모습에 주목한다.
   
▲ 20년을 기다린 복수가 끝난 뒤에 공허함을 더욱 극대화한 이유는 2시간이 넘는 상연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낸 '정영'을 연기한 하성광 배우가 큰 몫을 한다.
   
▲ 의도치 않게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의 주인공이 된 필부 '정영'은 의를 위해 자식과 아내(오른쪽, 이지현)를 희생하고 주변인들의 죽음까지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한다.
   
▲ 하성광 배우는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소시민'인 '정영'이 웅장한 비극의 대서사시를 이끌어가면서 겪는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 한편, 고선웅 연출은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하면서, "재공연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용'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산허구리'를 통해 사실주의 희곡까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섭렵한 고 연출은 "중용을 잘 지켜, 본질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 이번 무대에선 걸출한 연기력을 뽐낸 초연 배우들로 꾸며진다. 그러나 2015년 공연 중 유명을 달리한 임홍식 배우가 연기한 '공손저구' 역엔 정진각 배우(오른쪽)가 대신한다.
   
▲ 이 연극은 빈 무대 위에서 공연이 이뤄졌던 '연극 원형의 모습'을 본 따 무대를 꾸몄다. 7m 길이의 커튼만이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감싼다.
   
▲ 그리고 단촐한 소품만이 등장해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흡사 유랑극단을 연상케 하는 간단한 무대는 과감한 생략의 미학과 함께 연극이 가진 근원적 에너지를 오롯이 전달한다.
   
▲ 소품을 맡은 김혜지 디자이너는 "시공을 자유자재로 접고 펴는 상징적 함축성과 유머로, 적시적소에서 생기를 발휘했다"는 평과 함께 제52회 동아연극상 시청각디자인상을 받았다.
   
▲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자, 서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동양 고전 '조씨고아'가 어떻게 고선웅 연출의 각색을 거쳐 한국만의 정서가 담은 공연으로 거듭났는지는 2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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