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갤러리 '스페이스비엠'이 13일부터 2월 19일까지 데이브 슈바이처 (DAve SChweitzer)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정신병원에서 그린 수 백 점의 드로잉 중 54점의 선별된 작품들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자리입니다.

데이브 슈바이처 (1972년생 벨기에인과 프랑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벨기에(플랑드르 지방)와 프랑스 지역의 예술적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으며,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와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의 후손입니다.

   
▲ 데이브 슈바이처

작가는 "자신이 만나는 삶들의 엑기스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후 그것의 초상화를 그려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치 스펀지에 흡수된 액체를 다시 쥐어짤 때 어떤 모양과 색체가 흘러나올지 모르듯이 작품의 결과물도 의도하지 않은 우연과 그림을 그릴 때 그가 느꼈던 감정과 몸의 움직임이 섞이며 완성된다는 것이죠.

완성된 초상은 추상적입니다. 모델이 됐던 사람이나 상황, 장소의 '내면을 그린 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추상적 발현입니다. 작가는 "이것이 실제의 묘사보다 더 사실적이며 대상의 참모습을 보여준다"고 얘기합니다. 

2001년 12월, 데이브 슈바이처가 미술가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그의 개념 작업인 '포지티브 Positive' 시리즈는 언론과 미술계에 스캔들을 일으켰습니다. 포지티브 작업은 14명의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자들의 피로 그려진 페인팅과 작가 본인의 피로 그려진 15점의 시리즈 작품입니다. 양성애자이기도 한 작가는 지인들을 비롯한 주변의 HIV감염자들이 실제로 겪는 고통은 육체적인 것이라기보다 사회적 편견과 멸시에서 오는 것임을 목격했습니다. 작가는 29점의 페인팅을 섞어서 디스플레이한 후 각각의 페인팅이 감염된 피로 그려진 것인지 아닌지 구별되지 않듯이, 모든 인간에게 내재한 아름다움은 편견을 깼을 때 보이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 이후, '두 개의 민족, 두 개의 나라, 하나의 미래 Two Peoples, Two States, One Future' 시리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기를 조각낸 후 색동보자기처럼 조각을 이어 붙인 작업인데, 이 시리즈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회의 문제와 불평등에 대해 언급하는 작업을 주로 하던 데이브 슈바이처는 2012년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작가로 활동하던 약 10여 년간 그는 알코올과 마약을 남용하면서 죽을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 데이브 슈바이처의 정신병원 병실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정신 병원에 입원한 그는 그 이후로 2년간을 주로 병원에서 보내게 됩니다. 사회와 격리된 독방에서 그는 끊임없이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허락하는 미술 도구는 한정적이었고 공간 또한 제한적이었기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매체는 드로잉이었습니다. 간단하면서 자신을 해칠 수 없는 도구 (아크릴 물감, 물, 붓, 펜, 종이 등)로 그는 자신의 감정 상태와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일기를 쓰듯 그려진 이러한 작업은 그가 느낀 수치심, 절망, 용기, 아픔, 희망, 광기와 고통을 담아냈습니다. 또한 생사의 고비를 겪으며 느낀 강한 감정들과 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담담히 기록합니다. 이처럼 '정신병원에서 드로잉' 시리즈는 한 개인의 생로병사와 삶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자 우리 모두의 고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작가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의 작업은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태리, 스위스, 미국, 러시아와 일본 등의 개인 및 미술관에 소장 중입니다.

   
▲ 데이브 슈바이처, 레미 Remi, 종이에 잉크, 2012년, 21cm x 19.7cm
   
▲ 데이브 슈바이처, 우리는 여름휴가를 간다, 종이에 잉크, 2012년, 21cm x 19.7cm

[글]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갤러리 스페이스비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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