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바야흐로 이제는 거대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지금은 크리에이터의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은 여행이다. 따라서 여행도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그 순간을 담아야 한다"는 멋진 방랑가이자 이 시대를 대표하는 1인 미디어 감독 이치호. 이치호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열정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편집장· 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픽업쇼DJ)
▶ 패 널 : 김도연 PD(영상콘텐츠 컨설턴트), 정성열 작가(SNS 캘리그래퍼, 작가)
▶ 게 스 트 : 1인 미디어 감독 이치호 님

(▶) 버튼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 전문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이 시대를 대표하는 1인 미디어 감독입니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독불장군', 고집 센 이치호입니다.

마포 FM 홍대 인근에는 자주 오시는지?
ㄴ 2000년 초반에는 자주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못 왔다. 예전에는 홍대에서 밴드 활동(리드보컬과 기타)으로 공연을 자주 했다. 1999년도 이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반항적인 이미지의 '펑크족'이었다. 지금은 훨씬 깔끔해졌다.

도연 PD와 정성열 작가, 이치호 감독에 대한 부연 설명 부탁한다.
ㄴ 도연 PD: 요즘은 크리에이터들이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크리에이터답지 않은 모습(단순히 트렌드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이치호 감독은 크리에이터의 이상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ㄴ 정성열 작가: 감독님의 영상, 콘텐츠를 보면 누구든 많은 미사여구 없이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형으로 삼고 싶은 분이다.

   
▲ 'JUST GO' 페이지 ⓒ 네이버 TV 캐스트

자신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칭찬만 가득해서 조금 부담스럽지만 감사하다. 나를 잘 보신 것 같다. 크리에이터는 돈과 인기를 좇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해야 하고 그렇게 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 전문 테마,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는 어떻게 잡게 됐는지 궁금하다.
ㄴ 그냥 떠났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을 간 게 아니라 메인은 여행이었다. 지겨운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거기에서 본 것, 느낀 것을 간직하기 위해 영상으로 남겼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 촬영물을 다듬다 보니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같은데 아직 조금 낯설다.

여행을 떠날 때 주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했나, 기차나 오토바이?
ㄴ 다양하다. 걷는 여행도 있었고 비행기, 배, 기타,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많은 여행을 다녔다. 오토바이는 남자의 로망이지 않나. 한때 오토바이가 너무 좋아서 몇 달 동안 타고 다닌 적이 있다. 지금은 신형 오토바이를 기다리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찍은 영상도 있나
ㄴ 지금은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라는 얘기를 듣지만, 첫 영상은 액션캠을 오토바이에 장착해서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 내 목소리와 음악을 입힌 초단편물. 그게 지금 ONT 채널과 함께 하고 있는 'JUST GO'의 시초였던 것 같다.

   
▲ 이치호 감독-ONT가 함께하는 'JUST GO' ⓒ ONT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이치호 감독 영상을 보면 일상 속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본인에게는 여행이 먼저인가, 일상이 먼저인가
ㄴ 최우선은 여행도 아니고 촬영도 아니다. 일상이 최우선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누군가를 만나는 등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흘러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을 영상이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여행도 '조금 다른 일상'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한 촬영이 직업으로 전환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아내, 어머님과 일본으로 효도 여행을 다녀오며 찍은 영상이 있는데 방송국에서 그 영상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누구의 지시를 받고 수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서 거절했다. 감사하게도 방송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매주 하나씩 아내와의 여행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는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매주 하나씩 여행 영상을 제작했고,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그로 인해 돈을 벌게 됐다.

일주일에 한 편이 나간다고 했는데 분량은 어느 정도 되나
ㄴ 보통 5분에서 8분, 가장 긴 것은 10분 정도 되는 것도 있었다.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이치호 '감독 혹은 작가'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에 국한돼서 영상을 만들고 싶지 않다. 영상을 통해서 나를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메시지를 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그 아이템이 여행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내 뒤에 따라오는 수식어든 호칭이든 그것 역시 한정하고 싶지 않다.

여행한 도시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ㄴ 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곳은 아프가니스탄이다. 군 생활 중 6개월을 거기 있었다. 파병 가 있는 동안 월급을 많이 받았는데 번 만큼 다 쓰고 왔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촬영을 좋아하다 보니 음반과 카메라 등에 돈을 많이 썼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거기에서 찍은 영상들을 보고, 새로 다듬기도 한다. '태양의 후회'라는 영상으로 재편집해봤는데 재미있었다.

군 생활로 간 곳 말고 기억에 남는 곳은 또 어디가 있나
ㄴ 23살 때 아일랜드로 무작정 떠났다. 배낭여행에 관한 지식 없이 떠났는데 가수 로빈 윌리엄스 공연을 보러 갔다. 당시 그 여행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전 세계가 나의 무대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더 많이 움직이고 봐야겠다는 결심이 선 계기가 됐다.

이치호 감독은 자유로운, 즐거움을 사랑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건가?
ㄴ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나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지금과 똑같다. 구속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컸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자유롭게 지냈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독려해주셨다.

크리에이터 혹은 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 일 때문에 재방문한 여행지가 있나
ㄴ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을 가지 않는다. 다만 뉴질랜드 북섬에 처음 갔을 때 영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다음 기회에 뉴질랜드 남섬에 갔을 때는 열심히 촬영하고 남겼다. 이렇게 아쉬웠던 기억들이 다음 여행에서 열심히 촬영하도록 도와준 적은 있는 것 같다.

아내와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 같다.
ㄴ 아내도 여행을 좋아한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대학생 때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고 했다. 그때 좋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여행을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1985년도 5살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서 유럽 일주를 했는데 그때부터 여행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살았다.

   
▲ 'JUST GO' 이치호 감독과 그의 아내 송지현 씨 ⓒ ONT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근본적인 질문 하나. 도대체 왜 영상인가?
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항상 비디오카메라로 뭔가를 촬영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비디오카메라와 함께하는 모습이다. 그때 어깨너머로 봤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관심거리가 되고, 내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ㄴ '사랑이 제일이다. 착하게 살자. 남을 배려하자. 세상은 넓다' 등 가장 기본적이지만 사람들이 잊고 사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 나도 과거에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럼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많이 바뀐 것인가
ㄴ 그렇다. 아내는 나의 길잡이,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구글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 일로 출장을 자주 다닌다. 아내 덕분에 나도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다.

여행 중에 영상을 촬영하는데, 본인들의 일상이 공개된다는 부담감은 없나
ㄴ 영상에 우리의 여행 장면이 담기는 부분은 아주 적다. 그리고 중요한 건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내 목소리가 녹음된 글,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영상에서 가장 감칠맛 나는 요소가 아닐까.

내레이션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보드를 따로 짜는 것인지
ㄴ 스토리보드는 따로 만들지 않는다. 일단 영상을 촬영하고 난 후,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의 일과를 생각하면서 여행 중에 들었던 노래, 들렸던 주변 소리에 맞춰서 영상을 붙인다.

이치호 감독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 '송어 한 마리'

페이스북 외에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채널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ㄴ 구독자 수가 벌써 100명이 넘었는데 신기하고 뿌듯하다. 유튜브 스타가 되리라는 욕심은 없다. 남이 보기에 엄청 재미있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내와 화목하게 사는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그걸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슬펐던 순간을 꼽는다면
ㄴ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11년도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29초 영화제' 1회 때 우수상을 받았던 순간. 그 일을 계기로 아내와 결혼도 하고 뉴욕 필름 아카데미로 유학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가 없었고 부담스러웠다. 영상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학교에서는 졸업 작품을 찍으라고 했다. 졸업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장 슬펐다.

이치호 감독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ㄴ 유한(有限)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목표다. 건강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도 모르게 죄를 짓고 남에게 잘못할 수 있지만, 그럴 땐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또 남을 용서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치호 감독의 영상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ㄴ 새해 복 많으시길 바란다. 정유년 닭의 해에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퍼져서 닭값이 치솟고 있는데 언제 한 번 치맥 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서 건강과 일, 가족 챙기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다. 'JUST GO' 영상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

괴테가 말했습니다. 사람이 떠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죠. 2017년에는 우리 모두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잠시나마 힘든 일을 잊을 수 있길 바랍니다.

문화뉴스 최예슬 dptmf6286@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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