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 '577 프로젝트'(2012년), '롤러코스터'(2013년) 때의 배우가 맞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드는 필모그래피로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온 배우 한성천을 만났다. 그는 12일 개봉한 '소시민'으로 배우라면 누구나 꿈을 꾼다는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가 됐다. 한성천의 첫 주연 작품인 '소시민'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는 우리 시대의 소시민 초상인 '구재필'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무박 2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반 관객들은 "한성천은 누구죠?"라고 말할 순 있지만,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대부분의 관객이 봤을 법한 영화들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의 '조직원', '더 테러 라이브'(2013년)의 '라디오 PD', '베테랑'(2015년)의 '신진물산 경비 책임', '터널'(2016년)의 '드론 기술자' 등을 통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우리나라의 '소시민'을 연기했다. 이번 '소시민'에서 한성천 배우는 하나뿐인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가진 '구재필'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장으로 등장한다.
 
   
▲ 영화 '소시민'의 한 장면.
 
한성천이 '소시민'의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절실함'이었다. 그는 "처음에 매니저로부터 '소시민'의 주인공으로 섭외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도 안 보고 바로 승낙했었다. 어찌 됐든 주연으로서 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배우임을 보여줄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악의 연대기'(2015년) 촬영 중 읽어 본 시나리오는 그에게 딱 맞은 옷이었다. 영화 대사에도 등장하는 "모두가 다 소모품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결국 소모품이 될 수밖에 없는"이라는 부분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시민'의 개봉을 하루 앞둔 11일, 한성천 배우를 만나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시민' 뿐 아니라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해준 사람인 하정우 배우 이야기, 첫 출연 작품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최근 문화예술계 이슈인 '블랙리스트'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인사말 영상을 살펴본다.
 

처음 주연으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어떤 배우라도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영화가 저예산이라는 것을 떠나 '과연 극을 온전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잘해낼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컸다.

영화 제목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소심이'가 '소시민'으로 변하게 된다. 본인의 성격도 '구재필'과 비슷한가?
ㄴ 생각을 해봤었는데, 예민한 성격은 맞다. 술에 취해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도 몇 번을 고쳐 보낸다. 실수 하나를 잘 용납하지 않고 집안도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이지만 배우는 모든 상황 대처해야 하므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심하다는 것에 비쳐서 보았을 때, 소심하다는 것이 타인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생각만 바꾸면 대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타인이 주장했을 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는 방향으로 생각한다. 똑같은 생각으로 바꾸려고 노력을 한 것이다. '내가 말 못하고 남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해'라고 여겼을 땐, '왜 나만 손해 봐야 하냐'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내가 그렇지, 뭐', '나중에 바꾸면 되니까'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도 소심한 것일까? (웃음)
 
작품에선 거의 편집됐지만,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다리를 전력 질주하는 장면이 있었다.
ㄴ 도망가는 장면이다 보니 대본상에는 그저 계속 뛰는 것이 있었다. 감독님이 다리의 중간이 약간 솟아오른 것을 보며 "다리를 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달리다 보면 머리부터 전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카메라가 안 보여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하라"고 말했다. 길다고 생각 못하고 카메라가 보일 시점까지 전력질주를 했는데, 그때는 이미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 '소시민'에 등장하는 다리 전력 질주 장면.
 
그런데 아직 다리의 4분의 3은 남았었고, 카메라가 있는 곳까지는 온 힘을 다해서 지나가야만 다시 안 찍을 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는 쓰러지겠구나'라는 느낌이 끝까지 들어야 하니까 카메라 지나가서 누워버렸다. 감독님에게 힘들다고 요청해 다른 방안으로 찍기로 했는데 똑같았다. 과호흡이 와서 차에서 한 시간 정도 숨을 골랐을 정도였다. 한 번 더 뛰었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잠깐 밖에 안 나왔다. 뛰면서 분명 많이 안 쓸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웃음)

직장 상사를 연기한 이설구 배우가 중간에서 구두로 '조인트를 까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맞았는데, 아프진 않았는가?
ㄴ 카메라를 잡으면 어느 정도 시늉은 해야 하는데, 그렇게 세게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맞기는 맞아야 해서 이설구 배우가 신경을 써줬는데, 신발이 구두이다 보니 안 아플 수는 없었다. (촬영 후에 사이가 벌어지진 않았나?) 아니다. (웃음) 이설구 선배님은 너무 좋으신 분이다. 인상도 조금 그렇고 말수도 적으셔서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순박하신 분이다. "괜찮냐"를 계속 물으실 정도로 너무 좋으신 분이라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파출소나 집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있는데, 전문 무술감독이 없어서 합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ㄴ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무용이나 공연에서 칼싸움하거나 액션 장면 같은 것을 해서 그런지 몸 쓰는 것은 어렵지는 않았다. 옷을 찢을 때도 어느 정도 뜯어두고 잡아당기면 뜯어지게 했는데, 쉽게 뜯어지는 게 아니었다. 잡아서 뜯으니까 오히려 안쪽에서 뜯어져 나갈 것 같았고, 아픈데 아프다고 말도 못 했다. 안쪽이 멍이 생길 정도였다.
 
같은 소속사의 황보라 배우가 작품에선 동생으로 출연했다.
ㄴ 영화에서도 남매로 나오는데, 현실에서도 진짜 남매처럼 지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오빠가 철이 없고 여동생이 철들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다. 정말 친하고 제일 많이 보는 사람 중 하나다. 
 
   
▲ 황보라(오른쪽)와 남매 연기를 펼친 한성천 배우.
 
'구재필'과 같이 다음날 출근을 앞둔 상황에서 전혀 상관없는 일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ㄴ 회사에 다녀보진 않았는데, 만일 촬영을 앞두고 문제가 발생하면 촬영에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두고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했을 때는 목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그 점을 과장되어 바보같이 그렸는데, 어느 순간에 보면 그게 내 모습처럼 보인다.
 
작품엔 말없이 국수를 말아주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본인의 아버지가 많이 떠올랐을 것 같다.
ㄴ 아버지는 아버지의 말씀에 반박하면 한 시간가량 설교를 듣고, 결국 그대로 따를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키도 크시고 축구도 오래 하셔서 어디서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하신 분이지만, 때리시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 말씀의 절대적인 모습이 싫어 반항도 많이 했고, 많이 혼났다. 그런데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보니, 내가 싫어하던 모습을 스스로 하게 됐다. 그래서 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 나이가 들어 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이 싫어졌다.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보니, 아버지가 다시 강해지시면 좋겠다.

첫 영화 출연작으로 잠깐 고개를 돌려보자. 입대 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촬영했는데, 참 리얼한 '사병 연기'를 선보였다. 어떻게 그런 사실적인 연기가 나왔나?
ㄴ 주변인에게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나온 중앙대 연극학과가 규율이 엄격했다. 들은 것에 기반을 두고 연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봤을 때는 '군대 갔다 온 사람 같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군대에서 생활할 때,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있어도 중간만 하면 힘들지는 않았다. 대학교 다닐 때, '우리가 선배가 되면 그러지 말자'라고 했는데, 저는 그러지는 않았지만, 선배 입장이 되어 후배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모습이 됐다. (그게 영화에서 보여준 기획 의도가 아닌가 싶었다) 맞다.
 
 
   
▲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한성천 배우.(오른쪽)
 
작품을 촬영 한 후, 군대에 가서 섭섭했을 것 같다. 전역 후에 '용서받지 못한 자'를 다시 찾아보거나 한 적은 없었나?
ㄴ 사실 공익근무요원으로 생활하던 중 주말에는 부산에 가서 무대인사도 참여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와서 사인해달라는 것을 느꼈는데 되게 기분이 묘했다. 이후 오디션을 볼 때, 동영상 자료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와 편집을 위해서 다시 본 적이 있다.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저기서 저렇게 하면 안 됐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군대에 관련된 작품에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는가?
ㄴ 2015년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 '용서받지 못한 자'의 10주년 상영회 때, 윤종빈 감독님, 하정우, 서장원 등 배우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왔던 질문 중 하나다. 연기는 잘할 수 있지만, 그때의 감성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웃음)
 
복무가 끝난 후, 바로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이었나?
ㄴ 남자는 '군대만 다녀오면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 다녀오니 더 막막했다. 어떻게든 배우로서 다시금 시작해 보려고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고 다니던 중, 친구가 조그마한 회사를 차려 매니저를 봐주겠다고 해서 시작했는데도 잘 안 됐다. 설상가상 친구는 도망쳤다. 그러면서도 오디션은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봤다.
 
대학로에 가서 연극 오디션을 봤는데 운이 좋게도 주연이 되었지만, 아주 힘들었다. 열심히 했지만, 편히 지낼 만큼 돈이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지인 접대 후 대리기사를 부르면, 연극을 해서 받은 돈보다 더 큰 비용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에서의 짜릿한 쾌감을 느껴봐서 너무 좋았다. 지금도 연극 무대를 꿈꾸고 있다.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 연극도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지 않을 정도가 되어, 암표상이 있어야 들어갈 정도가 되는 것이다.
 
   
▲ '577 프로젝트'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한성천 배우.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577 프로젝트'에 출연하게 됐다.
ㄴ 그렇게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도, '다시 연극을 해야 하나'하고 생각할 무렵 하정우와 장원석 대표님이 "글재주가 있으니 시나리오를 써봐라"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정우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2년 연속 받아 준비한 것이 '577 프로젝트'로 바뀌어 버렸다. (편집자 주 : 하정우는 2011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자로 참석한 자리에서, 2년 연속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면 '국토대장정' 공약을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황해' 하정우라는 본인의 이름을 부른 후 국토대장정에 나서게 됐다.)
 
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것이 '577 프로젝트'다. '이거 하고 안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살아왔기에 타인의 시선을 나는 별로 좋지 않아 했다. 어떻게든 하겠지만, '중간에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정말 독하게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걷는데 힘들어서 연출부 몰래 배우들끼리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는 영화적 갈등을 위해 술 마셨다. 연출부도 갈등이 일어나길 바라며 내버려 뒀다. 그런데 바라던 일은 생기지 않고 오히려 진통제를 먹었어야 했다.
 
사실 절실했다. 도움을 준 장원석 대표가 "같이 일해보자. 잘해서가 아니라 절실함이 보여서다"라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절실함'이라고 느꼈다. '연기를 잘한다'가 아닌 '배우가 얼마나 절실하고 진실한가'가 중요한 것 같았다.

'577 프로젝트'에서 '절름발이' 연기로 몰래카메라를 시도한 장면이 있는데, '한국판 카이저소제'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ㄴ 몸이 힘들어서 무엇인가 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하정우와 연출이 입을 맞춰 '가방 안에 돌을 넣자'는 의견에 당하고 말았다. 가방을 든 상태로 2시간 걷고 난 후, 가방을 열어보라는 하정우의 말에 가방을 열었는데 돌이 있었다. 하정우를 속이고 싶은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시나리오를 짰는데, 오히려 당하진 않겠냐는 생각에 속으로 걱정했다. 판이 커져 4시간짜리 몰래카메라가 됐다. 그때까지 열심히 걷다가 절뚝거려서 물집이 잡혀 고생하기도 했다.
 
   
▲ '롤러코스터'에서 기장을 연기한 한성천 배우.
 
이후, 하정우 '감독'의 데뷔작인 '롤러코스터'에서 '기장' 역으로 나왔다. 지금과 풍채가 상당히 다르다.
ㄴ 첫 콘셉트는 조종석에 몸도 구겨 넣어야 할 정도였다. '과연 저 사람에게 비행기를 맡겨도 될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의 초고도비만이었다. 얼굴에 분장까지 했지만, 시간이 모자라 디테일이 떨어졌다. 어떻게 할지 하정우 감독과 고민을 하다가 미국에서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콘셉트를 떠오르게 되었다. 기어나 핸들 등에 해골로 장식하는 콘셉트를 잡았다. 계속 먹어도 되니까 행복했다. (웃음)
 
그러나 '롤러코스터'의 콘셉트 때문에, 오히려 다음 작품 출연에 독이 됐다고 밝혔는데?
ㄴ 그 이후 많은 오디션에서 "살찐 모습을 기대했는데, 살을 빼셨네요"라는 말을 하며 아쉬워했다. 예를 들어, '곡성'엔 나홍진 감독님이 참석한 오디션까지 갔었다. '롤러코스터'도 잘 보셨다고 했는데, 살을 뺐다고 말을 남겼다. 나는 배우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살을 뺐다고 했고, "아, 그래요"라는 답이 나왔다.
 
'아직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닌데, 어떻게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려 하느냐'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과연 내가 그런 변신을 하는 것이 맞을까'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정답일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콘셉트를 유지했다면 지금보다는 일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콘셉트의 소재가 소진되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잘한 것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러나 더 노력했다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배역이 무엇이었나?) 곽도원 씨와 같이 다니는 형사 역할이었다.

그래도 '소시민'을 통해 첫 단독 주연을 맡게 됐다. 김병준 감독은 어느 작품에서 감명받아 캐스팅하게 됐다고 했나?
ㄴ '577 프로젝트'을 보면서, 내가 짠해 보이고, 가만히 있어도 억울해 보여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억울해 보이는 사람은 형이 최고로 보여서라고 덧붙였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웃음)
 
   
▲ '577 프로젝트' 언론/배급 시사회 당시 하정우 배우(왼쪽에서 3번째)와 정성천 배우(왼쪽에서 4번째)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연으로 캐스팅이 된 후, 하정우가 조언해준 것이 있는가?
ㄴ '직접적으로' 조언받은 것은 없다. 가까이 지내며, 주연 배우란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와 모든 사람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봤다. 스태프, 감독, 배우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것인데,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배우와 스태프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을 봤을 때 '주연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대로 하려고 했지만 쉬운 것이 아니었고, 분명 실수도 있었을 테고, 아쉬운 것도 있었을 것이다.
 
'간접적으로' 본 하정우 배우의 장점은 무엇이었고,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었나?
ㄴ 하정우는 시나리오 감정을 수치로 나타내, 감정선을 조절하는 그래프를 그렸다. 감정의 굴곡과 연출상의 흐름에 전체적인 디자인을 하며 철저히 계산해 연습한 상태에서 연기한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는 박수를 받을 만한 배우가 맞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스스로 터득한 하정우만의 노하우를 돈도 안 받고 배울 수 있게 됐다.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도 많이 배웠다.

'라디오 스타'에 등장하는 옛 질문이긴 한데, 써보고 싶었다. 배우 한성천에게 하정우 배우, 윤종빈 감독이란?
ㄴ 하정우는 절친이기도 하지만, 배우는 점이 많으므로 멘토다. 똑같은 일을 두고도 자신의 마음이 다치면서까지 '깊게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나는 다치려고 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보며, 결국 배울 것이 생겼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계에 발 딛게 해준 '부모' 같은 존재다. 윤종빈 감독이 아니었으면 과연 영화를 할 수 있었을까? 데뷔작에서 주목받고 좋은 역할을 가지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문화예술계가 최근 시국에 맞물려 비상사태다. 인터뷰하는 오늘(11일)만 하더라도, 문화예술인들이 버스를 타고 세종시에 있는 문체부 건물로 가서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특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화두가 됐는데, 본인의 생각을 들려 달라.
ㄴ 발표된 명단을 찾아봤는데, 내 이름이 없었다. 친구들끼리 봤는데, 없으니까 이상했다. 열심히 안 했나 싶었다. 처음엔 배우는 정치색이 있더라도 띄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SNS도 하지 않는데, 최근엔 너무 이런 상황이 일어나니 광화문에도 몇 번 나가서 같이 소리 지르기도 했다. 참 슬픈 현실이다. 중간에서 예술만 하고, 배우만 하다가 정치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작품 속 '구재필'이라고 가정했을 때, 소심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ㄴ 소심한 사람은 소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소심해진다고 봤다. 지금 하는 일을 절대 쉴 수 없다. 그러나 그들 자신에게도 꿈이 있을 텐데, 잊고 있던 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ㄴ"'용서받지 못한 자', '577 프로젝트', '롤러코스터' 때의 배우가 맞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조금씩 더 유명한 배우가 되면 이런 소리는 사라지겠지만, 끊임없이 변신해서 여러 캐릭터가 공존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글·사진·영상]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인터뷰 정리] 문화뉴스 정승환 인턴기자 jja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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