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으로 욕망을 노래하는 도깨비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송수진 artietor@mhns.co.kr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연극인, 연출 송수진입니다. 극단 묘화 대표.

[문화뉴스]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는 여러 가지 일 중 심신이 지친 우리나라 사람들을 유쾌하고도 아름답게 홀리는 것이 '도깨비'라는 드라마일 것이다. 뿔도 없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수호신이라 생각될 정도로 권선징악을 행동한다.

물론 연기하는 배우의 아름다움과 멋들어지게 글을 써 놓은 작가, 폼나게 연출한 연출가의 공로가 크겠지만, 우리가 그 미지의 것인 도깨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실에서 오는 부당함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뭐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자고 필자가 컴퓨터에 손가락을 올려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도깨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도깨비의 형상은 뿔이 없으며 덩치가 크고, 사람들에게 호감 가는 인상이지만 털북숭이에 냄새가 나며 나무방망이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또한,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 사람 가까이 지낸다. 장난을 좋아하나 함부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으며 나쁜 심보를 가진 사람은 혼내주고 착한 사람은 도와주는 권선징악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낮에는 우리네 살림살이 중 하나로 변하며 밤에만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이건 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다. 동화책에 나와 있는 도깨비는 뿔이 있고 돌기가 있는 몽둥이를 들고 다닌다. 항상 곤란한 선택을 하기를 원하며 나쁜 장난을 치기 좋아한다. 심지어 전래동화로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의 도깨비 역시 뿔이 있고 옷을 절반만 걸쳤으며 파랗고 빨간 것이 알록달록한 모습이다.

 

   
극단 시월 '하카나' 포스터

앞서 이야기한 도깨비와 아주 다르다. 우리는 이때까지 먼 나라 이웃 나라 도깨비를 배워왔다.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의 잔재가 이렇게 남아있다. 도깨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우리 역사학자와 교과서를 만드는 분들, 그리고 문화예술계의 많은 예술인이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문제이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성질의 도깨비를 비교해보는 가장 가까운 예로 연극 '하카나'를 이야기할 수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재물신 붉은 도깨비는 도박여신의 기둥서방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에게 지고 약속대로 아름다운 여자를 하나 내어준다. 순순히 아름다운 여자를 내어주면 앞서 이야기했던 일본 도깨비가 아닌 것. 붉은 도깨비는 아름다운 여자를 내어주기는 했지만, 시체를 엮어 만든 육신과 아기의 영혼으로 만든 여자를 내어준 것이다.

 

   
 

지독한 장난을 위한 초석을 다진 도깨비. 과연 붉은 도깨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자를 내어준 것일까? 아니면 도박여신의 기둥서방이라 불리는 주인공의 그 건방진 기세가 얄미워 헛디딜 수밖에 없는 함정을 파 놓은 것일까?

희곡을 처음 접하였을 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연출자는 어떠한 시선으로 하카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단순히 도박판의 어느 운 좋은 개 잡놈에게 쥐여준 '운명'적 사랑으로 인한 개 잡놈의 '운명'적 우회인 것인가? 짓궂은 도깨비의 환상적인 농간에 놀아난 탐욕스러운 인간의 욕망과 회의에 대한 것인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의 공연을 거쳐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인 하카나.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원작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의상만큼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과 함께 욕망에 의한 행동의 변화와 사랑이라는 환상에 의한 심리적 변화가 균형을 이루며 무대 위에 상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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