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극적인 하룻밤' 장우진, 이유나 배우 인터뷰

   
 

[문화뉴스] 연극하면 혜화동, 대학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건물마다 연극 하나씩은 하고 있다고 여겨질 만큼 많은 연극 중에서 로맨틱 코미디 '옥탑방 고양이'와 '극적인 하룻밤'은 높은 예매율을 보인다. 두 연극에는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문화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서 '정훈'역을 맡은 장우진 배우와 '시후'역을 맡은 이유나 배우를 만났다.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극적인 하룻밤'은 2009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계속 공연된 2인극 작품으로, 2015년에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호평을 받았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사랑에 상처받은 '정훈'과 '시후'가 서로를 만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실연의 이야기를 캐릭터를 통해 즐겁게 풀어낸다. 거칠지만 다정한 '정훈'과 엉뚱하고 순수한 '시후'의 의외의 조합이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아픔을 해석하고,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해주는 배우들을 만났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무대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것으로 푼다는 진짜 배우 장우진과 이유나는 무대 위나 무대 밑에서 모두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이 연극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장우진 : 2인극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서 하게 됐다. 작품을 염두에 둬서 하게 된 것은 아니고 우연찮게 기회가 생겼다. 2인극은 예전에도 한 번 해봤는데 다른 작품들보다 혼자 집중할 시간이 많았다. 그게 매력이었다.

이유나 :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2인극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을 들려 달라.
ㄴ 이유나 : 매체 연기와 공연 연기가 다른데 나는 공연 연기에 더 매력을 느꼈다. 관객들이 우리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해주고 같이 느껴주는 점이 좋았다. 같이 울고 웃고 하는 시간들이 의미 있는 것 같다.

장우진 : 저요(웃음)? '괜한 선택이었나'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교육 환경 자체가 정답이 있고, 획일화된 상태였고, 그 답을 계속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연기는 정해진 답이 없어서 내가 틀리더라도 나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그게 실수였다(웃음).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끝도 없더라. 그게 매력이자 잘못된 선택인 것 같다.

   
 

연극을 하다가 실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나?
ㄴ 장우진 : 공연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실수를 인정하고 관객에게 오픈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도 한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은 모두 그 캐릭터 안에서 나올 수 있을만한 것들이기 때문에 실수가 아닌 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도 대사 실수는 티가 난다. 대사를 안 해버리면 상대가 넘어가지 못하는데 그건 답이 없다(웃음). "어? 뭐라고?" 하고 다시 물어보거나, 최대한 눈치를 준다.

이유나 : 대사를 까먹은 적은 없는데, 돌발 상황처럼 소품이 고장 나는 것처럼 돌발 상황이 당황스럽게 벌어졌을 때가 있다. 대부분 상대 배역들이 자연스럽게 대처해줘서 항상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연기했던 배역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는가?
ㄴ 장우진 : 11년 정도 전에 처음 대학로 나와서 연극을 했을 때 내가 맡았던 창작 연극은 '술집'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극에서 멀티 캐릭터를 맡았다. 그때 연출을 맡으셨던 위성신 연출님이 상황을 던져주시고, "여기에 뭐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냐? 다음 주까지 보여줘"라고 하셨다. 술집에 들어올 만한 인물로 두 달 간 100명 정도의 캐릭터로 살았다.

덕분에 고생을 많이 해서 공부가 됐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고 열정적이어서 캐릭터를 찾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선배님들과 작업하는 것도 재밌고, 끝나고 소주 한 잔 먹는 것도 즐거웠다.

이유나 : 연극이란 걸 제대로 처음 접한 게 '옥탑방 고양이'의 '정은'이라는 캐릭터였다. 굳센 의지로 꿈을 찾아가는 캐릭터 '정은'이 나와 성격이 반대라서 처음에 접근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기 생활에 전환점이 됐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에게 여지를 많이 주나?
ㄴ 장우진 : 전반적으로는 타이트하게 연출하신다. 게임을 한다거나, 이런 신에서는 둘이 자연스럽게 즐겨야 하니까 여지를 주지만,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타이트하게 다루시는 편이다.

연극에서의 '정훈'과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 등장하는 '정훈'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장우진 : 일단 얼굴 많이 다르다(웃음). '한정훈'이라는 인물을 같이 연기했지만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다. 같은 공연 무대에서도 캐스트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그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연극이나 영화 모두 뼈대는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섹슈얼한 장면 연출이 나타난다.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ㄴ 장우진 : 19금이라고 하지만 섹슈얼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 자체는 만남의 사건이고, 사랑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괜히 크게 두드러지지 말자'는데 중점을 둔다. 아마도 내 생각엔 '극적인 하룻밤'이 19금인 이유는 그 장면 때문이 아니라 욕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극적인 하룻밤'은 유난히 욕이 많다. 관객이 욕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ㄴ 장우진 : 욕 때문에 연극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누가 봐도 화가 나는 상황이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다. 또한, 관객들이 캐릭터를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더 쉽게 연극에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 죄송하다.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많이 하니까(웃음).

무대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특별히 좋아하는 소품은?
ㄴ 이유나 : 두루마리 휴지를 좋아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품이기도 하고, 코 풀고 눈물 닦고 정훈의 집에서 정말 난리란 난리를 다 쳤는데 정훈이 그런 나의 잔해물들을 쪼그리고 앉아서 치워줬다. 이런 모습을 통해서 까칠하던 정훈의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장우진 : 내가 치우니까 물론 휴지(웃음). 또 선풍기다. 시후가 처음으로 본인의 상태에 집중하는 시간이 선풍기를 통해 나타난다고 느꼈다. 춥다고 느끼고 아프다고 느끼는 시후의 감정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애잔하다. 또한, 정훈은 시후를 통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만약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투영된다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애착이 간다.

   
 

캐릭터가 불안정해서 감정 소모가 많이 될 것 같다. 일상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ㄴ 이유나 : 딱히 스트레스 받는게 없다. 캐릭터에서 못 벗어나거나 감정을 너무 소모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장우진 :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연기를 하면서 푼다. 감정 소모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풀린다. 현실에서는 감정 소모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에 공연에서 최대한 감정을 풀어낸다. 대부분 공연이 끝나면 허무하고 허탈하다. 그런데 공연 중에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엔 술로 해결한다(웃음).

'시후'는 실제 본인과 비슷한 성격인가?
ㄴ 이유나 : 비슷하다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까 똑같은 경험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대에서의 시후와 일상에서의 생활이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작품을 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나?
ㄴ 장우진 : 어떤 캐릭터던지 하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도 물론 다양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 5천만이면, 5천만의 캐릭터가 다 있을 텐데 고작 나는 아직 몇 십개밖에 못했다. 악역을 해보고 싶은데 안 시켜준다. 잘할 수 있다.

이유나 : 나도 악역 해보고 싶은데 안 시켜준다. 얼굴이 순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정훈'도 조금 까칠한 면이 있지 않을까?
ㄴ 장우진 : 다정할 줄 몰라서 까칠한 척하는 거다. 까칠은 도깨비의 공유 같은 사람이고 정훈은 여자한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 하고 싶을 텐데, 바람을 들려 달라.
ㄴ 이유나 :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좋은데,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무대에 남고 싶다. 오디션을 계속 볼 것이다.

장우진 : 계속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다. 20대 초반이나 대학교 때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 위치에 가고 싶다'는 계획을 가졌는데, 삶이 계획처럼 안되더라. 그래서 '하루하루 내가 당장 해야 되는 것들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자'며 살고 있다. 그래서 3년 안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고, 많은 관객분들, 많은 연출 분들, 스태프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끝으로 본지 독자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ㄴ 장우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 같은 경우엔 안팎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올해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극적인 하룻밤'은 이제 막 연애를 하시는 분이나 연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니면 모태솔로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는 이 작품으로 여자의 입장을 많이 생각해봤어요. 분명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문화뉴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유나 : 2017년은 독자분들께 행복한 일도 많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배우로서 정말 열심히 연기할 테니 지켜봐 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희가 출연하는 작품 '극적인 하룻밤'도 꼭 보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글] 문화뉴스 권내영 인턴기자 leon@mhns.co.kr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사진]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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