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키키 브라더스

[문화뉴스] 4.16 세월호 참사 1000일이었던 지난 9일,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들이 열렸다. 특히 안산에서는 '세월호 천일 추모음악회'가 열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 가수 정태춘, 권진원, 우리나라 전인권 밴드 등이 무대에 올랐다.

한편, 같은 날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마지막 청문회가 열렸다. 여기서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은 그 동안 부인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미 많은 예술인들은 암암리에, 그러나 공공연하게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직감 혹은 확신하고 있었다. 규명해야 할 진실에 대해 침묵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오히려 진실 규명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탄압하는 암흑의 시대에서, 예술인들은 1000일 동안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예술인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추모하는 가운데, 크로키키 브라더스가 특별한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2014년 방송한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 컴퍼니'의 준우승을 차지한 드로잉클라운(우석훈)과 광대 공연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머코알(임동주)로 이뤄진 팀이다. 이들이 지난 4일부터 공연 중인 드로잉서커스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드로잉쇼(drawing show)와 서커스(circus)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이 기예적 요소와 만나 코미디로 승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크로키키 브라더스 팀은, 공연 전반을 '웃음'이라는 코드로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지난 4일부터 그들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암전 속에서 야광펜으로 거대한 고래 그림과 수많은 촛불들을 그려나간다.

유쾌한 웃음 속에서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소환해낸다.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드로잉클라운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고안해낸 퍼포먼스인지라 언제 다시 관객들께 보여드릴지는 모르겠다"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과 가장 밀접한 소재인 '야광'이라는 재료를 퍼포먼스에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퍼포먼스에 대한 드로잉클라운의 자세한 생각을 들어보자.

 

   
(왼쪽부터) 드로잉클라운(우석훈), 퍼포머코알(임동주) ⓒ 크로키키 브라더스

세월호나 촛불집회를 연상시킬 수 있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실제 시연에 이르기까지 여러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많은 회의와 토론을 겪으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이 장면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노랫말처럼 어둠 속에서 빛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야광 장면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빛나는 메시지를 담아 만들어졌다.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야광'이라는 아이템 자체로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위로를 담아내고 싶었다. 현 시국을 이야기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는 것보다는, 작게나마 관객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웃음과 함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미 있는 기호들이 눈에 띠어서 정말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재 시공간을 잘 담아내고 있는 소통의 공연이라 생각했다. 이 기호들에 대해 의도나 의미에 대해 크로키키의 생각과 언어로 표현해준다면?
ㄴ 사실 관객의 눈에 맡기고 싶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 그리고 별들을 태운 고래, 달이 유람선으로 바뀌는 그림 등. 천천히 관람을 하다 보면, 다들 가슴 속에 무언가가 보이지 않을까 한다. 직접적일 수 있지만 굳이 '언어'로 직접적이고 싶지 않다.

 
현 시국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ㄴ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파하고 분노한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걱정스럽고 심지어 두렵기도 한 것이 있다. 이렇게까지 분노하고 아파했으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크로키키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ㄴ 상식의 이야기가 정치적 성향으로 비춰지지 않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주길 바란다. 2017년에는 부디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스스로의 잘못이 아닌 일로 인해 상처받거나 눈물 흘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넌버벌 퍼포먼스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오는 18일까지 세종아트센터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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