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컴퍼니의 전혜성 작 송훈상 연출의 마요네즈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전혜성(1960~)은 부산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펄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장편소설 <마요네즈>로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트루스의 젖가슴> <소기호씨 부부의 집나들이> 등이 있다. 대산창작기금, 문예 진흥 기금을 수혜 받은 여성작가다.

송훈상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현 극단 성좌 상임연출, 2009년 현재 약 200여편의 연극,무용, 뮤지컬, 축제에서 연출 및 무대 조명감독으로 활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욕망이라는 이름의전차>,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리타 길들이기>, <라생문><탱고> ,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신의 아그네스>,<프랑스뮤지컬 콘서트 무대감독(KBS홀)> 등에 무대감독 조명감독으로 참가했다.

강릉 국제 관광 민속제, 공주 아시아 1인극 제 무대, 운현궁 청소년 축제 무대감독, 크루즈여객선, 우크라이나 공연 팀 연출, 춘천 국제마임축제 기술 감독, 양천구 청소년축제 (쉼터) 감독, 진주 드라마 페스티발 연출팀, 한강 청소년동아리 문화축제 연출, 청소년동아리문화마당 연출, 블랙 코미디 연출, 과천 한마당 축제 기술 감독을 했다. 2016년에는 원로예술인 지원공연 <당신안녕> 무대감독, <엘렉트라 인 서울> 연출을 한 연극인이다.

<마요네즈(mayonnaise)>의 어원에 대해서는 많은 속설이 있는데, 메노르카섬의 마온, 마요르카 섬, 프랑스의 바욘느 등 지명과 관계된 것만도 여러 개의 설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인정받는 설은 프랑스 해군이 마요르카 섬에서 영국 해군을 격파한 뒤 축하연을 열려는데 전투로 인해 마땅한 재료가 없자 남은 재료로 만든 소스가 마요네즈라는 설. 마욘이 어원이라는 설은 18세기 중반, 소설 삼총사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재상 리슐리외의 친척이 7년 전쟁 당시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마요르카 섬에서 마요네즈라는 말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영어권에선 메이요(mayo)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마요네즈(mayonnaise)>는 1999년 전혜성 각본과 윤인호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져 김혜자, 최진실, 김성겸, 원미원, 권은아, 문회원, 김유석, 송영락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제5회 인도 케랄라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영화에서는 딸에게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조르고, 바퀴벌레가 무서워 한밤 중에 딸에게 전화를 걸고, 조그만 상처에도 엄살을 부리는 철없는 엄마. 남편에게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으며 자식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엄마에게 남은 것이라곤 어지러운 약봉지뿐이다. 첫 장면과 끝 장면 조금을 뺀 나머지 전부는 온통 으르렁거리며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모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김혜자가 경상도 사투리를 능청스레 써가며 딸과 싸움을 해대는 연기를 보여주고, 최진실은 머리에 마요네즈를 발라 쉰 냄새가 나는 엄마의 삶을 거부하는 딸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낸다.

   
 

무대는 딸의 집 거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창문이 있고, 그 앞 무대 좌우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와 내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정면 벽좌우에 장식장과 냉장고가 있고 하수 쪽 벽면에 현관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모퉁이에 세워놓은 옷걸이가 있고, 현관 통로 앞 객석 가까이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다. 책상 위에는 원고와 컴퓨터 노트북을 놓아두었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도 탁자와 의자가 있다. 방 가운데에 긴 탁자가 있고, 전화기가 올려져 있다. 탁자 밑에는 문양 돗자리를 깔아놓았다. 현관문은 초인종 소리가 나면 나가서 열도록 연출된다. 정면의 창문은 조명효과에 따라 주변 아파트 풍경이나 집의 뒷길로도 사용된다.

딸의 아파트에 갑자기 찾아든 엄마는 잊고 지내던 과거를 건드린다. 엄마에 대한 환멸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딸은 불편한 몸으로 불평만 늘어놓는 엄마의 존재가 귀찮게만 느껴진다. 뱃속의 아기, 그리고 마감일이 촉박한 대필 자서전, 거기에 남편의 갑작스런 출장으로 모든 일상을 짊어져야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엄마는 또 하나의 짐으로 다가온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아본 적이 없었다. 한때 그런 엄마를 동정하며 엄마의 고운 자태를 사랑하기까지 했던 딸의 마음은 아버지가 임종하는 순간, 마요네즈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환멸감으로 바뀐다.

그때부터 엄마와 딸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딸은 자신이 엄마가 되고난 후에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의 머리맡에 놓인 여러 개의 약봉지 앞에서도 딸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설 줄 모른다. 바쁘다며 얘기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지 않는 딸이 원망스러운 엄마. 다른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칭얼대기만 하는 엄마의 존재를 지우고 싶은 딸.

딸에게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조르고, 바퀴벌레가 무서워 한밤중에 딸에게 전화를 걸고, 조그만 상처에도 엄살을 부리는 철없는 엄마. 남편에게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지만 피크닉의 킴노박을 흉내 내고 존웨인보다는 험프리 보가드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엄마이지만 자식들에게는 외면당하는 엄마에게 남은 것이라곤 어지러운 약봉지뿐이다. 게다가 마요네즈를 보면 먹는 음식이 아닌, 머릿결을 곱게 하기 위한 미용재료로 엄마가 사용하면서 모녀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단원에서 엄마가 다시 여행용 트렁크와 가방을 들고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덕주가 엄마로 출연해 적역을 맡은 듯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송희정이 딸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사진 전윤태, 음악 이정희, 조명 무대 송훈상, 드라마투르크 김혜주, 분장 지문주, 조명 음향보조 최민지, 광고디자인 이준석, 진행 백이주 조용훈 등 스테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RM컴퍼니의 전혜성 작, 송훈상 연출의 <마요네즈(mayonnaise)>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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