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 연출 오이디푸스 알려고 하는 자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치과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로 전공을 바꾼 최진아는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이 후 '연애 얘기 아님'이란 작품을 직접 극작한 뒤 연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6년 선보인 '사랑, 지고지순하다'는 연극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한국연극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올린 '1동 28번지 차숙이네'로 대산문학상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베스트 7, 동아연극상작품상 수상 외에도 동경아트마켓에 공식참가 하며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연애 얘기 아님> (2004/2007/2008) <다녀왔습니다.>(2005) <사랑, 지고지순하다> (2006/ 2007) <그녀를 축복하다> (2006) <푸른곰팡이> (2007) <금녀와 정희> (2008/2009) <꿈의 커피 가배두림과 함께 하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2010) <1동 28번지 차숙이네> (2010/2011) <본다> (2012) <브루스니까 숲> (2013) <칼리큘라> (2014) <홍준씨는 파라오다> (2014) <벚나무동산> (2015)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 (2016) 등을 연출하고 현재 극단 놀땅의 대표인 연출가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이 아버지인 라이오스에게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장차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신탁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어린 오이디푸스의 발목을 묶어 부하를 시켜 인적 없는 산에 버리게 하였다. 그러나 그 일을 맡은 부하는 차마 어린 오이디푸스를 버리고 오지 못하고,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목동에게 아이를 넘겨주게 된다. 어린 오이디푸스를 받은 목동은 그 아이를 코린토스의 왕인 폴리보스와 그의 아내 메로페에게 바친다.

   
 

오이디푸스는 폴뤼보스와 메로페를 친부와 친모로 여기고 자라던 중, 장차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는 그 무시무시한 운명을 피하기 위하여 코린토스를 떠난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로 여행하던 중에 자신의 친아버지 라이오스와 길거리에서 통행에 분쟁이 붙어 라이오스를 죽여 버리고 만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스핑크스를 죽이고 테바이로 돌아와 왕이 되었고, 자신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두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그리고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얻는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선정으로 잘 통치하였으나, 갑자기 테바이에 역병이 돌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 역병의 이유를 알기 위해 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인 크레온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보내어 역병의 원인을 알아 오게 한다. 신탁은 "선왕인 라이오스왕을 죽인 자를 찾아서 복수를 하면 역병이 물러간다."고 하였고, 일전에 자신이 길거리에서 죽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맹세한다.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크레온이 데려온 그리스 최고의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찾고 있는 살해자가 바로 그 자신임을 말해 주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이 자신의 왕위를 노리고 테이레시아스를 조종하여 근거 없는 말을 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는 분노한다. 그러나 곧 이오카스테에게 라이오스에게 처음에 아들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음을 듣게 되고, 또 마침 코린토스의 왕인 폴뤼보스의 죽음을 알리러 온 사자가 곧 어린 자신을 폴뤼보스 왕에게 바친 당사자임을 알게 되고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명령에 따라 오이디푸스를 버리는 일을 맡았던 목자를 불러 대질해본 결과 바로 자신이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살해하였고, 지금껏 아내라고 알고 있었던 이오카스테는 사실 자신의 어머니임을 깨닫게 된다.

이오카스테는 이 무서운 진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자살하고, 자신에게 내려졌던 무서운 신탁이 모두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를 빼어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소경이 되고 만다. 절망한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딸인 안티고네에 의지하여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외롭게 살다 죽게 된다.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에서 오이디푸스는 테베가 아닌 서울 거리에서 노숙자로 방황을 한다. 소요사태처럼 역병이 확대되고 있는 서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이디푸스가 테베에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역병까지 진정시켰듯이 반드시 소요사태처럼 번지는 역병을 진정시켜 줄 것으로 믿고. 많은 사람을 동원해 드디어 오이디푸스를 찾아낸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었기에 검은 안경을 쓰고 남루한 누더기 옷에 노숙자 차림이다.

많은 사람이 오이디푸스에게 현사태의 수습책을 묻는다. 기독경전인 바이블에 보면, 간통죄를 저지른 여인이 수많은 군중 앞에서 돌팔매로 맞아죽기 직전, 예수가 등장해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말에 모두 던지려던 돌을 내려놓고 돌아섰지만, 최근에는 죄가 많은 자일수록 앞장서 소요사태를 부추기고, 돌이 아닌 창과 칼로 찌르려는 세상이기에, 서울에 온 오이디푸스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로서도 대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젖고 뒷골목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태는 역병뿐이 아니라, 훨씬 전에 일어난 수학여행 학생참사사건까지 주요사안으로 부각시켜, 수학여행을 하다가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사건의 책임을 여성출연자에게 씌우는가 하면, 텅 빈 학교의 교실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아니면 헐어버리고 개조를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니, 오이디푸스가 행방을 감춘 뒤에 출연자들은 청색 황색 색종이를 관객에게 나눠주고, 교실을 보존할 것인가 개축할 것인가를 관객에게 뭇는다. 관객은 개축을 하는 방향의 색종이를 많이 든 것으로 나타난다.

대단원에서 남녀출연자들은 역병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한 여성출연자에게 씌우고, 그 여성출연자를 죄수처럼 비닐로 덮어씌우고 꽁꽁 묶어 운반 대에 싣고 퇴장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여성출연자의 눈물이 길게 자취를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김용준, 이준영, 최희진, 남수현, 송치훈, 김정, 김효정 둥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의상 박은정, 동작 양은숙, 음악 이창훈, 영상 윤민철, 조명팀 지소연, 의상팀 노은영 김혜연 조현진, 기획 코르코르디움, 포스터사진 양동민, 그래픽디자인 가시, 공연사진 김도웅, 공연영상 송영범, 오퍼 김정아, 조연출 박하영 김은선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 연출의 <오리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를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기술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한편의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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