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예술인 지원공연 극단 76의 톰 존스 원작 신정옥 번역 공성환 작곡 기국서 각색 연출의 음악극 철딱서니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56년 간 공연된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다. 1960년 5월3일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린 "젊고 순수한 사랑"이라는 다소 평범한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56년 동안 공연되어 기네스북에 단일 극장에서 공연된 최장 공연으로 기록된 작품이다. <판타스틱스>는 그 동안 거쳐간 배우들만 하더라도 <카바레>로 유명한 라이자 미넬리나, <오션스11>의 엘리엇 굴드,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 역으로 오스카상 주연 배우상을 탄 F.머레니 에이브러햄, 흑인배우 겸 가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가 불러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하고, 그야말로 쟁쟁한 배우들을 거치면서 장수해온 작품이다.

초연 이래 미국 전역 2,000개 도시에서 30,000여 회의 공연이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짐바브웨에 이르기까지 무려 67개국에서 공연된 바 있다. 원작은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낭만적인 사람들>이고, 각본 각색은 톰 존스(TOM JONES), 작곡은 하비 슈미트(HARVEY SCHMIDT)가 했다. 톰 존스(TOM JONES)와 하비 슈미트(HARVEY SCHMIDT)는 텍사스 대학 재학 중에 처음으로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원제는 그들이 졸업을 한 후 내놓은 첫 장편 뮤지컬이다. 오프브로드웨이 초연부터 56년간 3만 여회나 공연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적인 대본에다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잔잔한 음악과 "Try to Remember"와 같은 익숙한 노래들이라 오프브로드웨이 이외에 많은 곳에서 공연이 이뤄졌고,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도 각색됐다. 초연 때부터 소도시와 지역공동체와 고등학교에서 공연을 올리기 매우 적합한 작품이라고 알려졌으며, 적은 출연진과 아주 간단한 무대와 소품으로 공연이 가능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초연은 1973년 극단 가교에서 이루이지고 <환타스틱스>를 <철부지들>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국립 극장에서 공연하였는데 오랫동안 고정 레퍼토리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 작품은 우리 뮤지컬 사상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공연한 우리나라 극단의 수만 해도 50여개에 이를 정도다.

그 이후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으로 이 작품을 공연한 단체는 뿌리, 대중, 현대극장 등이 있으며, 서울시립가무단과 서울예술단에서는 물론 인천시립극단에서도 공연되었다. 출연 인원이 8명에 불과하고 음악이 피아노 반주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극단이 제작하기에 부담이 덜 가는 작품이다.

번역을 한 신정옥(1932~)교수는 함경남도 정평 출신으로 명지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경북대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정옥 교수는 수많은 번역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영미문학 작품, 그 가운데서도 영미희곡 작품을 끊임없이 우리말로 번역한 공로로 '실험극장 에쿠우스 장기공연 공로상' '한국일보 제16회 한국 연극 영화 텔레비전 예술 특별상'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100호 기념 최다 집필상'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100호 기념 최다 집필상'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공로상' '명지대학교 제1회 학술상' '한국예술연구원 동랑 유치진 연극상' '한국연극예술 본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베네치아의 기억> <한국에서의 서양연극> <한국신극과 서양연극> <셰익스피어 한국에 오다> <셰익스피어 비화>, <무대의 전설-명배우 명연기>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셰익스피어 전집 40권 완역> <에쿠우스>, <유리동물원>, <느릅나무 밑의 욕망>,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조그맣고 이름이 없는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옆집에 사는 소년 매트와 소녀 루이자는 자신들의 아버지가 반대할 거라고 믿으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인 허클비와 벨로미는 서로 반목하는 사이인 척하면서 자식들이 사랑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아버지들은 금세 들통 날 수작을 끝내기 위해 악당 엘 갈로를 고용하여 루이자를 가짜로 유괴하게 만들어 매트가 루이자를 구하고 루이자의 아버지한테 승낙을 얻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매트와 루이자는 자신들의 사랑이 더 이상 금지된 것이 아님을 깨닫고 불안해지고 아버지들은 정말로 싸우기 시작한다. 매트는 화를 내며 떠나며, 세상에 무엇이 있는 지 찾으러 떠난다. 반면 루이자는 노련하고 활달한 엘 갈로에게 스스로 유혹 당한다. 매트와 루이자 모두 세상의 경험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다시 발견하며 집에 돌아온다.

금번 극단 76의 <철딱서니들> 원작 뮤지컬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없다. 그저 새로 작곡한 몇 개의 단조로운 노래를 출연자들이 부를 뿐이다. 새로운 각색이지만 원작과는 거리가 있고, 변형 각색에 공감이 가지만 내용전달은 미흡한 느낌이다. 게다가 원작에는 없는 상스런 욕설과 비속어가 들어가 원작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다.

   
 

김동수, 이봉규, 민경진, 전수환, 홍성춘, 김선권, 함수연, 백효성 등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이 감지되지만, 1973년 극단 가교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한 이래, 45년간 지속되어 온 원작의 공연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조연출 문선주, 작곡 공성환, 안무 최수진, 움직임 여무영, 무대 박성찬, 조명 주성근, 의상 손진숙, 소품 허태경, 조명오퍼 주선옥, 음향오퍼 최지수, 기획 조혜랑, 인쇄디자인 이보희, 홍보 이지은, 사진 옥상훈, 진행 최혜승 김송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이 드러나, 극단 76의 톰 존스 원작, 신정옥 역, 공성환 작곡, 기국서 각색 연출의 <철딱서니들>을 독특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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