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예로부터 가장 무서운 건 다름 아닌 인간이라고 했다.

뮤지컬 '더 언더독'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2017년 2월 26일까지 공연되는 작품으로 SBS 'TV 동물농장'에 방영되며 이슈를 일으킨 '더 언더독' 에피소드를 토대로 제작됐다. 각자의 사연과 함께 유기견 보호소에 모인 개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뮤지컬 '더 언더독' 공연 장면.

투견 출신의 진돗개 '진' 역에 김준현과 이태성, 강아지 공장의 모견 출신 마르티스 '마티' 역에 정명은과 정재은, 군견 출신 세퍼트 '중사' 역에 김법래와 김보강, 맹인안내견 출신 골든리트리버 '할배' 역에 정찬우와 김형균, 달마시안 믹스 '죠디' 역에 김재만과 최호중, 트렁크에 넣어 버려진 푸들 '쏘피' 역에 구옥분과 박미소, 앙상블에 김기영, 김율, 이진성, 문갑주, 이준용, 심재가 출연한다.

캐스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고른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은 '더 언더독' 최고의 장점이다. 희비극을 오가는 넘버들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들 덕분에 뮤지컬 '더 언더독'의 주제인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더 잘 와 닿는다.

또 뮤지컬 '더 언더독'은 기획부터 애견인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티켓 예매 시 사료가 함께 기부되며 다른 공연장에선 보기 힘든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통해 공연장까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다(함께 공연을 보진 못한다). 또 여러 차례 기부, 봉사 활동을 통해 제작진과 배우들이 가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착한 공연'임에는 분명하다.

   
▲ 지난 17일에 열린 수익금 기부 플리마켓 현장.

하지만, 반려견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위험에 처한 곳곳의 유기견과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려는 취지가 지나치게 강해 감정적으로 작품이 흘러가 영리한 상업적 계산에서 조금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각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가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 이는 그 자체로 장점이자 현재의 사건이 약해지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뮤지컬 '더 언더독'은 창작 뮤지컬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조명될 새롭고 신선한 시도가 엿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의 의인화라면 코믹하거나 아동 취향의 작품에서 주로 이뤄졌는데 무겁고 진지한 성격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일정 규모 이상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극 전개를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의 고심이 느껴진다. 특히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창작 초연 작품에서 이렇게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는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다만 이 고심이 '시도는 좋았으나'에서 멈추지 않도록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발전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묶어내기란 무척 어렵다. 뮤지컬 '더 언더독'을 통해 이제라도 유기견과 함께 '꽃길'을 걷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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