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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특집]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커뮤니티 이슈 지도(上)에서 이어집니다.  

   
▲ 이미지 제작: 오펀(Ohfun)
 
5.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를 불어일으킨 '이세돌 VS 알파고'
 
지난 3월 인류는 인공지능 공포증에 시달렸다. 바둑 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내리 3번을 패배하면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에서의 인간의 패배가 확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기계가 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불리던 바둑이 기계에게 정복당하는 순간을 지켜본 인류는 무력감을 느끼며 패배감에 물들어갔다. 
 
그러나 3월 13일에 열린 제 4국에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 불계승을 거두면서 인류는 극적인 희망을 되찾았다. 
 
   
▲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이세돌의 승리에 국내는 물론 해외의 모든 누리꾼들이 열광했고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한 마음으로 이세돌의 승리를 기뻐했다. 영국 BBC방송 등의 외신들은 한국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을 이겼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으며 미국 타임지는 “인간 대 기계 싸움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딛고 놀라운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이세돌의 승리 덕분에 전 세계는 같은 코드를 공유할 수 있었다. 레딧(Reddit), 9gag 등의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똑같은 이미지가 함께 인기를 끄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시기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세돌을 소재로 한 짤방(이미지)들이 제작되었고 해외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는 앞으로 나타날 알파고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의 출현을 생각하며 미래에 닥쳐올 문명의 변화에 대한 걱정에 시달렸다. 

6."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충격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는 무참한 범행의 동기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일부러 20대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저지른 이 살인사건을 두고 인터넷은 두 개의 의견으로 갈렸다. 
 
   
▲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현장 ⓒ 온라인 커뮤니티
 
이를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여성혐오 범죄라고 본 워마드 회원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를 제안했고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과 추모리본을 붙이는 추모 움직임이 발생했다.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한 강성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은 자신들이 범죄자라고 누명을 쓰는 것만 걱정하지만 여성은 약자의 위치에서 자기 목숨을 걱정해야만 한다. 그게 더 큰 문제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대로 일간베스트를 주축으로 이종격투기, 보배드림, 클리앙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가해자가 남성일 뿐 사이코패스에 의한 묻지마 살인이며 아무 죄 없는 남성들까지 여성혐오를 하는 잠재적 살인마로 몰지 말라“고 주장하며 강남역 추모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초기에는 포스트잇이나 화환 문구 등으로 서로를 조롱하는 데 그쳤으나 ‘핑크코끼리 사건’을 계기로 물리적인 폭력사태로까지 싸움이 번졌다. 극보수 남초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한 회원이 핑크코끼리 인형탈을 쓰고 "육식동물(남성)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피의자)가 나쁜 겁니다.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 여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누군가가 핑크코끼리 탈 뒷통수에 일베 회원이라고 알리는 쪽지를 붙이면서 핑크코끼리 시위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핑크 코끼리 ⓒ 온라인 커뮤니티
 
피켓문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을뿐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은 담기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중앙일보 사설과 여성 누리꾼들은 "때, 장소, 상황을 고려하면 옳지 않은 말이다. 여성으로서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공감하지 못했으며 이미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치안1위를 말하는 건 모순"이라며 비판했다.
 
이 사건은 종종 발생하는데 그쳤던 성별갈등 싸움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로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페미니즘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는 이런 흐름을 남성혐오라고 지적하며 성별 싸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7.'주모'를 해외로 수출한 손흥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우리나라의 축구 선수 손흥민으로 인해 깨끗하게 씻겨 나갔다. 
 
FM코리아, 아이러브사커 등의 축구 커뮤니티 유저들이 올해 가장 열광한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016-17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프리미어리그 9월의 선수, 파워랭킹 1위에 선정되었다. 
 
이는 역대 최고 한국인 축구선수로 꼽히는 ‘박지성’도 해내지 못한 기록으로, 박지성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손흥민의 모습에 축구 커뮤니티는 물론 mlb파크,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 등을 포함한 모든 스포츠 관련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손흥민에게 열광했다. 
 
   
▲ ⓒ 온라인 커뮤니티
 
손흥민의 활약에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포르투갈의 손흥민, 호날두”, “우리흥(세계 최고 축구 선수 호날두의 별명 ‘우리형’을 손흥민에 맞춰 적용시킨 것으로 손흥민의 플레이를 극찬하는 의미로 쓰인다)”, "흥날두(손흥민+호날두)“ 등의 ‘드립’이 쏟아져 나왔다. 
 
또 손흥민의 활약은 해외 팬들에게 주모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주모는 본래 주막에서 술을  파는 여주인을 뜻하는 말이지만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 쓰는 일종의 감탄사로 쓰인다. 한국인이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기뻐 신나게 술을 마셔야겠으니 “주모 술을 잔뜩 가져다주시오”라고 외치던 것이 간소화되어 주모가 되었다. 
 
손흥민이 활약할 때마다 축구팬들은 ‘주모’를 외쳐댔고, 이것이 해외에도 퍼져 해외 축구팬들마저 손흥민이 활약할 때 ‘Jomo(주모)'를 외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8.'소라넷' 침몰과 부활 예고
 
호기심으로 출발해 성범죄 집단으로 전락한 최장수 커뮤니티 ‘소라넷’이 2016년 6월 6일 공식폐지를 선언했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커뮤니티들도 소라넷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라넷 종자’라고 불렀던 소라넷은 어떻게 괴물이 됐을까. 
 
   
▲ ⓒ소라넷 공식 트위터
 
소라넷은 1999년 활동 초기에 성인물을 공유하는 단순 성인물 사이트로 운영됐으나 커뮤니티 회원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스와핑(두 쌍의 커플이 서로 짝을 바꾸어 성관계), 갱뱅(집단 성폭행), 초대남(약물 마취 강간 공범) 모집 등 성범죄를 저지르며 이를 몰래 촬영하기 까지 하는 범죄 집단으로 성장했다. 경찰이 밝힌 바에 의하면 소라넷 회원수는 약 100만명. 중복 계정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해도 엄청난 숫자임은 분명하다.
 
성범죄의 온상이 된 소라넷을 경찰이 잡으려 애썼지만 서버가 해외에 존재해 폐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메갈리아가 몰카 공유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근절을 외치며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에 앞장섰다. 메갈리아는 소라넷 폐지 서명을 벌였고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소라넷 엄정수사를 요구할 때 이 청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 측은 비밀리에 소라넷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소라넷이 미국에 두고 있던 해외서버를 유럽으로 옮겨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경찰은 소라넷이 서버를 두고 있는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 
 
   
▲ ⓒ소라넷 공식 트위터
 
그러나 트위터까지 계정 삭제하며 다시 열릴 일이 없을 거라는 소라넷은 다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소라넷 재오픈을 예고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 후 사칭 계정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해당 계정은 꾸준히 재오픈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트윗을 남겨 논란이 계속됐다. 급기야 12월 6일 다시 오픈하겠다는 공지까지 나왔다. 또 새로운 소라넷 주소까지 공지했지만 소라넷 완전 퇴치를 외친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지 12월 19일 현재 접속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소라넷은 이런 식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에 경찰과 수많은 커뮤니티가 소라넷 출몰의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9.커뮤니티를 대동단결시킨  '최순실 사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부정부패 사건이 커뮤니티를 하나로 들끓게 만들었다. 
 
남초-여초, 보수-진보할 것 없이 모든 커뮤니티가 대단결을 이루어 100만 촛불을 들며 한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토요일이면 촛불 사진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실시간 인증글이 각 커뮤니티 게시판과 댓글을 가득 메웠다. 정치적으로 극보수 성향을 드러냈던 일베조차도 비박과 친박으로 나뉘며 커뮤니티 내 분쟁이 일었다. 일부의 일베 회원은 광화문 촛불집회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 ⓒ 인스타그램
 
이렇게 단합된 커뮤니티들을 대항하는 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였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며 탄핵 반대를 외쳤다. 박 대통령 비판 여론에서 여성혐오를 느꼈다는 메갈리아, 워마드는 “박 대통령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여성성으로는 비난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대통령 하야를 힘껏 외쳤음에도 청와대의 묵묵부답과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답답해하던 누리꾼들은 점점 더 대담하게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휴대폰 번호를 한 공대생 누리꾼이 유출시켰고 쭉빵카페, 보배드림 등 커뮤니티 회원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문자테러를 일으켰다. 하루 수천 통 씩 전화와 문자로 탄핵 촉구의 목소리를 들은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고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됐다. 
 
   
▲ 문자폭탄 인증샷 ⓒ 온라인 커뮤니티
 
또 누리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죄목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까지 해냈다.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이하 주갤)의 한 이용자는 지난 2007년 무려 10년 전 한나라당 후보 청문회 자료영상을 찾아 박영선 의원에게 제공했다. 자료 영상에는 당시 최순실 관련으로 질의응답을 받은 박근혜 후보와 이를 지켜보는 김기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자료에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은 “죄송하다”며 위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건 해낸 주갤은 청문회에 불참하고 잠적 중인 우병우 청와대 전 수석의 행방을 추적해 그의 은신처와 차량 번호까지 알아내는 공을 세웠다.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최순실 사태'에 이후 흐름에서도 누리꾼들의 활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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